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 손에 먼저 쥐어져야..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저서 『과학은 반역이다』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소상공인 생태계에 뜻밖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창업 5년 생존율 40%의 잔혹한 현실 속에서, AI 기술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골목상권의 생존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61만 자영업자의 디지털 격차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랜차이즈 밀도를 자랑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가맹본부 8802개, 브랜드 1만2377개, 가맹점 36만5014개가 운영 중이다. 자영업자는 약 561만5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10곳 중 6곳은 문을 닫는다.
같은 시기 한국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2025년 시장 규모는 3조43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4조4636억 원 규모로 연평균 14.3% 성장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기술혁명의 수혜가 극심하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28~31%에 그치는 반면, 대기업은 48% 이상이다. 자본과 기술이 있는 곳에 더 많은 자본과 기술이 몰리는 '디지털 양극화'가 골목상권까지 침투하고 있다.
다이슨은 "과학자는 진리를 위해 기존 권위에 반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자영업자에게도 생존 전략이 된다. "나는 느낌으로 고객을 안다"는 관성을 버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AI는 대기업용"이라는 편견도 깨야 한다.
기술 불평등이 만드는 구조적 위기
다이슨은 과학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는 지금 한국 프랜차이즈에서 정확히 같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본사는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 알고리즘 마케팅, AI 물류 최적화에 투자할 수 있다. 반면 가맹점주는 창업 리스크를 직접 떠안고, 디지털 전환 비용을 개별적으로 감당하며, 자신이 생성한 매장 데이터 접근조차 제한받는다.
핵심 질문들이 제기된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기반 분석 결과는 투명하게 공유되는가? 본사는 AI로 수익을 최적화하면서 비용과 위험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고 있지 않은가?
'이단적' 모델이 필요한 시점
다이슨은 "과학 혁신은 이단자가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국 프랜차이즈·AI 산업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이단적 접근은 명확하다. 본사와 가맹점주가 실시간 데이터를 공동 소유·공유하는 시스템, 지역 특성에 따라 메뉴와 가격을 달리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 가맹점주가 의사결정 테이블에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모델 등이다.
AI 스타트업에게도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AI의 진정한 고객은 판교 대기업이 아니라 9평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관점 말이다.
마이크로 ERP·POS·AI 통합 앱, 고령 소상공인을 위한 음성 기반 AI 어시스턴트, 동네 상권들이 데이터를 모아 협상력을 갖는 협동조합 플랫폼 같은 '작지만 인간 중심적' 기술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다.
약자에게 먼저 쥐어지는 기술이 진짜 혁명
다이슨이 제시한 기술의 원칙은 명확하다. AI는 개인(가맹점주)을 강화해야 하고, 기술은 이해 가능해야 하며, 기술은 감시가 아닌 자유를 확장해야 한다.
9평 치킨집 사장님이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오늘 비 오니까 국물 메뉴 준비하세요", "이번 주 화요일 저녁 7시, 20대 고객 20% 증가 예상" 같은 구체적 액션 플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60대 분식집 사장님도 10분 만에 쓸 수 있는 한국어 음성 AI가 필요하다.
만약 프리먼 다이슨이 지금 서울 골목길을 걸으며 이 책을 다시 쓴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진짜 반역자는 AI를 가장 먼저 약자에게 쥐어주는 사람이다."
561만 자영업자는 대한민국 경제의 20%, 우리 동네를 지키는 얼굴들이다. AI가 그들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존율 40%를 80%로 끌어올리는 날개가 되어야 한다. 기술혁명의 진정한 성공은 대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AI 덕분에 올해는 버텼어요"라는 골목 사장님들의 웃음으로 측정된다.
‘반역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기술을 가진 자들이 그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혁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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