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성공 공식은 버려라: 교육부터 POS 시스템까지, 전면적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시니어의 지갑을 열어라: 125조 '실버 이코노미'를 향한 R&D 전쟁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기자]
지난 2부에서는 정년 65세 시대가 낳은 '시니어 스태프'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개별 가맹점주들이 겪는 혼란과 가능성을 조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점주들이 고군분투하는 사이,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이 모든 변화의 무게를 점주 개인의 역량과 노력만으로 감당하는 것이 맞는가? 낡은 지도와 나침반만 쥐여주고 망망대해로 떠밀어 보내는 것은 아닌가?
2025년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각 변동은 이제 개별 가맹점의 차원을 넘어, 시스템을 설계하고 브랜드를 이끄는 가맹본부(Franchisor)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존의 성공 공식은 명백히 파산했다. 3040세대 창업자와 2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적화되었던 과거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 가맹본부는 브랜드의 '운영체제(OS)'를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섰다.
첫 번째 과제: 낡은 성공 공식은 버려라 - 교육부터 POS 시스템까지
지금까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성공의 핵심으로 여겨왔다. 두꺼운 책자로 된 운영 매뉴얼, 수십 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 복잡한 기능이 담긴 POS 시스템은 브랜드를 지탱하는 뼈대였다. 하지만 평균 연령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맹점주와 현장 직원들에게 이 '표준'은 '장벽'이 되고 있다.
사례 1: 따라갈 수 없는 교육 시스템
최근 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 중인 박모씨(58세)는 본사 교육 과정에서 좌절을 맛봤다. 대기업에서 30년간 재무 담당으로 일했던 그였지만, 일주일간 진행되는 합숙 교육은 벅찼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레시피와 운영 규정을 단기간에 암기하고 시험까지 보는데, 젊은 사람들 따라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특히 태블릿 PC로 진행되는 발주 시스템이나 프로모션 설정은 몇 번을 다시 물어봐야 했습니다." 이는 비단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맹본부는 이제 텍스트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60대 예비 점주와 시니어 직원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글자 크기를 키운 시니어 전용 매뉴얼, 반복 학습이 가능한 짧은 동영상 교육 콘텐츠, 1:1 맞춤형 현장 실습 강화 등 교육의 패러다임을 '암기'에서 '체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례 2: 스트레스가 된 첨단 기술
디지털 전환은 가맹본부의 자랑거리였다. 무인 키오스크, 자체 배달 앱, CRM 기반의 고객 관리 프로그램은 '스마트한 브랜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 첨단 기술은 시니어 점주와 직원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점심 피크타임에 키오스크 용지가 걸렸을 때, 배달 앱 주문이 누락되었을 때, 신규 프로모션 쿠폰이 POS 시스템에 제대로 연동되지 않았을 때, 시니어 점주는 젊은 점주보다 몇 배의 혼란을 겪는다. 가맹본부의 역할은 단순히 '첨단 기술 도입'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다. 복잡한 기능을 과감히 덜어낸 '이지(Easy) 모드' POS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24시간 IT 헬프데스크'를 강화하는 등 기술의 복잡성을 본사가 흡수하고 현장에는 편리함만 남겨줘야 한다. 슈퍼바이저(SV)의 역할 또한 매뉴얼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감독관'에서, IT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현장 해결사'로 진화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 시니어의 지갑을 열어라 - 125조 '실버 이코노미' 공략
가맹본부에게 닥친 변화가 수성(守城)의 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기회, 즉 공격(攻城)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2025년 기준 125조 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실버 이코노미' 시장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직원의 얼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력 고객의 얼굴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프랜차이즈 산업의 R&D와 마케팅은 MZ세대의 입맛과 트렌드를 좇는 데 집중했다. 자극적인 맛의 신메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화려한 비주얼, 젊은 모델을 앞세운 SNS 마케팅이 성공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방향키를 과감히 돌려야 할 때다.
외식 프랜차이즈라면 '저염·저당' 옵션을 추가한 건강 메뉴, 씹기 편한 부드러운 식감의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메뉴 추가를 넘어, 돋보기 없이도 쉽게 볼 수 있는 큼직한 메뉴판, 편안한 좌석 배치 등 시니어 고객을 배려한 매장 환경(Senior-Friendly Store)을 표준화하고 가맹점에 확산시켜야 한다.
서비스 프랜차이즈의 기회는 더욱 무궁무진하다. 방문요양, 재활 운동, 보청기·복지용구 등 시니어 케어 시장은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결합했을 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미 일부 선도 기업들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론칭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통 프랜차이즈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편의점은 이제 담배와 삼각김밥만 파는 곳이 아니라, 시니어를 위한 소포장 신선식품, 상비약, 무인 민원 발급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가맹본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공급하는 'R&D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시스템을 파는 기업에서 솔루션을 파는 기업으로
정년 65세 시대는 가맹본부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의 가맹본부가 '표준화된 성공 시스템'을 파는 기업이었다면, 미래의 가맹본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생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60대 점주가 쉽게 운영할 수 있는 매장 시스템을 제공하고, 시니어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시니어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이제 가맹본부의 핵심 역량이자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파도 위에서 낡은 매뉴얼에만 기댄 채 변화를 외면하는 본사는, 가장 먼저 좌초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4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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