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호점→2025년 미국 진출, 300억 투자로 글로벌 야심 실현
"덜 달고 더 감성적"… MZ세대 사로잡은 차별화 전략의 승리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4월 8일 오전 10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 쇼핑몰 1층에 한국의 디저트 카페 '노티드(Knotted)'가 미국 첫 매장을 열었다. 개장 첫날부터 현지인들의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미국 유명 푸드 매체 이터 LA(Eater LA)는 "한국 대표 크림 도넛 브랜드의 미국 상륙"이라며 당일 긴급 보도했다. 노티드는 2017년 서울 청담동에서 문을 연 디저트 카페다. 8년 만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K-뷰티, K-푸드에 이어 'K-디저트'라는 새로운 한류 카테고리 개척에 나섰다.
버거에서 도넛으로... 이준범 대표의 '업종 전환' 도박
노티드의 모회사인 GFFG(Good Food For Good)는 2015년 이준범 대표가 설립했다. 창업 당시에는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운영했으나, 2017년 과감하게 디저트 카페로 업종을 전환했다. "기존 도넛들이 한국인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는 단순한 관찰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부드럽고 덜 단 크림 도넛'이라는 콘셉트에 'Sugar Bear'라는 캐릭터와 파스텔 톤 패키징을 결합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GFFG는 2021년 398억 원의 매출과 8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매출 성장세는 지속됐다. 2022년 529억 원, 2023년 676억 원으로 3년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2월에는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한 투자사들로부터 30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당시 이미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 진출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었다.
3년간 직영점 4배 확장... 수도권 중심 성장 전략
노티드의 성장세는 매장 수 확장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직영점은 2021년 6개에서 2022년 12개, 2023년 24개로 3년간 4배 증가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13개, 경기 3개, 인천 2개로 수도권에 18개 매장(전체의 75%)이 집중돼 있다. 지방에는 부산 3개, 대구·대전·제주에 각각 1개씩 진출했다. 급속한 확장 과정에서 비용 부담도 컸다. 2022년 영업이익은 5억 원으로 전년(97억 원) 대비 급감했고, 2023년에는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대규모 확장과 투자로 인한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맹 사업 본격화... 연 18억원 마케팅 투자로 브랜드 지원
노티드는 직영점 확장과 함께 가맹 사업도 본격화했다.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가맹점 계약 시 총 4,300만 원(가맹비 2,200만 원, 교육비 550만 원, 보증금 1,000만 원 등)이 필요하며, 이후 매출의 4%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본사의 마케팅 투자다. 연간 18억 원 이상을 광고·판촉비용으로 투자하며, 이를 가맹본부가 전액 부담한다. Sugar Bear 캐릭터와 감성 패키징을 활용한 SNS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도 주효했다. 올해 4월 농심과 손잡고 출시한 '바나나킥 크림 도넛'이 대표 사례다. 조선비즈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정판 협업 전략이 브랜드 화제성과 고객 재방문율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LA 현지 언론 "K-디저트 카테고리 견인" 호평
미국 진출 첫 매장인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점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현지 로스터리 'Stereoscope Coffee'의 원두를 사용해 커피 메뉴를 현지 입맛에 맞춰 조정했다.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코리아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개장 이후 현지 매체들과 아시아계 언론들이 "대기행렬이 이어지는 한국 디저트 카페"라며 연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아시아계 매체 퍼시픽 타이즈(Pacific Ties)는 "2017년 이후 한국 내 24개 직영점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드디어 미국에 상륙했다"며 "한국 프리미엄 디저트의 K-디저트 카테고리화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공 신호는 확장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노티드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LA 아츠 디스트릭트에 2호점 개장이 예정되어 있다. 단순한 테스트 진출이 아닌 본격적인 미국 시장 정착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분 매각 추진으로 글로벌 확장 가속화 전망
미국 진출과 때를 같이해 모회사 GFFG의 지분 매각 소식도 알려졌다. 코리아 이코노믹 데일리 글로벌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이준범 대표(지분 53.4% 보유)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 대응이 아닌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한다. 2023년 9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는 대규모 확장 투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견고하다. 2021~2023년 3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으며, 직영점도 4배 확장됐다. 글로벌 F&B 기업이나 투자펀드가 새로운 파트너로 참여할 경우 미국 동부 진출은 물론 유럽, 아시아 주요 도시 확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F&B 업계 관계자는 "현재 LA 매장의 매출과 고객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뉴욕, 시애틀 같은 K-푸드 친화 도시로의 확장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피 크림·던킨과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 도넛 시장에는 크리스피 크림, 던킨 같은 글로벌 체인들이 수십 년간 구축한 아성이 있다. 이들은 대량생산 시스템과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노티드의 대응 전략은 명확한 차별화다. 크리스피 크림의 달콤한 글레이즈드 도넛과는 정반대인 '덜 단 크림' 콘셉트를 내세운다. 던킨의 대중적 어필과 달리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경험을 제공한다. Sugar Bear 캐릭터와 감성 패키징으로 무장한 MZ세대 타깃팅도 기존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이다. 하지만 미국 내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크림과 버터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은 부담 요소다. 2022~2023년 국내에서도 확장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됐던 만큼, 해외 진출에서는 더욱 신중한 비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회복이 글로벌 확장의 열쇠
2017년 청담동에서 시작된 노티드의 현재 성과는 2023년 기준 국내 24개 직영점, 676억 원 매출이다. 3년간 매출은 70% 증가했지만 2022~2023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2025년을 노티드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 LA 매장의 성과와 국내 매장 수익성 개선 여부가 향후 글로벌 확장 전략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티드가 개척하고 있는 문화적 영역이다. 단순히 "한국 도넛이 맛있다"는 차원을 넘어 K-디저트라는 새로운 한류 카테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노티드가 뉴욕 소호, 도쿄 시부야, 런던 코벤트가든 같은 글로벌 트렌드 허브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맛의 수출이 아닌 문화와 감성으로 승부하는 K-디저트 전략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지, 그리고 수익성을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답이 곧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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