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 다중 채널 전략으로 생존력 확보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통신 서비스 중개업체 아정당(아정네트웍스)이 창업 6년 만에 매출 11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통신 중개 시장에서 차별화된 영업 방식과 위기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상품이 아닌 경험으로 차별화
아정당의 핵심 사업 모델은 인터넷, TV, 휴대폰 등 통신 상품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온라인 대리점이다. 통신 서비스는 어디서 가입하든 품질과 요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 기준은 혜택과 신뢰도에 달려 있다.
아정당은 통신서비스 본사나 직영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최대 48만 원 수준의 현금 사은품을 당일 지급하는 것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또한 일정 매출과 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획득할 수 있는 코드점 자격을 확보해 대형 온라인 대리점으로서의 신뢰도를 높였다.
마케팅 방식에서도 독특한 접근을 보였다. 다른 업체들이 단순히 연락처만 노출할 때 아정당은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요금 정보를 전면에 배치했다. 콘텐츠 제작 시에는 작성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불필요한 내용은 배제하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신뢰 관계 구축에 집중했다.
연이은 위기와 전환점들
사실 아정당의 성장 과정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우선 창업 초기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회원 4만 명을 확보했지만, 플랫폼 알고리즘 변경으로 하루 5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라면 사업을 포기했을 상황에서 아정당은 즉시 블로그로 활동 무대를 옮겨 매출을 3~4배 증가시켰다.
두 번째 위기는 블로그 운영 중 발생했다. 정책 변경으로 다시 큰 타격을 받자 회사는 유튜브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영상 편집 시 시청자의 시간을 1초도 낭비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듬는 작업을 통해 매출 3배 성장을 달성했다.
조직 운영에서도 큰 시련을 겪었다. 김민기 대표가 원형탈모와 심장질환으로 업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표 없는 회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회사는 노션 기반 매뉴얼 시스템을 구축해 대표 부재 시에도 정상 운영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했다. 반복 업무를 AI와 자동화로 처리해 마케팅 비용을 다른 업체 대비 70~80%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소비자 신뢰 위기와 정면 돌파
2025년 아이폰 17 사전예약 과정에서 통신사 요구로 약정 조건을 변경하면서 3000여 명의 고객 불만이 집중됐다. 김민기 대표는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전액 현금 배상을 약속했으며, 개인 연락처까지 공개하는 파격적인 대응을 보였다.
가족결합 서비스 오류로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등 투명한 소통과 즉각적인 조치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단기적으로는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책임 회피 대신 투명성을 선택한 대응 방식으로 장기적 평판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 분석과 업계 평가
창업경영 분야의 한 전문가는 "아정당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빠른 실패와 집요한 개선"이라며 "플랫폼 로직 변화나 소비자 불만은 어느 업종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인데, 이를 단기 손실로만 보지 않고 장기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가맹점주와 소상공인에게 위기 대응 역량이 곧 생존력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시사점
아정당의 성장 과정은 소상공인과 가맹점주에게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먼저 하나의 채널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중 채널 전략의 중요성이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즉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로는 시스템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다. 대표 부재 시에도 운영 가능한 매뉴얼과 자동화 시스템은 조직의 생존력을 크게 높였다.
셋째는 고객 신뢰의 중요성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투명하게 설명하고 적절히 보상하는 태도가 장기적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작은 실패를 빠르게 개선하는 민첩성의 가치다. 거대한 전략보다는 집요한 실험과 반복적 개선이 더 중요한 성공 요소로 작용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아정당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독점적 상품 없이도 고객 중심 사고와 위기 대응 능력만으로 6년 만에 260배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영업 방식과 반복되는 소비자 불만 사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아정당이 앞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더욱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및 중소기업 생태계에서 위기를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모델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소상공인과 가맹점주들에게 아정당의 사례는 "위기는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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