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마케팅 대신 '운영 안정화'…"장기 신뢰가 우선"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지난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치맥 회동'이 화제가 된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깐부치킨의 대응 방식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유명 인사의 방문은 브랜드에게 절호의 마케팅 기회다. 하지만 깐부치킨은 예상을 깨고 공격적 홍보 대신 '신중한 대응'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보다 배를 점검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매장은 북적였지만, 본부는 조용했다
회동 이후 해당 매장은 순식간에 '성지'가 됐다. 세 사람이 앉았던 테이블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려는 손님들로 매장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온라인에서는 "깐부치킨이 대규모 프로모션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그러나 깐부치킨의 실제 대응은 달랐다. 본부는 즉각 좌석 이용시간 제한, 현장 안내 강화, 매장 오버로드 방지 등 기본적인 운영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대형 콜라보 메뉴나 한정판 굿즈, SNS 이벤트 같은 '전형적인' 마케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유입으로 기존 고객들의 불편이 우려됐다"며 "서비스 품질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단기 매출보다 장기 신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깐부치킨의 이번 대응을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런 기회가 오면 매스컴 노출을 극대화하고 단기 매출 상승을 노린다"며 "하지만 깐부치킨은 현장 매뉴얼 점검과 가맹점 부담 완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깐부치킨은 '기념 좌석' 표시 외에는 상업적 요소를 거의 추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규 가맹점 상담도 중단했었다. 이는 "과도한 상업화가 오히려 소비자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프랜차이즈가 과거 유명인 방문을 지나치게 활용해 부정적 여론을 산 사례가 있는 만큼, 깐부치킨의 절제된 접근이 브랜드 호감도 유지에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맹점주들 "본부 배려 느꼈다"
가맹점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 시내의 한 깐부치킨 점주는 "갑작스런 유입 폭증은 단기적으로는 기회지만, 직원 피로도 증가나 서비스 품질 저하 같은 부작용도 크다"며 "본부가 무리한 마케팅을 요구하지 않고 운영 안정성을 먼저 고려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본부와 가맹점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깐부치킨의 이번 대응은 그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기준 제시한 사례"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프랜차이즈가 외부 이슈를 다루는 새로운 기준으로 보고 있다.
김모 경영학과 교수는 "단발성 이슈에 브랜드를 과도하게 소비시키는 것보다, 고객 경험과 운영 역량,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든다"며 "깐부치킨은 일시적 기회를 '확장 기회'가 아닌 '내부 점검 기회'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깐부치킨의 선택이 단순히 "노를 젓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많은 이목이 쏠린 순간 브랜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조용하지만 신중한 대응, 소리 없이 내부를 다지는 태도는 '치킨집에 모인 세 리더'보다 더 오래 남을 교훈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깐부치킨의 절제된 대응은 '뜨는 순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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