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프랜차이즈가 주목해야 할 '저비용·고효율' 성장 공식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나이키, 아디다스가 지배하던 스포츠웨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브랜드가 있다. 영국 버밍엄의 작은 차고에서 탄생한 짐샤크(Gymshark)다. 2012년 당시 19세 대학생 벤 프랜시스(Ben Francis)가 직접 미싱으로 운동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 브랜드는, 불과 12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피트니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짐샤크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TV 광고도, 유명 스포츠 스타 후원도 없었다. 대신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팬덤 커뮤니티를 무기로 삼았다. 전통적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낸 이 전략은,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차고에서 시작된 '샤크'의 질주
벤 프랜시스는 피트니스 마니아였지만, 시중의 운동복에 만족하지 못했다. "기능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둘 중 하나만 충족시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자택 차고에서 미싱을 돌리기 시작했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브랜드명 'Gymshark'는 체육관(Gym)과 상어(Shark)의 결합이다. 끈기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이 이름은 초기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진짜 성공 요인은 제품이 아니라 마케팅 방식에 있었다.
인플루언서가 곧 광고판
짐샤크는 창업 초기부터 전통적 광고를 배제했다. 대신 당시 떠오르던 피트니스 유튜버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에게 신제품을 무료로 제공했다. 니키 블랙케터(Niki Blackketter), 렉스 그리핀(Lex Griffin), 휘트니 시먼스(Whitney Simmons) 같은 인플루언서들은 일상 콘텐츠에서 자연스럽게 짐샤크를 착용했고, 팔로워들은 이를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진정성"이라고 국내 한 프랜차이즈 마케팅 전문가는 말한다. "짐샤크는 인플루언서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로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도록 했다. 이것이 소비자 신뢰를 얻는 비결이었다."
고객을 '패밀리'로 만들다
짐샤크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GymsharkFamily'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쏟아냈다. 운동 인증샷, 변화 과정, 일상 루틴까지 소비자 스스로가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와 팬미팅, 신제품 프리뷰 세션을 통해 소속감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은 단순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 '패밀리'의 일원으로 대우받았고, 이는 강력한 충성도로 이어졌다.
국내 프랜차이즈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짐샤크의 커뮤니티 전략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며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고객을 브랜드의 동반자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몰 직판(D2C) 모델로 고정비 최소화
짐샤크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대리점 없이 온라인몰 직판 구조로 출발했다. 드롭쉬핑과 외주 물류를 활용해 초기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품 개선에 반영했다.
이 같은 '린(Lean) 스타트업' 방식은 자본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대형 브랜드들이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 동안, 짐샤크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갔다.
'드롭 마케팅'으로 희소성 자극
짐샤크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신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출시하는 '드롭(Drop)'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의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 (FOMO: 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한 것이다.
출시 당일 품절 사태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재입고 알림을 신청한 소비자들은 다음 드롭을 더욱 간절히 기다렸다. 이는 단순한 판매 전략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 긴장감과 기대감을 만드는 심리 전략이었다.
폭발적 성장세, 그러나 도전은 현재진행형
짐샤크는 2024 회계연도 기준 매출 6억 730만 파운드(약 1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억 파운드를 돌파했다. 조정 EBITDA는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글로벌 물류·마케팅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짐샤크가 이제 단순 온라인 브랜드를 넘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독일, 호주 등 주요 시장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중이다.
거인들과의 비교: 광고비 없이도 이길 수 있는가?

수치만 놓고 보면 짐샤크는 아직 나이키 매출의 100분의 1 규모다. 하지만 성장 속도와 광고 효율성에서는 압도적이다. 나이키가 매년 매출의 8%인 40억 달러를 광고에 쏟아붓는 동안, 짐샤크는 매출액 5% 미만의 마케팅 비용으로 3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룰루레몬과 비교하면, 짐샤크는 '저가·고효율' 전략으로 차별화한다. 룰루레몬이 프리미엄 가격대와 요가·웰니스 커뮤니티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면, 짐샤크는 합리적 가격과 글로벌 피트니스 커뮤니티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업계 한 분석가는 "짐샤크는 룰루레몬의 커뮤니티 전략과 슈프림의 드롭 마케팅을 동시에 흡수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며 "대형 브랜드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독창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짐샤크의 다음 행보는 명확하다. 북미·아시아 시장 공략, 옴니채널 확장, ESG 경영 강화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물류비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루언서 마케팅 피로감 등이 중장기적 위협 요소로 지적된다. 한 투자 분석가는 "짐샤크가 커뮤니티 기반 성장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단순한 피트니스 웨어를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짐샤크의 사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규모 광고비 없이도, 커뮤니티 기반·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으로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증명이다.
국내 한 프랜차이즈 컨설턴트는 "짐샤크의 성공 비결은 진정성 있는 관계 구축과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라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그리고 고객이 '패밀리'처럼 연결된다면,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짐샤크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화했다"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경험으로 연결했기에 글로벌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짐샤크는 불과 12년 만에 글로벌 피트니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 뒤에는 전통적 광고 대신,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팬덤 커뮤니티를 무기로 한 독창적 전략이 있었다.
이제 짐샤크는 '운동복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할 분수령에 서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대규모 자본 없이도, 진정성과 커뮤니티만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 짐샤크가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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