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는 주방 '노파이어'에 초보도 OK…"나만의 조합" SNS 인증 열풍
대한민국 창업 시장에서 '건강식'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풀때기를 누가 돈 주고 사 먹냐"거나 "다이어트 할 때나 먹는 간식"으로 취급받던 그릭요거트와 포케(Poke)가 김밥, 햄버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류 외식 카테고리로 등극했다.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일 것이라는 우려를 뒤엎고,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맞물려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불황에도 가맹점 15% 증가…생존 넘어 확장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샐러드 및 건강식 전문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개설 수는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폐업률이 속출하는 외식업계 불황 속에서도 이들 브랜드가 생존을 넘어 확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의 '수요'와 창업자의 '운영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끼' 아닌 '매일 먹는 밥'
그릭요거트와 포케의 성공 요인은 '식사 개념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2030세대에게 식사는 '배를 채우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내 몸을 관리하는 행위'이자 '취향을 소비하는 과정'이다.
하와이안 회덮밥에서 유래한 포케는 탄수화물(현미밥·메밀면), 단백질(연어·참치·닭가슴살), 지방(아보카도), 비타민(채소)을 한 그릇에 담아낸 완벽한 균형식으로 평가받는다. 밥이 들어가기 때문에 샐러드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던 남성 직장인 수요까지 흡수하며 점심 메뉴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릭요거트 역시 마찬가지다. 꾸덕꾸덕한 질감의 그릭요거트는 포만감이 높아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그래놀라, 제철 과일, 꿀 등을 곁들이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카페에서 디저트로 소비되던 단계를 넘어, 아침이나 가벼운 저녁 식사로 그릭요거트를 정기 구독하거나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정착됐다. 이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건강 관리)' 트렌드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시대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불 없는 주방 '노파이어'…초보도 쉽게 창업
예비 창업자들이 이 아이템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의 편의성'이다. 그릭요거트와 포케 전문점은 대표적인 '노파이어(No-Fire)' 업종이다. 주방에서 가스 불을 사용해 볶거나 튀기는 조리 과정이 거의 없다.
이는 운영상 막강한 강점이 된다. 첫째, 전문 조리 인력이 필요 없다. 본사에서 공급받은 식재료를 매뉴얼에 맞춰 토핑하고 담아내기만 하면 되므로, 초보 창업자도 쉽게 진입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생 교육 시간도 짧다.
둘째, 주방 환경이 쾌적하다. 뜨거운 열기나 기름 냄새가 없어 노동 강도가 낮고, 이는 구인난 속에서도 직원 채용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만든다.
셋째, 회전율이 빠르다. 조리 시간이 짧아 주문 후 메뉴 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패스트푸드만큼 빠르다. 이는 점심시간 등 피크 타임의 매출 극대화로 이어진다.
또한 10평 내외의 소형 평수에서도 창업이 가능해 초기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고정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금리 시대에 적합한 소자본 창업 모델로 꼽힌다.
"나만의 꿀조합"…커스터마이징에 MZ 열광
소비자 관점에서의 인기 비결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다. 포케와 그릭요거트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처럼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는 구조다.
포케의 경우 베이스(밥·면·채소), 메인 토핑, 소스, 추가 토핑 등을 조합하면 수백 가지 맛을 낼 수 있다. 그릭요거트 역시 당도 조절부터 수십 가지 과일과 견과류 토핑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나만의 꿀조합"을 만들어 SNS에 공유하기 좋아하는 2030세대의 성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정해진 메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분과 입맛에 맞춰 능동적으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재방문 유인책이 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 역시 키오스크 UI를 직관적으로 개편하여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주문 과정을 간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겨울 비수기 극복…'사계절 아이템'으로 진화
과거 샐러드나 요거트 전문점의 약점은 겨울철 비수기였다. 찬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브랜드들은 이를 메뉴 다양화로 극복했다.
포케 전문점들은 따뜻한 우동 국물이나 수프, 웜 샐러드(익힌 채소와 고기) 메뉴를 강화해 겨울철 수요를 방어하고 있다.
그릭요거트 전문점 역시 베이글, 통밀빵 등 베이커리 메뉴와 따뜻한 커피 및 차 음료 라인업을 확대하여 '브런치 카페'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매출 곡선을 그리는 사계절 아이템으로 진화에 성공했다.
치킨·카페 이은 '제3의 선택지' 등극
전문가들은 그릭요거트와 포케 시장이 2026년에는 더욱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히 건강함을 넘어 맛과 비주얼, 그리고 운영 효율성까지 검증된 이들 아이템은 치킨과 카페로 양분화되었던 국내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에 새로운 '제3의 선택지'로 확고히 뿌리내렸다. 건강을 챙기는 트렌드가 지속되는 한, 이 '가볍고 든든한 한 끼'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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