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본사여, 이제 '그린 프런티어'로 눈을 돌려라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농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2030년, 농업은 더 이상 논밭의 산업이 아니다. 센서, AI, 로봇, 데이터, 플랫폼이 융합된 '스마트팜 3.0' 시대에는 농장이 곧 하나의 서비스 산업 플랫폼이 되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를 농업형 유통·외식·체험 브랜드로 연결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도시근교형 수직농장이 있다. 이 새로운 농업형태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유통·물류·소비의 혁신 구조를 재편하는 프랜차이즈 플랫폼으로 부상 중이다.
시장·기술·정책, 세 바퀴가 동시에 돌아간다
국내 농업 IoT 시장은 2024년 9억 9,470만 달러에서 2030년 15억 5,920만 달러로 연평균 7% 성장이 전망된다. 더욱 주목할 것은 농장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이다. 2024년 1억 4,350만 달러에서 2030년 3억 6,940만 달러로 연평균 17.7%라는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다. 이는 스마트팜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플랫폼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5~2029년 스마트농업산업 성장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농업 생산에서 스마트팜 비중 확대를 최우선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 2024년 7월 시행된 스마트농업법은 법적 기반을 확립했고, 청년 창업농을 위한 스마트팜 융자 및 보조 제도는 최대 3억 원에 1% 고정금리 융자까지 확대됐다.
기술 고도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AI 기반 생육 자동관리와 로봇 수확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도시형 수직농장 기술은 탄소배출을 최대 80%, 물 사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작물 품질 예측 정확도는 이미 85% 이상에 달한다.
도시근교 수직농장, 프랜차이즈의 새 축이 되다
도시근교형 수직농장은 2030년 스마트팜 프랜차이즈의 핵심 축으로 전망된다. 이 유형은 도심 소비지 근처 공장형 농장으로, 기술 집약적이지만 유통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입지는 서울·인천·성남 등 물류거점 인근으로, 매장·체험·직매장과 결합이 가능하다. 인공조명, AI 생육제어, 수경재배, 무농약 환경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표준화와 품질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어 가맹농장에 최적이다. 300~1,000㎡ 규모의 중소형 모듈형 단지가 확산되며 본사-가맹점 단위로 확장이 가능한 구조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노동비와 토지비 절감 효과가 커서 ROI 예측과 운영매뉴얼만 잘 갖춰지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매장, 레스토랑, 편의점형 소매점 결합 모델을 통해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 절감 90%, 탄소배출 절감 80%라는 환경효과는 ESG 프랜차이즈 전략에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대표 사례로는 일본 스프레드가 연 1,000만 포기 규모의 AI 자동생산 수직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Bowery Farming은 AI 농장 데이터를 수집해 리테일 체인에 직납하고 있다. 한국 엔씽은 컨테이너형 모듈 농장 플랫폼을 구축해 중동 수출을 진행 중이다.
수직농장은 품질이 균질하고 공간 제약이 적어 도시형 가맹농장 모델로 적합하다. 본사가 설비·조명·데이터 플랫폼을 통합관리하고 가맹농가는 운영만 수행하는 구조다. 브랜드형 농장카페 또는 'Farm to Store' 직매 형태로 연결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본 구조적 변화
기존 외식·유통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재료 공급망과 브랜드 네트워크가 강하다. 이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자체 생산을 수직 통합하고 이를 가맹농가 형태로 확대하면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본사는 스마트팜 데이터·설비·운영 매뉴얼을 구축하고, 가맹농가(농업형 가맹점)가 동일 품종·조건으로 재배한다. 본사는 그 작물을 브랜드 매장·직매장·체험농장으로 유통하고, 소비자에게는 '농장에서 매장까지' 브랜드 가치가 전달된다.
소비자는 단순히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생산 과정·체험·스토리텔링을 원한다. 스마트팜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를 활용해 농장 방문, 체험카페, 직매장 등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로써 농업은 '생산'에서 '체험·서비스'로 변모한다.
스마트팜 플랫폼이 표준화되면 지역 농가뿐 아니라 해외 라이선스 또는 가맹형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기술·운영체계가 본사에서 설계되고 가맹 네트워크가 국내외로 퍼질 여지가 커진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국내시장 확보에서 해외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팜이 프랜차이즈화되려면 설비조건-생육조건-데이터관리가 여러 농가에서 동일하게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작목별 스마트팜 표준모델 구축이 아직 과제다. 기술과 데이터 기반 운영을 필요로 하는 스마트팜 가맹농가는 단순히 설비만 제공됐다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본사는 가맹농가에 대한 교육·운영지원·품질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설비비·자동화비 등 초기 투자가 크며 수익이 빨리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모델을 설계할 때 투자회수기간을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농지전용, 유통판매체계, 데이터 소유권 등 규제 리스크도 존재한다. 특히 해외 진출을 고려할 경우 해당 국가의 제도적 환경도 중요하다.
지금 준비해야 할 실행 로드맵
2025~2027년은 기술체계 및 파일럿 구축 단계다. 본사는 스마트팜 설비·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직영형 스마트팜을 운영하여 노하우와 운영매뉴얼을 확보해야 한다. 운영성과를 측정하고 가맹화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하며, 정부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단계다.
2028~2030년은 가맹형 확장 및 플랫폼화 단계다. 가맹농가 모집 및 계약체계를 구축하고, 설비지원, 교육지원, 품질보증, 브랜드·유통망 지원을 제공한다. 본사의 브랜드 매장 및 체험농장 유통 채널을 구축해 '농장→소비'로 이어지는 소비서비스 흐름을 확립한다. 동남아·중동 등의 스마트팜 수요 증가를 고려해 해외 라이선스·플랜트 사업 진출도 검토해야 한다.
지속모델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스마트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 본사가 농가·유통·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 생육 예측서비스, 온실 최적제어서비스 등이 그 예다. 브랜드형 농업플랫폼이 '농업생산'을 넘어 '농업서비스'로 변화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의 진화판이 될 수 있다.
농업은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그린 프런티어'
2030년대의 농업은 '기술산업'이자 '서비스산업'이며, 그 핵심 구조는 프랜차이즈 모델로 수렴할 것이다. AI, 로봇, 데이터, 도시형 수직농장이 결합되면 농장 하나가 하나의 브랜드 매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스마트팜 프랜차이즈는 농업·유통·서비스 간 경계를 해체하며,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축, 예비창업자에게는 현실적인 그린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 그러나 이 기회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운영체계, 가맹농가 지원시스템, 수익구조 설계, 제도준비가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앞으로는 스마트팜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농장을 확장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데이터·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농업 프랜차이즈'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프랜차이즈 관계자 및 예비창업자는 이러한 큰 흐름을 인지하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은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그린 프런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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