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포와 볼륨이 매출 좌우한다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2024년 사상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매장 수 2009개, 연매출 3조1001억원이라는 놀라운 성장 이면에는 커피 맛만큼이나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숨어 있다. 바로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스타벅스가 2008년 저작권 소송을 겪으며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음악 전략은 이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주목해야 할 실전 마케팅 교과서가 됐다.
느린 음악이 돈을 번다는 과학적 증거
매장 음악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1986년 미국 소비자연구 저널을 통해 입증됐다. 밀리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레스토랑에서 느린 템포 음악(73bpm 이하)을 재생했을 때와 빠른 음악(93bpm 이상)을 재생했을 때 매출액 차이는 무려 38%를 보였다. 느린 음악이 고객의 매장 체류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국내 사례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점심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에 차분한 곡을 틀어 체류시간을 늘리고 매출 증대에 성공했다. 매장음악 전문업체 관계자는 "전문 뮤직 마케팅 서비스 도입 후 대다수 점포가 체류시간과 방문량 증가를 확인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매출 전략인 셈이다.
스타벅스 음악 전략
스타벅스는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음악을 재생한다. 미국 본사의 전담 음악팀이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암호화된 CD로 배포하는 방식이다.
핵심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시간대별 차별화다. 아침에는 경쾌한 곡으로 시작해 오후로 갈수록 템포를 늦춘다. 둘째, 대중적이지만 독특하게 선곡한다. 최신 K팝은 없다. 대신 재즈, 인디팝, 클래식을 섞는다. "친구에게 추천할 만한 노래"가 기준이다. 셋째, 철저한 저작권 관리다. 본사 차원에서 모든 곡의 저작권을 확보했다.
저작권 소송이 바꾼 스타벅스 음악 전략
스타벅스의 정교한 음악 전략은 법적 분쟁에서 시작됐다. 2008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스타벅스의 무단 음원 사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미국 업체에서 암호화된 CD를 받아 매장당 월 4만원을 내며 '판매용 음반'이라 주장했다.
2012년 대법원은 "특정 지사에만 공급되는 CD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타벅스는 2억4000만원을 배상했고, 이 판결은 국내 상업시설의 배경음악 저작권 논란을 촉발했다. 스타벅스는 이를 계기로 음악 전략을 체계화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에 나섰다.
3조 시대를 연 작은 차이들
스타벅스는 2020년 1조9284억원에서 2024년 3조1001억원으로 4년간 61% 성장했다. 2024년 영업이익은 1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5% 증가했다. 매장 수는 2018년 1262개에서 2024년 말 2009개로 늘어나며 세계 4위 규모에 도달했다. 2025년 1분기에도 76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세를 이어갔다.
물론 음악만으로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2024년 10월 도입한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 2025년 4월 정식 도입한 '원 모어 커피' 서비스 같은 디지털 전략도 한몫했다. 하지만 고객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요소는 매장에서 흐르는 음악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대점 개점 당시부터 '제3의 공간' 전략을 표방했고, 매장 음악은 그 경험의 핵심 축이었다.
포화 상태인 국내 커피 시장(10만 개 돌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타벅스가 1위를 지키는 비결은 커피 품질을 넘어, 매장에서의 총체적 경험을 완성하는 음악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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