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AI·빅데이터가 만드는 농업 프랜차이즈 플랫폼의 탄생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농업현장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결합된 스마트팜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농업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외식·유통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원재료 가격 불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수직계열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본 기사는 최근 1년간 국내외 실태와 정책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이 프랜차이즈 산업에 제공하는 기회와 제약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시장이 말한다: 글로벌 9.8%, 국내 15.5% 성장
숫자가 증명하는 스마트팜은 현재진행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38억 달러에서 2025년 약 220억 달러로 연평균 9.8%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국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은 2.39억 달러에서 4.91억 달러로 연평균 15.5%라는 글로벌 평균을 훨씬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빠른 성장 배경에는 한국 농업이 직면한 절박한 현실이 있다. 농업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심각한 내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발간된 '스마트농업 실태조사' 보고서는 국내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과 확산이 본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의지도 명확하다. 2024년 기준 약 16% 수준인 AI 기반 스마트농업 도입률을 2030년까지 3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2025년 업무계획에서는 스마트농업 생산 비중을 16%에서 2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더 이상 스마트팜이 '미래 실험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기술 스택의 진화: 1세대에서 2세대로
스마트팜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다. 현대 스마트팜은 기술 수준에 따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되며, 이 차이가 농업의 지능화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1세대 스마트팜은 '농장의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춘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모니터링하고 냉난방기나 관수 밸브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편의성은 향상됐지만 언제 얼마나 온도를 높이고 물을 줄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전적으로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다. 시스템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경고를 보내는 '도구'의 역할에 머물렀다.
2세대 스마트팜은 '농장의 지능화'를 구현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한국형 2세대 모델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의 종류와 활용 방식이다. 1세대가 온도, 습도 등 환경 정보만 수집했다면, 2세대는 작물의 키, 줄기 굵기, 잎 색깔, 병징 등 생체 정보까지 수집한다. 클라우드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최적의 생육 모델을 만들고, 시스템이 스스로 최적 환경을 제어하며 미래 생산량을 예측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등 의사결정 지원까지 수행한다.
이 진화는 농업인이 사용하던 '도구'가 농업인의 지능을 증강시키는 '파트너'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초보 농업인도 전문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모델 적용 가능성을 열어주는 핵심 변화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본 기회와 위협
기회는 명확하지만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먼저 기회 요인을 보자.
스마트센서, 자동화온실, AI 생육관리가 도입되면 인력·에너지·자재 비용 절감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 농업에서는 혁신기술이 절실하다.
데이터 기반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동일 시스템을 여러 농장에 적용하면 품질이 일정해지고 브랜드화·프랜차이즈화 여건이 마련된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본사-가맹점'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확산될 여지를 갖는다.
신사업 영역 창출도 가능하다.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한 체험농장, 직매장과 카페 결합, 로컬 푸드와 연계한 유통플랫폼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특히 외식·유통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농산물 가격 상승과 원재료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농업을 내재화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
정책지원도 든든한 배경이다. 정부의 '스마트농업육성 기본계획' 및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 등이 재정·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어 창업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협 요인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초기 투자비용과 기술 리스크가 크다. 스마트팜 설비·ICT 시스템·데이터 분석 인프라는 초기 비용이 크고 기술 운영능력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중소 창업자는 자금조달 및 운영인력 문제에서 부담을 느낀다.
둘째, 데이터 표준·호환성 문제가 존재한다. 다양한 센서·장비·플랫폼이 난립하고 서로 다른 데이터 형식·운영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팜 산업은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여러 가맹점을 통제하거나 품질을 균질화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셋째, 농지법 및 유통구조 제약이 있다. 농업은 여전히 토지이용 규제·농지전용 제한 등이 존재하며, 유통·가공·판매까지 연결하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기엔 기존 유통구조가 복잡하다.
넷째, 프랜차이즈 적용의 현실적 한계가 있다. 프랜차이즈 모델이 농업에 곧바로 적용되기엔 가맹점·본사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하고, 품질·생육조건이 날씨·기후·생태 등 외생변수에 좌우되는 만큼 '표준화'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
해외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글로벌 선진국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생태계 중심형' 모델로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바헤닝언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프리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생태계 안에서 성장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시장 주도형' 모델이다. 정부는 기초 연구 지원에 집중하고 실제 기술 개발과 상용화는 존 디어 같은 대기업과 활발한 벤처 투자를 통해 민간 부문이 주도한다. 광활한 국토를 배경으로 노지 정밀 농업과 데이터 비즈니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일본은 '기업 참여 촉진형' 모델이다. 정부는 일반 기업들이 농업 분야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농지법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자국의 강점인 로봇과 AI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정책 흐름을 읽는 것이 전략 수립의 핵심이다. 농식품부는 2025년 발표한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AI·로봇 기반 스마트농업 생산체계 구축을 명시했다. 2025년 업무계획에서는 스마트농업 생산비중을 20% 수준까지 확대하고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출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2025년 10월 농식품부는 사우디아라비아 '2025 Saudi Agriculture' 박람회에 국내 스마트팜 및 농기자재 기업 14개사를 동반해 한국관을 운영했다. 중동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것이다. 2024년 12월 발표된 자료에선 2025년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4개소, 임대형 지능형농장 2개소를 선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이러한 정책 흐름은 스마트팜을 단순한 농업 혁신이 아닌 산업화 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기술-데이터-유통이 결합된 플랫폼형 농업이 본격 성장할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
성공 사례가 말해주는 것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발간된 스마트농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원예·양액재배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팜이 확산 중이며 청년창업·임대형 온실 등 정책모델이 동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7.9% 향상됐으며 노동 시간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네덜란드의 플랜트랩이나 미국의 플렌티 같은 수직 농장 기업들은 기존 농법 대비 물과 토지 사용량을 90~99%까지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최대 350배까지 높이는 극적인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축산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난다. 국내 한 양돈 농가는 사료 섭취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질병 발생 구간을 조기에 파악하고 백신 프로그램을 개선함으로써 출하 일령을 10일 이상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창업자를 위한 제언
현실적인 접근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첫째,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할 경우 기술체계와 데이터관리 플랫폼 구축이 필수다. 센서·자동화·AI 분석 기술과 생육·환경·출하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이 없다면 단순 설비만 갖춘 스마트팜은 차별화되기 어렵다.
둘째, 프랜차이즈 모델을 접목할 경우 본사가 해당 농업모델을 가맹점주에게 제공하고 품질·생산·출하·유통까지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본사가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러 가맹형 농장을 운영하며, 동일 품종·생장환경·자동화 관리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구조다.
셋째, 정부지원을 적극 활용하되 투자비 대비 수익률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보조금·임대형 스마트팜·육성지구 등을 활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수익구조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넷째,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외식/유통+체험/데이터 서비스'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작물을 본사 브랜드 외식점에서 사용하거나, 체험농장과 직매장을 결합한 복합형 공간을 운영하는 구조 등이다.
다섯째, 기술변화가 빠르므로 데이터·플랫폼 표준화 동향, 농지법·가맹사업법 등 규제 변화,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농업은 프랜차이즈의 새 영토다
향후 5년간 스마트팜 시장은 '스마트농업 2.0'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자동화·원격제어 단계를 넘어 데이터-AI 분석 기반 생산체계에서 유통·체험·소비까지 통합된 플랫폼형 농업이 등장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창업자들은 이 흐름을 '농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유통·서비스 간 경계를 해체하며,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축, 예비창업자에게는 현실적인 그린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 다만 과도한 기대보다는 현실적인 수익구조 설계와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표준화된 운영체계, 가맹농가 지원시스템, 수익구조 설계, 제도준비가 동반될 때 비로소 스마트팜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농업은 이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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