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만든 신화, 이제 깨질 시간이다” -- 새벽배송 재개가 폭로한 착각

박세현 기자

shpark@fransight.kr | 2026-02-06 11:19:05

속도만 외치던 시장의 붕괴… 대형마트가 다시 움직이는 진짜 이유
프랜차이즈 업계가 아직도 모르는 것: ‘구조 전쟁’이 시작됐다
AI 생성 이미지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한국 유통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하나의 신화를 믿었다.

“속도가 모든 것을 이긴다.”

쿠팡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이 문장을 진리처럼 받아들였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로켓배송. 빠르기만 하면 소비자는 따라온다는 단순한 공식이 업계 전체를 지배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재개 움직임은 그 신화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쿠팡에 대한 대응’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인 해석이다.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배송 경쟁의 재개가 아니라 유통 권력 구조의 재편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은 규제 속에서 의도적으로 느려지도록 설계된 산업이었다.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은 소비자 편익보다 산업 균형이라는 명분을 앞세웠고, 그 사이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상 무제한 확장을 누렸다. 결과적으로 한국 유통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성장해왔다.

이제 그 운동장이 평평해지기 시작했다.

대형마트가 가진 진짜 무기는 새벽배송 자체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전국 점포망이다. 온라인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물류센터를 지어야 했던 반면, 대형마트는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순간 즉시 배송 네트워크를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역전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 치명적인 변화는 소비자 심리에서 나타난다. 플랫폼 알고리즘 논란 이후 소비자는 “추천된 상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속도보다 신뢰, 편리함보다 검증된 품질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 영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여전히 착각 속에 있다.

첫 번째 착각은 ‘우리는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다. 틀렸다. 새벽배송의 확대는 소비자의 장보기 루틴 자체를 바꾼다. 소비자가 집 앞에서 즉시 장을 볼 필요가 줄어들면, 편의점과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의 방문 동기는 약해진다.

두 번째 착각은 ‘배달 플랫폼만 잘 붙으면 된다’는 전략이다. 플랫폼에 종속된 순간, 브랜드는 데이터를 잃고 고객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플랫폼 입점이 아니라 자체 네트워크 구축이다.

세 번째 착각은 ‘속도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속도 경쟁은 자본력 싸움이다. 프랜차이즈가 이길 수 있는 영역은 초근거리 경험, 지역 신뢰, 차별화된 상품이다.

SSM은 이 변화 속에서 뜻밖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골목마다 있는 점포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최적 거점이며, 프랜차이즈 모델은 물류 네트워크로 재탄생할 수 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가장 위험한 위치에 서 있다. PB 혁신 없이 출점만 늘리는 전략은 새벽배송 확대와 동시에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가, 아니면 시대에 뒤처진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가.

새벽배송 전쟁은 배송 서비스의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 물류, 신뢰, 그리고 소비자의 일상 동선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쿠팡이 만든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시장은 더 이상 한 기업의 속도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가진 자가 시장을 다시 정의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아직, 그 싸움이 시작됐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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