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건 음성주문 데이터로 읽는 개인화 전략의 진화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이제는 현실이 된 SF 영화 속 장면
"Welcome to Wendy's! What can I get started for you today?"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한 웬디스 매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뜻 평범한 직원의 인사말 같다. 하지만 이 친근한 음성의 정체는 바로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FreshAI'다. 놀라운 것은 성과다. 이 AI 시스템 도입 후 평균 서비스 시간이 22초나 단축됐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22초는 작은 시간일 수 있지만, 하루 수백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드라이브스루에서는 혁명적 변화다.
음성 AI의 전격 확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웬디스만이 아니다.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앞다투어 AI 도입에 나서고 있다. 화이트캐슬은 사운드하운드의 음성 AI 'Julia'를 100개 이상의 드라이브스루에 확장 배치했고, 타코벨은 2024년 말까지 누적 2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AI로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24시간 운영 매장이 많은 화이트캐슬의 선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야 시간대 인력 부족 문제를 AI로 해결하면서도 일관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체커스&랠리스, CKE(칼스 주니어/하디스) 등도 잇따라 Presto Voice, OpenCity 등 다양한 음성 AI 솔루션을 테스트하며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섰다.
맥도날드의 '신중한 혁신', 품질 없는 속도는 의미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글로벌 패스트푸드의 절대강자 맥도날드의 행보다. 맥도날드는 2024년 중반 IBM과의 드라이브스루 음성 AI 테스트를 ‘정확도 문제’를 이유로 중단했다. 하지만 포기가 아닌 재정비였다. 2023년 12월 구글 클라우드와 다년간 생성형 AI 협력을 발표하며 더욱 정교한 AI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맥도날드의 이런 접근법은 시사점이 크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다'는 것보다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AI'를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양한 메뉴와 방언, 드라이브스루 특유의 잡음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AI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의 데이터 혁명, 스타벅스 'Deep Brew'
한편, 커피 전문점들은 다른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3년 '트리플 샷 리인벤션' 계획의 핵심으로 'Deep Brew'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단순히 주문을 받는 AI가 아닌, 개별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통합 AI 플랫폼이다. 고객이 평소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면, 날씨와 시간대를 고려해 아이스 또는 핫 음료를 추천하고, 재고 현황에 따라 대체 메뉴를 제안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직원 근무 스케줄링과 재고 관리까지 AI가 담당하며, 매장 운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고 있다.
피자부터 스테이크하우스까지, AI의 무한 확장
도미노피자는 마이크로소프트 Azure OpenAI 기반의 생성형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해 주문뿐만 아니라 매장 내부 운영까지 AI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직원들이 "오늘 프로모션 메뉴가 뭐였지?"라고 묻지 않아도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피크타임 대비 인력 배치도 AI가 제안한다. 심지어 고급 스테이크하우스 텍사스 드 브라질까지 Slang AI를 도입해 전화 예약과 문의를 자동화했다. OpenTable, SevenRooms 같은 예약 시스템과 연동해 24시간 언제든 매끄러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전과 기회, AI 외식업계가 넘어야 할 산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정확도’다. 맥도날드 사례에서 보듯 복잡한 메뉴와 다양한 발음, 드라이브스루의 소음 환경은 여전히 AI에게 어려운 조건이다. 또한 AI와의 대화를 불편해하는 고객들의 거부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이 기술 발전과 함께 점차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고객 경험 향상의 도구’로 접근하는 것이다.
미래 레스토랑의 모습
2024년을 기점으로 AI는 외식업계에서 더 이상 '실험'이 아닌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웬디스의 22초 단축, 타코벨의 200만 건 처리, 화이트캐슬의 100개 매장 확장... 이 모든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AI가 이미 외식업계의 새로운 DNA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레스토랑에서 AI와 대화하고, AI가 추천하는 메뉴를 맛보며, AI가 관리하는 매장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더 나은 고객 경험’이다. AI 혁명의 진짜 성공은 고객이 AI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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