관객은 줄었지만 지갑은 열렸다 — 극장가를 뒤흔든 사극 한 편이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에 던지는 소비 트렌드 신호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침체된 극장가에서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흥행작이 탄생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진흥위원회(KOBIS) 집계 기준 누적 관객 약 940만 명, 매출 약 906억 원을 기록하며 1,0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OTT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극장 경험은 강력한 소비 동력으로 살아 있고, 그 경험이 상권 경제까지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940만 관객이라는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침체된 극장가에서 탄생한 '천만 기대작’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시대 단종의 유배 생활을 소재로, 역사 기록의 빈칸을 인간적 관계와 감정 서사로 재구성한 팩션(Faction) 사극이다. 배우 유해진과 박지훈의 세대를 아우르는 조합이 중장년층과 젊은 관객을 동시에 극장으로 이끌며, 이른바 '세대 확장형 흥행 구조'를 완성했다. 이 영화의 의미는 흥행 성적 그 이상이다. OTT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콘텐츠 시장 속에서도 극장이라는 공간이 여전히 강력한 소비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한 사례다.
2025년 한국 영화 산업, 관객은 줄고 선택은 더 신중해졌다
그러나 이 흥행 뒤편에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11월 기준 국내 극장 전체 매출은 약 9,0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관객 수 역시 약 9,241만 명으로 16% 줄었다. 특히 한국 영화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 매출은 전년 대비 35%, 관객은 34% 각각 급감한 반면, 외국 영화는 매출과 관객 모두 증가세를 유지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업계는 이 현상의 배경으로 두 가지 구조적 변화를 꼽는다. 첫 번째는 OTT 플랫폼의 폭발적 확산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81.8%, 유료 이용률도 65.5%에 달한다. 영상 소비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굳이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적 소비의 심화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경험에만 지갑을 여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극장 입장에서는 이 선택을 받아내지 못하면 관객을 잃는 구조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바로 그 선택을 받아낸 드문 사례이며, 이 변화는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영화 한 편이 보여준 '경험 소비 시대’
사람들이 OTT 시대에도 극장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함께 웃고 울며 감정을 나누는 집단 경험, 현장에서만 가능한 감동의 밀도 때문이다. 과거 영화 관람이 누구나 즐기는 일상적 여가였다면, 이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콘텐츠에 한해서만 극장이 선택받는 시대로 변화했다. 공연·스포츠 관람·테마 관광 등 오직 현장에서만 가능한 경험형 콘텐츠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이 아닌 경험의 질로 지출을 결정한다.
소상공인·프랜차이즈가 읽어야 할 신호
이 흐름은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콘텐츠 연계 소비 전략이다. 영화 개봉 시즌과 연계한 메뉴·이벤트·테마 마케팅은 상권 유입을 극대화하는 유효한 전략이다. 둘째, 경험형 매장 전략이다. 매장 역시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셋째, 지역 스토리 활용 전략이다. 드라마·영화 촬영지와 연계한 지역 콘텐츠는 새로운 고객 유입 채널이 될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상권이 살아남는 시대다.
문화 콘텐츠가 다시 경제를 움직인다
극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역할이 달라졌다. 단순한 상영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감정을 경험하는 문화 이벤트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관객이 줄었다는 것은 극장이 쇠퇴했다는 뜻이 아니라, 선택받기 위한 조건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천만 관객을 향해 가는 영화 한 편이 도시 상권과 소비 경제를 함께 움직이는 힘, 그 본질은 경험이다. 콘텐츠와 경험이 소비를 이끄는 시대, 문화 산업의 변화는 곧 상권의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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