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26배 폭증한 차액가맹금 소송’, 생존 건 가맹점주들의 절규...
본부는 배불리 먹고, 점주는 빚만 남았다...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2020년 피자헛 점주 94명이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당시만 해도 일부 브랜드의 국지적 분쟁으로 여겨졌던 이 소송은 2025년 현재 17개 브랜드 2,491명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5년 새 무려 26배나 증가한 수치다. 법정 공방의 표면 아래에는 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극심한 양극화라는 잔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본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도 못 버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본사 영업이익 856억, 가맹점은 월 187만원
2025년 9월 서울경제 분석에 따르면, BBQ 본사인 제너시스비비큐의 2024년 영업이익은 653억 원에서 856억 원으로 31% 급증했다. 맘스터치 본사 역시 영업이익이 21% 상승해 734억 원을 기록했다. 본부들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조사 결과, 외식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은 2022년 2,657만 원에서 2023년 2,247만 원으로 1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11.6%에서 8.9%로 떨어졌다. 연간 2,247만 원을 월로 환산하면 187만 원 수준이다. 2025년 최저임금(시급 1만 30원, 월 209만 627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가맹점주가 직접 매장에서 일하며 인건비를 아끼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직원보다 배달앱이 더 많이 먹는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지목된다. 서울시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체 매출의 48.8%가 배달을 통해 발생했는데, 배달 매출의 평균 24%를 플랫폼 수수료로 납부해야 했다. 배달로 100만 원을 벌면 24만 원을 수수료로 토해내는 구조다. 기프티콘 수수료도 평균 7.2%에 달했으며, 가맹점주가 전액 부담하는 경우가 42.5%나 됐다.
특히 치킨 업종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17.5%)가 인건비(15.2%)를 초과했다.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배달앱에 내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영업이익보다 많은 차액가맹금..."버틸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맹점 한 곳이 본사에 지급하는 차액가맹금은 연평균 2,800만 원이다. 가맹점의 연 영업이익 2,247만 원을 넘는 금액이다. 영업이익으로는 차액가맹금조차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차액가맹금의 불투명성과 일방성이다. 본부는 원재료 구매비용과 마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급가가 비싸더라도 가맹점주들의 개인 구매는 금지된다. 본사 측은 "품질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식용유처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까지 강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본부의 일방적 조건 변경이다. 본사는 실적이 부진하거나 물가가 오르면 마진율을 높이고 부담을 가맹점에 전가할 수 있다. 반면 가맹점주는 2024년 12월 불리변경 협의 의무가 도입되기 전까지 본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의 '2024년도 가맹 분야 서면 실태 조사'는 갈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맹 본부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은 54.9%로 전년보다 16.1%포인트나 급증했다. 절반 이상의 가맹점주가 불공정을 경험했다는 것은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신호다.
자율가격제의 역설..."신뢰 없는 개혁은 무의미"
또 다른 분쟁은 가격 통제 문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자율가격제를 시행하는 BHC와 교촌치킨의 점주들은 본사의 가격 통제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점주들은 그간 본사가 배달앱 판매가격과 수정 권한을 독점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도 과거 BHC 본사가 가맹점주의 배달앱 상품 가격 결정 권한을 박탈한 것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역설적이게도 본사들이 자율가격제를 도입한 것은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미 시장가격이 형성된 상태에서의 자율은 의미 없다"며 가맹점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도 갈등을 봉합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송에서 이겨도 져도 관계는 끝...어차피 못 버틴다"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 앞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현재 상황을 참고 견디거나,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참여하거나, 폐업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선택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영업이익으로는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세 번째 선택인 폐업도 쉽지 않다.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가맹점주들에게 폐업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
결국 많은 가맹점주들이 두 번째 선택, 즉 소송을 고려하게 된다. 2020년 94명으로 시작한 피자헛 소송이 2025년 17개 브랜드 2,491명으로 확산된 배경이다. 한 가맹점주는 "소송에서 이겨도 본사와의 관계는 끝이고, 져도 폐업해야 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어차피 못 버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본사의 구조적 개혁 없이는 해결 불가능"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외식 경기 침체 상황에서 본사가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는 "본사 입장에서 점주의 부담을 일정 부분 부담하거나 혁신을 통해 저비용 구조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본부는 자신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차액가맹금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려 하고, 가맹점주는 생존을 위해 반환을 요구한다. 공정위가 2025년 9월 발표한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함께 성장할 때만 지속가능...약육강식 정글 아닌 생태계로"
차액가맹금 분쟁은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맹점주들의 생존을 건 절규이며, 프랜차이즈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본부가 31% 성장하는 동안 가맹점이 15% 쪼그라드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는 함께 성장할 때만 지속가능하다. 한쪽이 살찌는 동안 다른 한쪽이 굶어 죽는다면, 그것은 이미 생태계가 아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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