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성실함'이라는 축복, '디지털 격차'와 '체력'이라는 재앙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는 직원, MZ세대 점장과 베이비부머 알바의 불편한 동거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젊은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하소연은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모든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공통된 레퍼토리였다. 잦은 지각, 갑작스러운 무단결근, 낮은 책임감에 지친 점주들에게 '성실한 직원 한 명'은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절실했다. 그런데 2025년, 이 고질적인 인력난의 해법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정년의 문턱에서 밀려나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60대 시니어 스태프'의 등장이다.
정년 65세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인력 구성을 뿌리부터 바꾸는 신호탄이다. 20대 청년층이 독점하던 계산대와 주방에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장년층이 서 있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점주들에게 이 변화는 '축복'의 얼굴과 '재앙'의 얼굴을 동시에 하고 있다. 축복의 단맛에 취하기 전에, 재앙의 쓴맛에 대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축복의 측면: '책임감'과 '성실함'이라는 이름의 안정감
점주들이 시니어 스태프에게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가치는 단연 '안정감'이다. 수십 년간 조직 생활을 통해 몸에 밴 성실함과 책임감은 젊은 세대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무기다. 서울 마포구에서 샐러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B씨는 최근 62세 여성 직원을 채용한 뒤 '광명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전 20대 직원들은 한두 달을 못 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었어요.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혼자 매장을 지키며 발을 동동 구른 적도 많았죠. 하지만 새로 오신 여사님은 약속된 출근 시간보다 항상 10분 먼저 와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매장 청결 상태부터 확인하세요. '내 가게'처럼 일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든든합니다."
이러한 성실함은 낮은 이직률로 이어진다. 잦은 채용과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풍부한 사회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고객 응대는 매장의 품격을 높인다. 특히 주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은 상권이나 업종일수록 시니어 직원의 존재는 오히려 매출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연배의 직원이 건네는 편안한 말투와 세심한 배려는 젊은 직원의 기계적인 응대보다 훨씬 강력한 고객 유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반찬가게 가맹점주는 "주 고객인 40~60대 주부님들이 50대 후반 직원분과 음식 레시피나 자녀 이야기를 나누며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니어 직원은 단순한 판매원을 넘어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평가했다.
재앙의 측면: '디지털 격차'와 '체력'이라는 현실의 벽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시니어 스태프 채용은 점주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영 능력을 요구한다. 가장 큰 장벽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다. 이제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은 '디지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결제는 모바일 페이로, 배달은 전용 앱으로, 고객 관리는 POS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평생 스마트 기기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시니어 세대에게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익히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키오스크 앞에서 버벅거리거나, 쏟아지는 배달 주문을 놓치는 실수가 잦아지면 매장 운영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서울 종로에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30대 점장 C씨는 최근 채용한 60대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무 자체는 성실하게 하시지만, 점심 피크타임에 배달 앱 3개에서 동시에 주문이 들어오면 당황해서 실수를 하세요. 젊은 직원들은 멀티태스킹이 자연스러운데, 어르신께는 그게 어려운 거죠. 결국 다른 직원이 그분 몫까지 처리해야 해서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체력'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의 외식업이나 유통업은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요구한다.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거나 빠른 속도로 조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한 시니어라도 20대의 체력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이는 산업재해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점주의 노무 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세대 갈등'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진다. 30대 점장과 60대 아르바이트생, 혹은 20대 직원과 50대 직원이 함께 일하는 환경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구도다. 업무 지시 방식, 소통 스타일,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갈등은 매장 전체의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
새로운 방정식: '누가' 일하느냐에서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인가로
결국 시니어 스태프의 등장은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이전까지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좋은 젊은 직원을 구할까?'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이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까?'로 전환되어야 한다. 점주들은 이제 '누구든 일만 해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시니어 스태프의 장점인 '연륜'과 '성실함'을 극대화하고, 단점인 '디지털'과 '체력'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매장 운영 매뉴얼'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시니어 직원을 위한 맞춤형 교육 방식을 고민하고,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방정식을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점주만이 정년 65세 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승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다시, 가맹본부에게 더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3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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