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소매업 연매출 40% 집중, 한국도 12월 매출 최대 고점 형성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매년 12월 25일, 전 세계가 멈춘다. 기독교 국가는 물론 비기독교 문화권까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날 하루를 위해 쏟아지는 돈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대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시작됐고, 왜 이토록 강력한 경제적 파급력을 갖게 됐을까.
놀랍게도 성경 어디에도 예수의 정확한 생일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신약성경 복음서(마태복음, 누가복음)에는 예수 탄생 이야기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명시되지 않았다. 초대 기독교회는 1~3세기 동안 예수의 탄생일을 별도로 기념하지 않았으며, 부활절이 훨씬 중요한 축일이었다.
기독교 역사 연구에 따르면,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로 정해진 것은 4세기경 로마 교회의 결정이었다. 당시 로마 제국에서는 동지 무렵 황제권 강화와 제국 통합을 상징하는 '솔 인빅투스(Sol Invictus: 무적의 태양)' 축제와 농신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로마 교회는 이 시기를 예수 탄생 기념일로 정하면서 "어둠 가운데 빛이 임했다"(요한복음 1:5)는 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초기 기독교 문헌에는 또 다른 계산도 등장한다. 3세기 신학자들은 예수의 수태일을 3월 25일(성육신 기념일)로 보고, 9개월 후인 12월 25일을 탄생일로 추정했다. 어떤 경로든 확실한 것은 12월 25일이 공식 축일로 자리 잡은 것은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라는 점이다.
중세 시대 크리스마스는 교회 의식과 민속 축제가 뒤섞인 대규모 향연이었다. 종교극이 공연되고 사람들은 며칠씩 술을 마시며 춤췄다. 그러나 17세기 영국과 미국 식민지의 청교도들은 이를 비성경적이라 여겼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659년부터 1681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면 5실링의 벌금을 물었다.
현대적 크리스마스 문화는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형성됐다. 1843년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구두쇠 스크루지 이야기)은 가족 중심의 따뜻한 축제 이미지를 대중화했다. 독일 전통인 크리스마스 트리는 1840년대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독일 출신)의 결혼으로 영국 왕실에 도입된 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산타클로스, 4세기 주교에서 광고 아이콘으로
산타클로스의 실제 모델은 270~343년경 활동한 소아시아 미라(현 터키) 지역의 '성 니콜라오스 주교'다. 기독교 성인 전기에 따르면 그는 가난한 집안의 세 딸에게 몰래 금화를 던져주어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준 일화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가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며 'Sinterklaas'에서 'Santa Claus'로 변형됐다. 결정적 이미지는 1931년 코카콜라 광고 캠페인에서 완성됐다.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블롬이 그린 ‘붉은 옷의 인자한 할아버지’ 이미지는 전 세계 표준이 됐다. 북극, 순록 썰매, 굴뚝 배달 등의 설정은 19~20세기 미국 문학과 광고 산업이 만든 창작물이다.
연간 소매 매출의 40%가 몰리는 경제 시즌
미국 소매연맹(NRF) 통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11월~12월 연말 쇼핑 시즌 매출은 연간 전체의 25~40%를 차지한다. 2024년 미국의 경우 연말 시즌 소매 판매액만 9,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12월은 최대 소비 시즌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주요 유통업체 자료를 보면, 커피·디저트 카페는 평소 대비 30~50%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패밀리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역시 20~40% 신장세를 보인다. 편의점 업계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선물세트로 12월 매출이 연중 최고치를 찍는다.
관광·레저 산업도 수혜를 본다. 국내 주요 호텔의 크리스마스 패키지 상품은 한 달 전 조기 마감되며, 스키장과 리조트는 겨울 휴가 수요로 성수기를 맞는다. 글로벌 문화 산업에서도 크리스마스는 특별하다. 빌보드 차트 분석에 따르면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4년 발매 후 매년 12월 재진입해 누적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창출했다.
한국의 크리스마스, 1949년 공휴일 지정 후 정착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으로 법정 공휴일이 됐다. 당시 기독교 인구 증가와 미군정의 영향이 컸다. 1950~60년대에는 주로 교회 중심 종교 행사였으나, 1980~90년대 경제 발전과 소비문화 확산으로 연인과 가족 중심 축제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2010년대 이후 명동·홍대·여의도 등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확산됐으며, 호텔 패키지와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끈다. K-pop 산업도 크리스마스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다. BTS, 블랙핑크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크리스마스 곡과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억 회 재생되며 한국식 크리스마스 문화를 세계에 전파한다.
빛과 희망, 비즈니스 성공의 메시지
크리스마스의 신학적 핵심은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로 요약된다. 권력자가 아닌 가난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의 이야기는 겸손과 섬김의 가치를 상징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는 종교를 넘어 희망, 평화, 나눔의 보편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대표적 기부자 조언 기금인 ‘뱅가드 체리터블’ 등 자선단체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기부금의 30% 이상이 12월에 집중된다. 소비자들은 제품만이 아니라 감성과 의미를 함께 구매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성공의 핵심을 "빛, 희망, 감사"의 메시지를 브랜드 스토리에 담는 것이라 조언한다.
4세기 로마의 결정에서 시작된 12월 25일은 2000년을 거쳐 세계 최대 문화·경제 이벤트로 진화했다.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인류 보편의 따뜻한 정서를 담은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매년 겨울, 전 세계를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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