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유지가 곧 경기력" 선수·관계자 극찬 속 친환경 과제도 부각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2026년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메달만이 아니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설원 위에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약 '필수템'으로 떠오른 발열도시락이 올림픽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스키점프 대기실부터 크로스컨트리 결승선까지, 스스로 열을 내는 이 '마법의 도시락'은 단순한 편의식품을 넘어 경기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게 정말 데워져요?" 현장의 놀라움
빙판 위에서 경기를 준비하던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는 처음 발열도시락을 접하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만 부으면 12분 만에 뜨거운 밥과 국이 나온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더라고요. 추운 날씨에 체온을 유지하는 게 경기력에 직결되는데, 이 도시락 덕분에 컨디션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대회 의료진과 운영 스태프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의무요원은 "야외 의료텐트에서 장시간 대기하다 보면 손발이 얼어붙는데, 발열도시락으로 따뜻한 식사를 하면서 체온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화기 사용이 제한된 경기장 환경에서 이만한 해결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화학의 마술, 12분의 비밀
발열도시락의 비밀은 'FRH(Flameless Ration Heater)'라 불리는 가열 패드에 있다. 마그네슘과 철 합금 분말로 이루어진 이 패드에 물 30ml만 부으면 화학 반응이 시작된다. 마그네슘이 물과 만나 수산화마그네슘과 수소를 생성하며 강력한 열을 방출하는 원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초부식성 갈바닉 전지' 메커니즘이다. 합금된 철 입자가 촉매 역할을 하며 반응을 가속화하고, 소금물이 전해질로 작용해 각 금속 입자를 수천 개의 미세 배터리처럼 작동시킨다. 그 결과 불과 12~15분 만에 도시락 온도를 60도까지 끌어올리는 놀라운 효율을 보여준다.
전장에서 올림픽까지, 기술의 여정
이 기술의 기원은 의외로 전쟁터다. 1970년대 이전 전장의 병사들은 음식을 데우기 위해 고체 연료를 사용하거나 차량 엔진 위에 캔을 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미 육군 나틱 연구소가 1973년부터 이 문제의 해결책을 연구했고, 1980년대 신시내티 대학 연구팀을 통해 현재의 FRH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이 기술은 1990년 걸프전에서 약 450만 개가 보급되며 실전 검증을 마쳤고, 1993년부터 미군 전투식량(MRE)의 표준이 됐다. 전장의 생존 기술이 올림픽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지원하는 도구로 승화된 셈이다.
편의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발열도시락의 인기와 함께 환경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증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생분해성 소재인 PLA(폴리락트산) 도입에 나섰다. 편의점 CU는 기존 폴리프로필렌 용기를 옥수수 등 식물성 원료 기반의 PLA로 교체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PLA 소재 1,000톤 사용 시 기존 소재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770톤 절감할 수 있다. 연간 3,0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는 CU의 사례는 '지속 가능한 액티브 패키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안전한 폐기 관리도 중요하다. 발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 가스는 밀폐 공간에서 화재 위험이 될 수 있다. 미활용 발열기는 미국 등에서 '유해 폐기물'로 분류될 만큼 엄격히 관리되며, 사용 후 반드시 물을 부어 반응을 완료하고 충분히 냉각시킨 후 배출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청사진
업계 관계자들은 발열도시락이 단순한 올림픽 특수를 넘어 일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캠핑족의 급증, 1인 가구 증가, 재난 구호 수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발열도시락은 '액티브 패키징' 기술의 대표 사례"라며 "단순한 용기를 넘어 내용물과 상호작용하며 조리 기능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패키징이 미래 식품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남긴 유산은 메달만이 아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검증된 발열도시락 기술은 과학적 편리함과 환경적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혁신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군사 기술에서 시작해 올림픽을 거쳐 일상으로 스며드는 이 여정은, 기술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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