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15개 구청장 "사유재산 침해·지방자치 무력화" 정면 충돌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서울시 및 자치구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전례 없는 광역 규제에 대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는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지방자치 무력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전역 한꺼번에 묶은 '초강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과천·성남·광명·수원·용인·하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한시 운영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직접 규제로, 지정 구역 내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계약 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 기준으로 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 초과 시 허가 대상이다.
거래 당사자는 토지 이용 목적과 자금 출처 등을 제출해야 하며, 허가 후에도 목적대로 이용하는지 사후 점검을 받는다. 특히 이번 대책은 아파트 매입 시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했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거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가수요 유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집값 상승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협의 없는 일방 통보" 서울시 강력 반발
그러나 서울시는 대책 발표 직후 "국토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시 주택 담당 간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 지자체와 협의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지만, 서울시 입장에서는 사실상 통보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월 22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와 야권 성향의 1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포괄 규제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주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확대 철회 또는 최소화를 요구했다.
구청장들은 성명에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로, 극히 필요한 지역에 핀셋형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자치구가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지원,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도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행정 업무 부담과 민원 갈등이 급증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며 "서울시와도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거래 잠그는 최강 규제" vs "가격 안정 효과 제한적"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두고 "거래 자체를 잠그는 최강 규제"로 평가한다. 허가 절차가 추가되면서 거래 기간이 길어지고,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도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책 효과를 둘러싸고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후의 가격 흐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가격 안정 효과가 뚜렷하지 않거나 제한적이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강변 일부 지역의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서울 전체가 일제히 얼어붙는 '거래 절벽' 양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세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난 구도 있다.
반면 규제를 덜 받는 오피스텔이나 비(非)아파트 주택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제는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지만, 기대만큼 가격을 잡지 못하고 상품·지역 간 풍선효과만 낳을 수 있다"며 "특히 주거·상업이 섞인 도심에서는 상권과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랜차이즈·소상공인에도 직격탄
이번 조치는 단순히 주택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 인구 이동, 상가 건물 매매·임대, 상권 재편과 임대료 수준 등에 연쇄적으로 파급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출점 전략과 가맹점주·동네 자영업자의 생존 전략도 직결된다. 직영점 부지 매입, 점포 이전, 상가 매수·매도, 담보 대출 구조 등 실물 경제 현장이 모두 토지거래허가제라는 '필터'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강남권, 용산, 재개발 예정지 등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 수요를 억제한 전례는 있다. 하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주택공급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시장까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집값 뉴스'를 넘어 동네 상권과 일자리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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