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비자·가맹점주 모두 피해…"한우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국민들이 사랑하는 고급 쇠고기 한우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프리미엄 식재료로 포장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농가는 적자에 허덕이고, 소비자는 비싼 값을 치르며, 외식업체는 허위·과장 마케팅으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가는 울고, 소비자는 비싸게 먹고
한우 농가의 현실은 참담하다. 2023년 기준 비육우 1마리당 순손실 규모가 약 73만6천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료값과 운송비 등 생산비는 급등했지만, 출하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키워봤자 손해'라는 말이 농가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더 황당한 것은 소비자가격이다. 산지 가격이 3년 전 대비 약 28%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게 하락했다.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중간 마진이 쌓이면서 농가와 소비자 사이의 가격 전달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구조적 불합리가 존재한다"며 "유통단계의 마진과 물류비용이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한우 1등급' 간판 뒤 허위 마케팅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외식업체와 프랜차이즈는 '한우 1등급을 저가에'라는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실제로는 품질이나 등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한 식당에는 "한우가 아니다"라는 허위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내고도 제대로 된 한우를 먹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분석가 B씨는 "고급 식재료인 한우를 저가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가맹점주·본사·농가 모두에게 장기적 리스크가 내포돼 있다"고 경고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호구'
한우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사업의 이면도 어둡다. '저가 한우' 정육식당 형태로 빠르게 확장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 물류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 마진이 얇은 모델일수록 매출이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가맹본부의 정보공개가 불투명하고, 리스크 공시가 미흡한 사례도 지적된다.
'한우산업지원법' 드디어 제정…2026년 본격 시행
농가 단체들은 이미 한계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6월에는 "소 한 마리 키워봤자 남는 게 없다"며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러한 요구가 결실을 맺어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한우산업지원법)'이 지난 7월 23일 공포됐다. 2024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7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됐고, 6월 23일 국회 상임위, 7월 3일 법사위·본회의를 통과했다. 2026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률은 한우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한우의 개량과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생산자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한우산업발전협의회'도 설치·운영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농가 지원책이다. 법률은 한우 중장기 수급 정책 수립, 도축·출하 장려금 지원, 경영안정 시책 및 교육·컨설팅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소비 촉진, 유통구조 개선, 수출 기반 조성 등도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한우산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돼지, 쌀 다음으로 크며, 종사 농가수도 축산분야에서 가장 많다"며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 시책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축산경제학 교수인 D씨는 "한우 산업은 농업·축산·외식·유통이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라며 "한우산업지원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정책적 수급조절과 유통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 회복이 살 길
한우는 단순한 외식 메뉴가 아니다. 농가의 생존, 외식업 생태계, 유통 구조의 신뢰성이 모두 걸린 문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는 원산지·등급·판매방식 확인을, 프랜차이즈 창업자에게는 물류비·고정비·마진 구조 검토를, 정책 당국에게는 유통구조 투명화와 가맹사업 규제 강화, 농가 경영안정 지원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구조 개선 없이는 '한우 프리미엄'이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으로, 농가에게는 생존 부담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다. 한우가 다시 '품질과 신뢰'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