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건강식·초개인화... 차별화 없으면 도태되는 '선택과 집중' 시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사상 초유의 전환점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브랜드 수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0년간 폭발적 성장을 견인해온 프랜차이즈 시장이 양적 확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36만개를 넘어선 가맹점들이 본격적인 생존경쟁에 돌입한 현재, 성공의 조건은 더 이상 규모가 아닌 '차별화'로 옮겨갔다. 무인화 도입, 건강식 특화, 초개인화 서비스 등 새로운 경쟁 법칙이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전문지로 개편된 『프랜사이트』는 이번 특집을 통해 구조조정기에 접어든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예비 창업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숙지해야 할 핵심 변화 동력과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프랜사이트 = 편집국]
"10년간 2배 성장했지만, 이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통계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가맹본부 8,802개, 브랜드 12,377개, 가맹점 365,014개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 숨겨진 변곡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가맹본부 4,000개, 가맹점 18만1천개에서 시작된 폭발적 성장세는 지난 10년간 각각 2배 이상 증가하며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거대한 생태계로 키워냈다. 특히 브랜드 수는 5,000개에서 12,377개로 2.5배 가까이 늘어나며 시장의 다양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주목할 변화가 나타났다. 2023년 대비 2024년 증가율을 보면 가맹본부는 0.5%, 가맹점은 3.4% 증가에 그쳤다. 더욱 놀라운 것은 브랜드 수가 처음으로 0.4% 감소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시장이 양적 확장에서 질적 개선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여전... 지방 외식업 중심 분포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가맹본부의 70% 이상이 여전히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 본사의 수도권 집중은 관리 효율성과 인프라 접근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되지만, 동시에 지역 불균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하며, 특히 지방에서는 치킨, 분식, 한식, 커피 등 외식업 중심의 분포가 두드러진다. 이는 프랜차이즈가 지방 소상공인들에게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5년 신규 트렌드: 극도로 세분화된 전문성이 핵심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된 가맹본부를 분석한 결과, 외식업이 여전히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로 극도로 세분화된 전문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한식 부문에서는 국밥 전문점이 대거 등장했다. '꾸블랙', '우리숯불국밥', '1953형제돼지국밥', '남남국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오백년추어탕', '박혜경예담추어명가' 등 추어탕 전문점의 등장은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에 대한 수요 증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분식 업계에서는 김치찜 전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대김치찜', '땅끝마을 김치찜', '김치찜이최고야', '귀한김치찜', '백프로김치찜' 등 김치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는 K-푸드 열풍과 함께 전통 발효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무인화 혁명: 단순 인건비 절약 넘어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2025년 가맹사업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무인점포의 급속한 확산이다. 'Beige on you 무인옷가게', '공유오피스 moo', 다양한 무인카페 브랜드들이 신규 등록되며 무인화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무인화 트렌드는 단순한 인건비 절약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무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이제는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유망 업종들
프리미엄 디저트 & 개성 있는 커피 전문점
'우든버러 커피 로스터스', '다이렉트커피 생활카페', 'CUPHI' 등 개성 있는 커피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소규모 전문점들이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디저트 분야에서도 '밀콤빙수', '화채한박스' 등 계절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차별화된 메뉴와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건강식 & 맞춤형 요식업
'샐러드 온', '피틀리(fitly)' 등 건강식 전문 브랜드와 1인 맞춤형 요식업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이다.
서비스업의 프랜차이즈 진출 가속화
교육, 피트니스, 미용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프랜차이즈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빗피트니스', '홍익아트미술교육원', '컬러드스파' 등이 대표적이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자기계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구조조정 시대,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
브랜드 수의 첫 감소는 단순한 통계적 변화를 넘어 시장 구조조정의 명확한 신호탄이다. 유사한 컨셉트의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차별화되지 못한 브랜드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맹점주의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브랜드 확장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 가맹점의 수익 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성 향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2025년 하반기, 변화의 기로에 선 프랜차이즈
성장 동력
차별화된 컨셉트를 가진 브랜드들의 성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화, 디지털 주문 시스템, AI 활용 등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주목받을 것이며, 건강식, 프리미엄 서비스,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소비자 니즈 변화에 부응하는 업종들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더욱 치밀한 시장 분석과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가맹점 수익성 개선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며, 유사한 브랜드들 간의 차별화 전략 필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가 왔다"
2025년 상반기 가맹사업 시장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브랜드 수의 첫 감소는 시장의 성숙화와 구조조정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에게는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인화, 건강식, 프리미엄 서비스 등 새로운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도,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춘 브랜드들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가맹점주들은 단순한 매출 규모보다는 지속가능한 수익성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결정적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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