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의 피자 체인, 솔직함과 기술로 글로벌 1위 탈환
2025년 '점유율 확대' 목표… 한국 시장도 가성비 전략으로 돌파구 모색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1960년 미국 미시간주 작은 도시 입실랜티에서 시작된 한 피자 가게가 60여 년 만에 전 세계 90개국 2만여 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도미노피자(Domino's Pizza)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소비자 매출 191억 달러(약 25조 원)를 달성하며 미국 피자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미노피자의 성장 비결과 2025년 전망을 집중 조명한다.
"우리 피자는 맛없었습니다"… 솔직함이 만든 반전 드라마
도미노피자는 1960년 톰 모나한과 그의 형제 제임스 모나한이 '도미닉스(DomiNick's)'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며 시작됐다. 톰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한 뒤 1965년 '도미노피자'로 상호를 변경했고, 불과 2년 뒤인 1967년 첫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하며 빠른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80~90년대 도미노피자는 '30분 배달 보장(30-minute guarantee)' 캠페인과 '더 노이드(The Noid)' 캐릭터 광고로 '빠른 배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83년 캐나다 위니펙에 첫 해외 매장을 열며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이후 90개국으로 영토를 넓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도미노는 위기를 맞았다. 소비자 조사 결과 "피자 맛이 골판지 같다"는 혹평이 쏟아졌고, 브랜드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했다. 이때 도미노가 선택한 전략은 놀라웠다. 2009년, 도미노는 자사 피자의 품질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도우, 소스, 치즈를 전면 개선하는 'Oh Yes We Did' 캠페인을 펼쳤다.
"우리 피자는 맛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솔직한 고백과 함께 개선된 맛을 선보인 이 캠페인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도미노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기업 문화의 대전환이었다.
피자 트래커부터 핀포인트 배달까지… 기술로 무장한 배달 제국
2010년대 이후 도미노피자의 성장 엔진은 '디지털 혁신'이었다. 도미노는 업계 최초로 '피자 트래커(Pizza Tracker)'를 도입해 고객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고, 2023년에는 공원이나 해변 등 정확한 주소가 없는 장소에도 배달하는 '핀포인트 딜리버리(Pinpoint Delivery)' 서비스를 선보였다.
독자 배달망을 고수하던 도미노는 2023년 우버이츠(Uber Eats) 및 포스트메이츠(Postmates)에도 입점하며 고객 접근성을 대폭 확대했다. 다만 배달 인력은 여전히 자체 운영 체계를 유지하며 품질 관리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았다.
2023년 9월 전면 개편한 '도미노 리워즈(Domino's Rewards)' 프로그램도 주효했다. 적립 기준을 5달러당 10포인트로 낮추고 사용 범위를 확대한 결과, 회원 수와 재구매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머전시 피자(Emergency Pizza)' 등 가성비 중심 프로모션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2만 1366개 매장, 미국 피자 시장 절대 강자
도미노피자는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2만 136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미국 7014개, 해외 1만 4352개로 해외 비중이 67%에 달한다. 2024 회계연도에만 775개 매장이 순증했으며(미국 160개, 해외 615개), 전 세계 소비자 매출은 191억 달러로 전년 대비 5.9% 성장했다.
미국 내 동일매장매출(SSS)은 3.2%, 해외는 환율 영향을 제외하고 1.6% 증가했다. 본사 매출(공급망 수익+로열티 등)은 47억 달러로 5.1% 늘었다. 31년 연속 국제 시장 매출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도미노의 경쟁력은 '프랜차이즈 중심,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에 있다. 미국·캐나다 중심의 통합 공급망 시스템을 통해 가맹점에 피자 재료를 공급하며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다. 가맹점과 본사가 윈윈하는 구조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경쟁사인 피자헛(Yum! Brands), 파파존스(Papa John's), 리틀시저스(Little Caesars)를 제치고 미국 피자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비결은 명확하다. '포트레싱(Fortressing)' 전략으로 동일 지역 내 점포 밀도를 높여 배달 시간을 단축하고, '믹스앤매치(Mix & Match)' 등 지속적인 할인 메뉴로 가성비를 강조하며, 디지털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3박자 전략이다.
한국 시장 484개 매장… 손흥민·한류 마케팅으로 승부
한국에서는 청오DPK가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며 2024년 기준 약 484개 매장(직영 111개, 가맹 373개)을 운영 중이다.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한 한류 마케팅과 한국식 한정 메뉴(LTO)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배달앱 경쟁 심화와 자영업 불황으로 매장당 매출 효율은 다소 둔화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가성비에 민감하고 배달 플랫폼 선택지가 다양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도미노도 프로모션 강화와 신메뉴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전망: "Hungry for MORE"… 점유율 확대 드라이브
도미노피자는 2025년에도 "Hungry for MORE" 전략을 내세우며 공격적 성장을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포장 주문(carryout) 확대와 로열티 프로그램 강화로 동일매장 매출 3~4% 성장을 목표로 한다. 해외에서는 6~7% 수준의 점포 순증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시장(일본·프랑스 등)에서는 매장 구조조정을 진행하지만, 인도·영국 등에서는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장 역시 경기 둔화 속에서도 가성비 프로모션과 한류 마케팅을 무기로 점진적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도미노피자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혁신, 프랜차이즈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3가지 강점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글로벌 피자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60년 역사의 피자 체인이 여전히 '배고픈' 이유는 분명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왔기 때문이다. 도미노피자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2025년, 그들의 '배고픔'이 어디까지 채워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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