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운영·원가율 30% 이하가 생존 조건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분석 결과, 위기는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평식업'과 '외식업'으로 구분되는 시장에서 명확한 승부가 갈렸다. 본지가 업계 데이터와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 위기의 실체와 생존 법칙을 파헤쳤다.
위기의 진단: 무너지는 평식업 vs 견디는 외식업
자영업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업종의 성격부터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평식업은 특별한 목적 없이 간판을 보고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점을 지칭한다. 일반 고깃집, 점심 전문 식당, 기본형 치킨집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외식업은 약속을 잡고 목적 의식을 갖고 찾아가는 음식점으로, 특화된 레스토랑, 디저트 전문점, 체험형 매장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통계 분석 결과, 폐업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영세 평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영업 위기라고 하지만 실상은 평식업의 위기"라며 "외식업 중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들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식업 프랜차이즈, 삼중고에 무너지다
평식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대체재의 공세다. 편의점 도시락, 프리미엄 간편식, 밀키트와 냉동식품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요리 채널의 확산으로 집밥의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시장'에서 평식업의 우위는 사라졌다.
둘째는 고정비의 덫이다. 월 매출 3000만 원 기준 가맹점의 수익 구조를 분석하면 원가율 40%, 임대료 15%, 인건비 25%, 수수료 5%가 차감돼 순이익은 15%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배달 비중이 30%만 되어도 수수료 부담으로 순이익은 6%까지 급락한다.
셋째는 '반쪽짜리 사장' 구조의 한계다. 메뉴 기획, 가격 결정, 마케팅 권한을 본사에 의존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 매뉴얼만 따르는 가맹점은 사실상 월급쟁이와 다르지 않다"며 "리스크는 사장이 지지만 권한은 본사에 있는 기형적 구조"라고 꼬집었다.
생존 전략의 양대 축: 목적성 vs 효율성
그렇다면 어떤 가맹점들이 살아남고 있을까. 해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 외식업형 전략: 목적성을 창조하라
첫 번째는 외식업형 접근이다. 아웃백은 복합몰로, 투썸플레이스는 주거·오피스·대학가에 집중하는 등 초집객 상권에 입점한다. 샐러드나인의 다이어트, 당술샘의 전통 한식 현대화, 디저트39의 무설탕 특화 등 차별화 컨셉도 핵심이다. 여기에 캐치테이블 예약 시스템과 인스타그램 '핫플' 홍보로 목적성 방문을 끌어내는 디지털 마케팅이 뒷받침된다.
◇ 평식업형 전략: 효율성을 극대화하라
두 번째는 평식업형 효율화다. 김밥천국은 대량 구매와 표준화로 원가율 30% 이하를 달성했다. 치킨 전문점 '미락'은 메뉴를 단순화해 1인 운영으로 인건비 0원을 실현, 순이익률 40%를 기록했다. 원가율을 낮춘 상태에서 배달 수수료를 감당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배달 친화 모델 구축이 관건이다.
본사 대응 역량이 가맹점 생존 좌우
가맹점의 생존에는 본사의 대응 역량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존형 본사들은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BBQ는 1인 창업 패키지와 무인 시스템을, 맥도날드는 24시간 무인주문과 배달 특화 매장을, 투썸플레이스는 공간 경험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위기의 본사들은 높은 공급가와 가맹비를 고수하면서 신메뉴 개발 없이 가맹점 수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며 도태되고 있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생존 체크리스트
전문가들은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사업자들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필수 3요소로는 원가율 30% 이하, 1~2인 운영 가능, 배달권역 확장성 확보를 꼽았다. 본사 역량 평가에서는 평균 순이익률 15% 이상, 3년 생존율 80% 이상, 직영점 비율 20%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해당 아이템이 외식업인지 평식업인지, 고객이 찾아올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시장성 분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어정쩡한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며 "차별화든 효율화든 확실히 한쪽을 잡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영업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본질은 선택과 전략의 문제"라며 "준비된 창업자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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