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프랜차이즈가 살아남는 '고객의 불편' 훔치기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출근길 카페 앞, 긴 줄을 보고 발길을 돌린 적 있는가? 바로 그 순간, 당신은 경쟁 브랜드의 고객이 된다. 매일 수십 개의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 여기서 살아남는 비결은 무엇일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디커플링(Decoupling)', 즉 고객이 가장 싫어하는 단계를 찾아내 없애버리는 전략이다.
디커플링이란? 고객의 불편을 '훔치는' 기술
디커플링은 '연결 고리를 끊는다'는 뜻이다. 기존 기업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던 서비스를 쪼개서, 고객이 가장 불만족하는 부분만 골라 개선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떠올려보자. 앱으로 미리 주문하면 매장에 가서 줄 설 필요가 없다. 바로 이것이 디커플링이다. 고객이 가장 싫어하는 '줄서기'와 '대기'를 제거한 것이다.
1단계: 고객이 불편해하는 순간을 찾아라
먼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이용하는 전 과정을 지도처럼 그려봐야 한다. 이를 '고객 가치 사슬(CVC)'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카페 이용 과정은 이렇다.
• 구매 전: 갈증 느낌 → 카페 검색 → 매장 방문 → 메뉴 보기 → 줄서기 → 주문·결제 → 음료 대기
• 사용 중: 음료 수령 → 음료 마시기 → 매장 공간 이용
• 사용 후: 쓰레기 버리기
이 중 고객이 돈, 시간, 노력을 가장 많이 낭비한다고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2단계: 고객이 싫어하는 단계를 없애라
테이셰이라 교수는 이를 '가치 침식 활동 제거'라고 부른다. 고객에게 필요하지만 전혀 즐겁지 않은 활동을 없애는 것이다. 카페의 경우, 가장 큰 불만은 '줄서기'와 '주문 대기'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프랜차이즈 본부라면 전사적 스마트 오더 앱을 개발해야 한다. 개별 가맹점이라도 테이블 QR 주문이나 키오스크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매장 방문'을 없앤 스팀(Steam)의 전략과 같다.
3단계: 돈 내는 순간을 뒤로 미뤄라
두 번째 전략은 '가치 포착 활동 분리'다. 쉽게 말해 '결제'라는 부담스러운 순간을 핵심 서비스와 분리하는 것이다. 커피 구독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매일 커피값 5,000원을 내는 건 부담스럽다. 하지만 '월 99,000원에 아메리카노 30잔'이라면? 한 번만 결제하면 한 달 내내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는 모바일 게임의 전략과 같다. 게임은 먼저 무료로 플레이하게 하고, 나중에 아이템을 판다. 필라테스나 실내 골프 같은 고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1회 무료 체험'으로 서비스 가치를 먼저 경험하게 하고, 그다음에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4단계: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는 전략을 택하라
디커플링의 진짜 묘미는 여기 있다. 경쟁사가 알면서도 따라 할 수 없는 전략을 선점하는 것이다.
미국의 약 배송 서비스 '필팩'이 대표적 사례이다. 필팩은 노인들이 복용하는 수많은 약을 시간대별로 소포장해서 집으로 배송했다. CVS 같은 대형 약국 체인도 이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따라 할 수 없었다.
왜일까? CVS의 수익 모델은 고객이 약국에 와서 음료나 과자 같은 다른 물건도 사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 고객의 매장 방문이 줄어들어 기존 사업이 무너진다.
한국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치킨 브랜드가 '배달비 무료'를 약한 고리로 파악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본사 수익의 큰 부분이 '배달 앱 수수료'에서 나온다면? 본사는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없다. 바로 이 틈을 스타트업이 파고든다. 프랜차이즈는 스스로의 약점을 먼저 찾아 개선해야 한다. AI를 활용해 고객 주문 패턴을 분석하고 비효율적인 단계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생존은 '집중'에서 나온다
디커플링은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여정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가장 고통스러운 단 하나의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경쟁자보다 훨씬 더 잘 해결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제는 디커플링이라는 칼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리더가 될 수도, 기존 모델에 갇혀 사라질 수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의 어떤 '불편'을 해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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