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세리와 착취 구조, 현대 가맹사업주들의 현실과 놀라울 만큼 유사
바울의 메시지 "질서 존중하되 양심 지켜라" - 생존과 신념 사이 균형점 제시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세금을 받으러 온 세리를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들은 정해진 것보다 더 많이 뜯어갔고, 거부하면 장사를 못하게 만들었죠."
1세기 예루살렘의 한 포목상인이 남긴 기록이다. 로마 제국 치하, 유대 땅의 소상공인들은 토지세, 인두세, 관세, 판매세 등 중층적 세금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특히 '세리'라 불리던 민간 징수업자들의 착취는 극심했다. 이들은 로마 정부로부터 세금 징수권을 낙찰받아, 정해진 금액 이상을 거둬들여 차액을 챙기는 구조였다.
로마 제국의 세금 체계는 정교했다. 농민에게는 토지세(Tributum soli)로 수확량의 10~20%를, 모든 성인에게는 인두세(Tributum capitis)를 부과했다. 항구 도시의 상인들은 물품을 거래할 때마다 판매세(Centesima) 1%를, 국경이나 항구를 통과할 때마다 관세(Portoria) 2~5%를 내야 했다.
문제는 징수 방식이었다. 로마 정부는 직접 징수 대신 '푸블리카니(Publicani)'라 불리는 세리들에게 징수를 위탁했다. 세리들은 일정 금액을 선납하고 징수권을 얻은 뒤, 초과 징수분을 자신의 이익으로 챙겼다. 뇌물을 요구하고, 장부를 조작하며, 협박성 독촉을 일삼았다. 유대 사회에서 세리가 '죄인'과 동급으로 취급받은 이유다(마태복음 9:10-13).
예루살렘의 한 도자기 장인은 이렇게 증언했다. "세금을 내고 나면 가족이 먹을 것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안 내면 가게 문을 닫아야 했죠. 우리는 로마 시민도 아니었으니, 보호받을 길도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을 가이사에게 바칠 수 없다"
세금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넘어 신앙적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인두세는 '가이사의 형상'이 새겨진 은전으로 납부해야 했는데, 독실한 유대인들은 이를 우상숭배로 여겼다. "하나님만이 왕이다(God alone is King)"라는 구호 아래, 급진파 유대인들은 세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였다. 이 저항은 결국 AD 66년 유대전쟁으로 폭발했고, 예루살렘은 AD 70년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
초대 기독교인들 역시 이 긴장 속에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상인, 장인, 노동자 계층이었다. 세금을 내는 것은 생존의 문제였지만, 동시에 로마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는 행위로 여겨져 양심의 갈등을 겪었다. 여기에 길드 조합비, 황제 숭배 의례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3중고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태복음 22:21)는 명쾌한 원칙을 제시했다. 세금 납부 자체를 거부하지도, 맹목적으로 순종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폭동이 아니라 신앙으로 세상을 바꿔라" - 바울의 실천 윤리
사도 바울은 로마서 13장에서 이 원칙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이 일을 힘쓰나니, 그러므로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이 마땅하니라"(로마서 13:6).
바울의 이 말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그가 로마의 부패한 세금 구조를 정당화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바울은 세금 '제도 자체'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보되, 그 제도를 악용하는 인간의 죄성은 명확히 비판했다.
그는 신자들에게 폭력적 저항 대신 '양심적 참여'를 권면했다. 세금을 내되, 마음은 하나님께 드리라는 것. 불의한 세상 속에서도 신앙의 빛을 잃지 않고, 사회 질서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라는 메시지였다.
당시 고린도의 한 천막 제조업자(바울 자신도 이 직업이었다)는 이렇게 기록했다. "세리가 올 때마다 두려웠지만, 우리는 정직하게 세금을 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임을 증명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부정을 보면 침묵하지 않았지만,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이 지난 오늘,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파피루스 영수증의 6드라크마와 카드 단말기 명세서의 수수료. 형식만 바뀌었을 뿐, 영세 상인의 고민은 그대로다. "내가 낸 세금과 수수료가 정말 공정하게 쓰이고 있을까?“
하지만 2000년 전과 다른 게 하나 있다. 우리에겐 역사가 있다. 로마가 경직된 세제로 경제 활력을 잃고 무너진 교훈, 초기 기독교인들이 부당한 구조 속에서도 공동체와 연대로 버텨낸 지혜.
바울이 천막 제작자로 살며 소상공인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간명했다. 세상의 질서를 존중하되, 양심은 지켜라. 생존을 위해 타협하되, 불의한 구조 앞에서 침묵하지는 말라. 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유연한 세제, 공정한 수수료 구조, 영세 상인이 숨 쉴 수 있는 정책.
2000년 전 로마가 놓친 것을 우리는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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