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수출·기술력으로 살아남는다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국내 김밥 산업이 2025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물결을 직면하고 있다. 규모나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소형 브랜드는 지속적인 점포 감소 압박을 받고 있고, 역량 있는 브랜드 중심의 통합, 합병, 정리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생존 키워드는 '프리미엄·수출·기술력'
생존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 프리미엄화다. 저온 숙성 재료, 무첨가·저염 옵션, 비건 김밥, 지역 특산물 응용 등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바르다김선생과 선비꼬마김밥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
둘째, 수출이다. K-푸드 열풍을 타고 냉동 김밥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냉동 김밥 수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2025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CU의 경우 2024년 7~8월 외국인의 김밥 매출이 231% 급증했다. 공항과 관광지 상권 확대도 기회다.
셋째, 기술력이다. 김의 바삭함 유지, 속재료 신선도 유지, 포장 방식 개선 등 제조·유통 기술 경쟁력 확보가 브랜드 생존 요소가 될 것이다. 중앙주방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가 원가 절감과 품질 관리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 다변화도 중요하다. 편의점 협업, 온라인 주문과 배달, 공항·역·관광지 입점 확대 등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브랜드는 편의점과 OEM 계약을 맺거나 냉동 김밥 제조에 나서는 등 사업 모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별 생존 전략
김가네는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과 리브랜딩 실행을 기반으로, 비용 절감과 가맹점 보호 전략 강화가 시급하다. 고봉민김밥인은 507개(2023년 기준)의 많은 점포수라는 강점을 활용해 물류와 공급망 중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바르다김선생은 프리미엄 전략을 더욱 강화해 브랜드 충성도 기반을 확대하고, 싸다김밥은 평균 매출이 강세인 만큼 점포 수 확장보다 '고효율' 점포 중심 운영 전략이 유리하다.
얌샘김밥, 토마토김밥, 선비꼬마김밥 등 중견 브랜드는 틈새화 전략이 필요하다. 특화 메뉴, 지역화,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형 브랜드와 편의점 사이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
골목 김밥집의 절박한 현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전략과 별개로, 골목의 개인 김밥집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브랜드 인지도도, 규모의 경제도, 기술력도 없는 이들에게 2025년은 '생존'이 가장 큰 화두다.
김밥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대표적인 한 끼였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를 편의점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소규모 김밥집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 줄 김밥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 반면, 편의점 삼각김밥은 절반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은 명확하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소비 패턴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유통망과 자본을 가진 편의점은 원가 절감과 물류 효율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는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버텨야 한다. 결국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동네 김밥집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김밥집의 가치’다. 동네 김밥집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 소통 공간이자 한국인의 생활문화가 응축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성비’와 ‘편리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 앞에서 그 의미마저 잊혀져 가고 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광장시장 마약김밥처럼 '맛'으로 승부하거나, 통영 충무김밥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김밥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관광객과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경험'을 제공하는 김밥집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평범함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2024년 김밥 산업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평범함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편의점의 저가 공세, 원가 상승, 규제 강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차별화 전략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싸다김밥은 극단적인 저가 전략으로, 바르다김선생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비꼬마김밥은 틈새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한 포지셔닝과 타깃 고객,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면 김가네와 김밥천국처럼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거나, 명확한 차별화 없이 '중간' 전략을 취한 브랜드들은 고전했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2024년은 증명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2025년은 김밥 산업의 구조조정 원년이 될 것"이라며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더욱 강해지고, 도태되는 브랜드들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800억 시장, K-푸드 열풍 타고 제2의 도약
2024년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 산업은 1800억~2200억원 규모다. 규모만 보면 작지만, 김밥이 한국인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이 시장이 지속 가능한가다.
K-푸드 열풍이 지속되면서 김밥은 비빔밥, 불고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냉동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신선도 유지 문제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밥이 최신 냉동 기술 덕분에 장거리 수송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김밥 산업은 '전통'과 '혁신'이라는 두 키워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편의점이냐, 전문점이냐. 저가냐, 프리미엄이냐. 내수냐, 수출이냐. 김밥 전쟁의 승자는 이 질문에 가장 명확한 답을 내놓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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