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납부자만 손해"…피부양자 악용 고리 끊는 강력 제도 개선 시급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중국인의 3대 쇼핑이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습니다. 의료 쇼핑, 선거 쇼핑, 부동산 쇼핑. 특히 건강보험 부정수급으로 대표되는 의료 쇼핑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국민만 손해를 보게 만듭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의원은 최근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안'을 발의하며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2024년 한 해에만 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인원이 1만7087명, 금액은 25억5800만 원에 달한다. 그중 중국 국적자가 1만2033명으로 전체의 70%를 넘는다. 최근 5년 누계로는 약 12만 명이 적발됐고, 부정수급 금액은 200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발되지 않은 부정수급까지 합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료 쇼핑'의 실체, 5가지 부정수급 수법
김은혜 의원이 지목한 '중국인 3대 쇼핑' 중 의료 쇼핑은 건강보험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다양한 수법으로 이뤄진다. 실제 적발 사례를 분석하면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피부양자 등록 후 단기 치료 '먹튀'다. 2023년 보도된 중국 국적 30대 남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람은 입국 직후 가족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뇌종양 검사를 포함해 42건의 진료를 받았고, 단기간 체류 후 출국했다. 고가 검사를 집중적으로 받고 떠나는 이런 유형은 피부양자 자격 인정 요건과 체류기간 검증의 허점을 파고든 전형이다.
둘째, 타인 명의와 번호 도용이다. 불법체류 상태의 외국인이 같은 국적자의 외국인등록번호를 빌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신분 확인이 미흡한 병원에서는 낮은 본인부담금으로 치료가 이뤄졌고, 사후에 적발되기 전까지 수개월간 불법 이용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 자격 상실 후에도 급여를 받는 경우다. 2024년 적발 건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형으로, 보험료 체납 등으로 자격이 정지되거나 상실됐는데도 요양급여를 받다가 적발된 사례가 4만4,943건에 달했다. 자격 변동이 의료 현장에 실시간으로 연계되지 않는 시스템 미비가 원인이다.
넷째, 보험증 대여와 양도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건강보험증을 빌려주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현장에서는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해 제3자가 타인의 보험증으로 진료를 받는 일이 반복됐다. 처벌과 환수 절차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도 이런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로 지적된다.
다섯째, 고액 치료 집중 이용이다. 희귀질환 치료나 고가 약제를 집중적으로 이용해 수년간 수십억 원 규모의 보험급여가 청구된 사례도 보도됐다. 사전심사나 고위험 청구 감시 체계의 세분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김 의원은 "이런 의료 쇼핑이 가능한 이유는 제도의 구멍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특히 피부양자 자격을 악용한 단기 치료 후 출국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실한 국민만 바보 되는 구조"…제도의 구멍 총체적 점검 필요
김은혜 의원은 "부정수급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이 박탈감을 느끼고, 건강보험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정수급이 가능한 이유는 제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는 신분증과 얼굴 대조 등 2단계 본인 확인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 신분증 위·변조 탐지 시스템도 취약하다. 보험료 체납으로 자격이 정지됐어도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어 급여가 계속 제공된다.
피부양자 인정 요건의 증빙 관리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체류기간과 실거주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입국 즉시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고액 치료를 받고 출국하는 '먹튀'가 가능했다. 보험증 대여를 금지하는 규정은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고, 고액·고빈도 청구에 대한 사전심사와 감시 체계도 세분화되지 않았다.
김 의원 측은 "외국인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특정 국적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부정수급 비율이 나타나는 것은 통계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국적자의 부정수급 비율은 다른 국적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이는 단순한 인구 비례 문제가 아니라, 피부양자 제도의 악용 가능성과 본국과의 거리, 의료비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인 '3대 쇼핑', 의료를 넘어 선거·부동산까지
김은혜 의원이 제기한 '중국인 3대 쇼핑'은 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거 쇼핑과 부동산 쇼핑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 쇼핑은 선거 시기에 맞춰 국적을 취득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특정 정치 세력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말한다. 부동산 쇼핑은 한국의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을 교란하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악용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김 의원은 "의료·선거·부동산 쇼핑이 결합되면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권익이 총체적으로 위협받는다"며 "건강보험 부정수급은 그중에서도 국민이 직접 피해를 체감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이미 강력한 제도로 방어 중
독일과 프랑스는 장기체류 요건과 사회보험 가입요건을 체류허가와 촘촘히 연계한다. 단기체류자는 여행자보험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취해 부정수급 여지를 원천 차단한다. 일본은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체류요건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고액·고빈도 진료에 대한 심사강도를 높이고 있다. 영국은 비유럽경제지역 장기체류자에게 이민건강부담금을 부과하고, 단기체류자는 응급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무료 진료 대상이 아니다.
자격과 체류를 연동하고 사전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한국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은혜 의원 법안, 3대 핵심 개선책 담아
김은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한다.
첫째, 피부양자 자격 요건 대폭 강화. 소득과 부양실태를 엄격히 입증하도록 하고, 체류기간과 실거주성을 디지털 증빙으로 검증한다. 입국 즉시 피부양자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일정 기간 체류 요건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둘째, 자격 상실 실시간 연계 시스템 구축. 보험료 체납이나 자격 상실 시 의료기관이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실시간 자격조회 시스템을 의무화한다.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급여를 받는 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본인 확인 절차 2단계 의무화. 의료기관에서 신분증 제시와 함께 얼굴 대조, 인적 질의 등 2단계 본인 확인을 의무화한다. 신분증 위·변조 탐지 시스템 도입도 추진한다.
김 의원은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는 부정수급을 방치하면 성실한 납부자만 손해를 본다"며 "중국인 3대 쇼핑 중에서도 의료 쇼핑으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흑자론은 통계 트릭"…부정수급 차단이 우선
일각에서는 "외국인 건강보험 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연도도 있다"며 부정수급 문제를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2021년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수지가 5,125억 원 흑자였다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김은혜 의원 측은 "통계 트릭"이라고 반박한다. "흑자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외국인 덕분이지, 부정수급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부정수급 규모가 크지 않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부정수급의 진짜 문제는 금액 자체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 붕괴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국민이 "나만 바보 같다"고 느끼고, 건강보험 제도 전체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부정수급을 방치하면 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다.
정부도 제도 보완 나섰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4월 23일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한 결과 '먹튀'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김은혜 의원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한다. "부정수급이 연간 25억 원씩 적발되는데,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다. 고시 개정 정도로는 부족하고, 법률 차원의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의료 현장에서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2단계 본인 확인, 자격 실시간 조회 상시화, 고가 약제와 다빈도 청구에 대한 고위험 룰셋 운영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도 자격상실 실시간 플래그, 피부양자 증빙 디지털화, 출입국 정보 연계를 통한 체류실태 검증을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실한 납부자를 위한 제도, 지금 바로잡아야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명의 도용, 피부양자 악용, 자격 상실 후 이용, 보험증 대여, 고액 치료 집중이라는 다섯 가지 수법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중국인의 '의료 쇼핑'은 선거 쇼핑, 부동산 쇼핑과 함께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 권익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이 박탈감을 느끼고,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김은혜 의원의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안'은 피부양자 자격 강화, 자격 상실 실시간 연계, 본인 확인 2단계 의무화라는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제도의 구멍을 막는다.
부정수급 차단은 특정 국적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성실한 납부자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대한민국 건강보험이 '성실한 납부자를 위한 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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