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22초 단축이 증명한 AI 효율성의 실체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2024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본격 나서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매출 증대와 운영 효율성 향상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며, AI가 프랜차이즈 현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성 인공지능을 활용한 드라이브스루 주문 시스템부터 주방 자동화, 개인 맞춤형 로열티 마케팅까지, AI 기술은 고객 접점에서 운영 백엔드에 이르기까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음성 AI가 이끄는 QSR 혁명: 22초의 마법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점)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은 음성 AI 주문 시스템이다. 웬디스(Wendy's)가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개발한 'FreshAI'는 이 분야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FreshAI 도입 후 웬디스의 드라이브스루 평균 주문 시간이 22초 단축되면서 주문 처리량과 고객 회전율이 크게 증가했다. 22초라는 시간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하루 수백 대의 차량이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이는 곧 매출 직결 요소다. 음성 AI 기술을 제공하는 사운드하운드(SoundHound)와 컨버스나우(ConverseNow)는 이미 수백만 건의 전화 및 드라이브스루 주문을 처리하며 다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2024년 8월 발표에 따르면, AI 음성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들의 주문 정확도와 고객 만족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개인화 마케팅의 새로운 차원: 스타벅스의 'Deep Brew'
고객 맞춤형 서비스 분야에서는 스타벅스의 AI 엔진 'Deep Brew'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구매 이력, 방문 패턴, 선호도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 혜택과 상품을 추천한다. 스타벅스는 Deep Brew를 통해 고객 세그먼트별로 차별화된 로열티 프로그램과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방문 빈도와 객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특히 휴면 고객의 재방문율과 신메뉴 구매 전환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
치폴레(Chipotle)의 주방 자동화 프로젝트는 AI가 음식 조리 과정까지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보카도 준비 로봇 'Autocado'와 자동화 샐러드·볼 조립 라인을 캘리포니아 매장에서 시험 운영한 결과, 조리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특히 디지털 주문 비중이 높은 볼·샐러드 메뉴의 처리 속도가 개선되면서 고객 대기 시간 단축과 주방 운영 효율성이 동시에 달성됐다. 이는 인건비 절감 효과와 함께 음식 품질의 표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업종을 넘나드는 AI 확산
AI 도입 효과는 음식점업을 넘어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듀에토(Duetto)와 아이디어스(IDeaS) 같은 AI 수익관리시스템(RMS)이 객실 요금과 채널 믹스 최적화를 통해 RevPAR(객실당 매출)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AI 기반 리테일 미디어와 개인화 마케팅으로 신제품 구매 전환율과 장바구니 평균 금액을 끌어올렸다. 자동차 서비스업계의 지피루브(Jiffy Lube)는 AI 콜 매니지먼트와 문자 마케팅으로 예약 전환율과 방문 차량 수를 증가시켰다. 피트니스 프랜차이즈 애니타임 피트니스(Anytime Fitness)는 AI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앱에서 제공해 개인 트레이닝 매출과 회원 유지율을 향상시켰고, 뷰티·미용업계에서는 제노티(Zenoti) 플랫폼 기반 AI 예약·재방문 마케팅으로 재방문율, 객단가, 평점 모두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AI 도입 트렌드 분석
2024년 미국 프랜차이즈 AI 도입에서 나타난 주요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음성 인터페이스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발화 정확도와 지역별 억양 대응 등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맥도날드가 2024년 6월 IBM과의 드라이브스루 AI 시험을 종료한 것도 이 같은 기술적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둘째, 운영상 병목지점의 자동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조리 라인 자동화, 음식 준비 작업 간소화, 주문 정확도 개선 등이 주요 초점이다. 셋째, 로열티 프로그램의 개인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AI 추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가 고객의 방문 빈도와 객단가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넷째, 호텔업계에서 AI 수익관리시스템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가맹점 운영자 대상 교육과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다섯째, 생성형 AI가 운영과 마케팅 영역에 통합되면서 메뉴 개발, 프로모션 기획, 가맹점 지원 콘텐츠 제작 등이 자동화되고 있다.
2025~2026년 전망: AI-인간 협업의 시대
향후 2년간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AI 발전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음성 AI 분야에서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모델의 표준화가 예상된다. 지역별 맞춤 음성 인식과 발화 정확도가 90% 이상 달성되면 완전 자동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방 자동화는 다음 단계 병목지점으로 확장될 것이다. AI 비전 기술을 활용한 주문 검증, 음식 온도 및 위생 모니터링, 실시간 재고 관리 등이 주요 발전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열티 프로그램은 수익성 기반 개인화로 진화할 것이다. 고객별 가격 탄력성과 프로모션 반응도를 결합해 마진을 보호하면서도 전환율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호텔업계에서는 기존 수익관리시스템에서 업셀링, 그룹 요금 책정, 부대수익 예측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서비스업 프랜차이즈들은 예약, 재방문, 리뷰 관리를 통합한 '폐쇄 루프' 매출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었다. 인건비 상승, 고객 기대치 증가, 운영 효율성 압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AI는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에게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에는 AI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AI-인간 협업 모델이 프랜차이즈 운영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창의적 판단과 고객 상호작용은 인간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AI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AI 혁명의 물결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랜차이즈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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