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환호와 "현실 무시" 분노 사이, 무엇이 진실인가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지난 8월 말 서울 성수동에 등장한 990원짜리 소금빵 하나가 대한민국 제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전석재)가 운영한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소비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지만, 동시에 전국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990원 실험의 시작
논쟁의 발단은 8월 말 슈카월드가 성수동에 오픈한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다. 그는 평소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뤄온 물가 문제, 특히 치솟는 빵값에 대한 문제의식을 실천으로 옮겼다.
"빵값이 왜 비싸졌는지, 유통·포장·마진을 줄이면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소비자와 함께 체험해보겠다"는 취지로 소금빵을 990원에, 기타 빵류를 3000원대의 파격적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팝업스토어의 가격 설정은 기존과 달랐다. 일반적인 '마진율' 개념 대신 '마진액'(개당 고정 마진) 방식을 도입했다. 산지 직송으로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포장을 최소화하며, 공정을 단순화해 부수 비용을 낮춘 후 개당 일정한 마진액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소비자 열광, 언론 집중... 전국적 이슈로
99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착한 가격'에 열광했고, 팝업스토어 앞에는 연일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8월 29일 주요 경제지 보도를 시작으로 논쟁이 점화됐고, 9월 1일에는 KBS 등 공중파가 연속 보도하면서 '빵값 잡기' 논쟁이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빠르게 확산돼 수많은 언론과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현장을 찾았다.
언론은 초저가 판매의 파급력, 빵값 인상 체감, 현장 안전·혼잡 문제, 자영업자 반발 등을 동시에 조명했다. 슈카월드의 실험은 단순한 빵 판매를 넘어 '빵값은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사회적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자영업자들의 분노 "990원은 불가능한 가격"
소비자와 언론의 뜨거운 관심 이면에서는 제빵 자영업자들의 차가운 분노가 움트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의 이벤트로 치부하던 이들도 사태가 확산되고 슈카월드의 행위가 마치 '정의로운 저항'처럼 비치자 강력히 반발했다.
현장의 제과점주와 제빵사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가격의 '비교 기준'이었다. 소금빵 한 개의 재료비만 800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건비, 광열비, 카드수수료, 폐기비용 같은 상시 고정비를 더하면 990원은 절대 불가능한 가격이라는 주장이다.
"팝업의 단순 공정·대량 생산·포장 최소화"와 "동네 매장의 다품종·소량·상시 운영"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국 제빵업의 인건비 비중(제조원가의 약 28.7%)과 도심 상권 임대료, 유통비·프랜차이즈 과열 경쟁 등 구조적 요인이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이 더 큰 분노를 느낀 지점은 '프레임' 형성이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정직하게 빵을 만들어온 자신들이 졸지에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한 상인으로 매도되는 상황에 깊은 억울함과 위기감을 느꼈다.
슈카월드 "구조를 보여주려는 실험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슈카월드는 해명에 나섰다. "빵값 구조를 소비자와 함께 체험해보자는 취지였고, 산지 직송·포장 최소화·저마진으로 가능한 가격을 시험해본 것"이라며 "자영업자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 흔들기' 혹은 '콘텐츠 홍보용 이벤트'에 가깝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했다. 실험의 전제가 '상시 영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결국 9월 6일경 '영업 중단'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혼잡·안전·운영 부담 등이 중단 이유로 거론됐다. 팝업 종료 소식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실험은 성공했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라는 반응과 "실험이 동네빵집을 '폭리'로 낙인찍었다"는 비판이 맞섰다.
논쟁의 본질은 '비교 기준'
약 8일간 대한민국을 달군 990원 소금빵 논쟁은 소비자 체감 물가와 제과업의 비용 구조를 한 번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논쟁의 핵심은 "팝업형 실험의 단가"와 "상시 영업의 총원가"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는가에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착한 가격'에 대한 갈망과 생계를 걸고 매일 빵을 굽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벌어진 이번 논쟁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와 인식의 간극을 드러냈다.

다음 2부에서는 동네 베이커리 사장들의 구체적 원가 구조와 고정비, "폭리 프레임"에 대한 반박을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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