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에서 ‘협상권 보장’까지.. 프랜차이즈 규제 패러다임 전환..
"받아도 되나요?"에서 "이게 공정한가요?"로 바뀐 법정 공방..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세 번의 물음, 세 번의 진화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2018년 "가맹본부가 차액을 받을 수 있느냐"던 물음은 2024년 "계약과 공개가 제대로 되었는지"로 옮겨갔고, 2025년 들어서는 "공정한 협상이 가능한가"로 진화했다.
지난 7년간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을 뒤흔든 규제 혁명의 궤적을 추적한다.
2018년 3월, 투명성의 서막
변화는 2018년 3월 26일 시작됐다. 시행령 개정으로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및 특수관계인 경제적 이익 기재가 의무화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매출 대비 비율, 주요 품목의 공급가격 범위 등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도는 안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었다. 정보공개서에 기재되어 있어도 실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약하다는 판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맹점주들은 "정보공개서는 봤지만, 계약서에는 없었고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2024년, 세 번의 제도적 혁신
진정한 전환은 2024년 찾아왔다. 3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분야 불공정거래 심사지침」을 제정·시행했다. 필수품목 강제·권장, 거래상대방 제한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이 지침을 법무법인 전문가들은 "차액가맹금 분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7월 3일에는 가맹사업법 개정이 시행되며 결정타가 날아왔다.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 자체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법률신문은 이를 두고 "정보공개서 기재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당사자 간 명시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입법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12월 5일 시행령 개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시 가맹점주와 협의 의무가 부과된 것이다. 법무법인 숲 프랜차이즈센터는 "계약 체결 시뿐 아니라 계약 이행 중에도 가맹점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로, 본부의 일방적 조건 변경을 제도적으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9월, 협상권의 탄생
2025년 9월 23일, 공정위는 주병기 위원장 주재로 현장간담회를 열고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적 대표성을 인정받은 가맹점주단체는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과 유사한 강력한 권리가 프랜차이즈 영역에 도입된 것이다.
계약해지권도 명문화됐다. 과도한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가맹사업법에 명시되면서, 가맹점주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조건이라면 합리적 수준의 비용으로 탈퇴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직영점 운영의무도 확대됐다. 정보공개서 신규등록 때만 적용하던 '직영점 운영의무'(1+1제도)를 업종변경 때까지로 확대해,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도록 강제했다.
법원의 일관된 메시지: 합의 없으면 부당이득
법원의 판단은 일관되게 진화해왔다. 차액가맹금을 받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자헛 2심 재판부는 "피고(본사)는 가맹계약 체결 또는 갱신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차액가맹금이 명시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차액가맹금 대상이 되는 원·부재료가 무엇인지, 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일방적으로 정한 만큼 묵시적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2024년 법 개정은 이를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으로 못 박았고, 2025년 공정위 종합대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가맹점주가 아닌 가맹점주단체가 집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까지 부여했다.
'적정 도매가' 논란은 계속된다
차액가맹금 분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적정한 도매가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은 차액가맹금을 "적정한 도매가격을 초과해 취하는 금액"으로 정의하지만, 그 '적정한' 기준이 모호하다. 법제처와 판례에 따르면, 도매가 형성이 곤란한 경우 정상적인 거래로 구입 가능한 가격 또는 본부가 타사에서 매입한 구입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논쟁이 계속된다.
가맹본부가 대량매입으로 할인을 받은 경우 그 혜택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본부가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품질관리, 브랜드 관리, 연구개발 등의 비용은 어디까지 차액에 포함될 수 있는가? 본부가 독자 개발한 제품의 개발비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일부 전문가는 "대량매입 할인을 가맹점에 모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부의 역할과 위험 부담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론한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용유 같은 제품까지 본부를 통해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성숙의 과정, 2024~2025년
2018년부터 2025년까지의 변화를 종합하면, 한국 프랜차이즈 규제는 '투명성 확보'에서 '공정한 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도 부족하다. 이제는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2025년 종합대책의 핵심이다.
분쟁의 질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반환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적정 도매가 산정 방법, 비교대상 선정, 대량매입 할인 반영 여부, 본부 서비스의 가치 평가 등 회계·경제 분석 중심의 정교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결국 차액가맹금 논란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024~2025년은 그 대전환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BOX] 프랜차이즈 규제 주요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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