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1년까지 기금 연장 효과에도 "임시방편" 지적… 정년연장 논쟁 가속화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기자]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연금 개혁안이 세대 간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고 있다. '더 내고 더 받는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려 18년간 정치권에서 표류하던 국민연금 개혁안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개혁안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세대별로 전혀 다른 부담과 혜택 구조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13%까지 단계적 인상… 세대별 '차등 부담' 설계
개혁안의 핵심은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려 2033년 13%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동시에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가입자가 더 많이 내는 대신 더 많이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가 설계한 보험료 인상 방식을 보면 세대별 격차가 극명하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률을 차등 적용받는다.
일견 젊은 세대에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반대 결과를 낳는다. 월급 309만원을 받는 20대 직장인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현재 본인과 회사가 각각 부담하는 보험료는 13만9천원이다. 하지만 2033년 보험료율 13% 적용 시에는 월 2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연간 72만원의 추가 부담이다. 35년 근속을 가정할 경우, 기존 제도 대비 총 2천520만원을 더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대는 5천만원을 추가로 내고도 연금은 2천만원만 더 받게 된다. 결국 3천만원의 '순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반면 50대 가입자는 남은 납부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떠받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 고갈 15년 연장 효과… "2071년 이후는 미지수"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기존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춰진다. 2007년 개혁 당시 고갈 시점을 13년 연장한 것과 비슷한 효과다. 정부는 "최소 15년은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이번 개혁은 시간을 벌어준 것일 뿐,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2071년 이후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2명을 기록해 OECD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율 반등이 요원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개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득 크레바스' 해소 위한 정년연장… 세대갈등 심화
연금개혁과 맞물려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정년연장이다. 현재 법정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65세 사이의 5년 공백,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5년 하반기 공무원 직군부터 개편을 시작해, 2026년 민간기업 권고, 2027년 의무화를 거쳐 2033년 65세 정년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세대별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청년층은 "기성세대가 일자리를 붙잡고 있으면 청년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중장년층은 "60세 퇴직 후 65세까지 무소득 상태로 버티기 어렵다"며 정년연장을 지지한다. 기업들도 우려를 표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하에서 정년연장은 곧 인건비 부담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현 임금체계로는 정년연장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구조적 접근 필요" 한목소리
학계에서는 이번 개혁이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최영준 교수는 "개혁이 세대 간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세대론적 접근을 넘어 임금체계, 고용구조, 사회보장 전반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대일 교수도 "정년연장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65세 정년시대, 진짜 과제는 '사회적 합의'
연금개혁은 단순한 숫자게임이 아니다.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고, 누가 언제 혜택을 보느냐'는 이해관계의 문제다. 이번 개혁이 던진 화두는 재정 안정성을 넘어 세대 간 공정성과 노동시장 구조개편이라는 더 큰 과제로 이어진다. 65세 정년시대는 이제 막 서막을 올렸을 뿐이다. 연금개혁이 촉발한 세대갈등과 정년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균열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단층선이 되고 있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기금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넘어 세대와 산업, 노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연금개혁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의 뇌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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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정년연장 및 연금정책 분석 5부작 중 1편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청년·중장년층 간 일자리 갈등과 사회적 파열음을 심층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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