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소비 34% 돌파…외식·유통·서비스 전 산업 '개인 맞춤' 재편
"광고보다 경험" 충성도 낮지만 확산력 높은 1인 소비자 공략이 관건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점심시간, 서울의 한 상권 골목. 20석 남짓한 '1인 밥상' 전문점 앞에는 혼자 온 손님들이 줄을 선다. 셀프 주문, 1인 전용 좌석, 반찬 리필은 무인 로봇이 담당한다. 점주에게 '단체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낯설지 않다.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 하루 세 끼를 혼자 먹는 사람들은 이제 거대한 시장의 중심에 있다. 통계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인 소비 관련 산업 규모는 2024년 157조원을 넘어섰다. 식품, 외식, 편의점, 배달, 뷰티, 헬스, 심지어 여행까지 — 모든 산업이 '혼자 하는 소비'를 기본 전제로 재편되고 있다.
연간 300조원 시장 — '혼자'의 소비가 표준이 되다
2020년대 중반 들어 한국 내 1인 가구는 1000만을 돌파했고, 이는 곧 소비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었다. 1인 가구의 소비 비중은 전체 가계소비의 약 34%를 차지하며 연간 300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식품과 외식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HMR(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불과 10년 전의 세 배 수준이다. 이제 식품기업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들 역시 HMR·밀키트·소용량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점포 밖의 소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2024년 CU의 전체 매출 중 1인 소비 품목(즉석식품·소용량 간식 등)이 52.4%를 차지했다. 매장 구성은 '혼밥 존', '혼술 코너'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1인 고객이 전체 구매자의 절반을 넘는 편의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대전환 — 소형화·무인화·개인화
프랜차이즈 산업의 중심축도 '가족 단위 외식'에서 '개인 단위 식사'로 이동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가맹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매장 면적이 5년 전보다 18% 감소했으며, 10평 이하의 소형 매장 비중은 36.5%에 달했다. 셀프주문, 무인결제, 로봇서빙 시스템을 갖춘 1인 매장은 프랜차이즈 신규 창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이 현상을 '압축형 소비'라고 정의한다. 소비자는 '공간·시간·관계'를 최소화하면서도 품질과 경험은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외식뿐 아니라 카페, 디저트, 뷰티, 헬스, 라이프서비스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작지만 고급스럽게" — 57.8%가 프리미엄 선호
1인 가구 소비자의 특성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가심비 소비자"다. 과거의 1인 소비가 '절약형'이었다면, 2020년대의 혼족 소비는 '자기 만족 중심형'으로 바뀌었다. 통계청 「소비자행태조사(2024)」에 따르면 1인 가구의 57.8%가 "조금 비싸더라도 나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또한 '식사·간식·디저트' 소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율이 4년 새 23% 증가했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맞춤성'과 '감성'을 중시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수를 위한 보편적 상품'보다 '나를 위한 경험'이 경쟁력이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1인 메뉴가 '생존형 상품'이었다면, 지금은 '자기 브랜드를 증명하는 상징 상품'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배달 주문 데이터가 말하는 1인 소비의 리듬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1인 소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다. 배달앱·간편결제·구독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한 사람의 소비 리듬'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배달앱 데이터 분석 결과 서울 1인 가구의 배달 주문은 평일 저녁 7시3시에 집중된다. 식사보다 '간식·디저트·주류'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소용량 와인' '1인분 안주' 등 맞춤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강력한 무기다.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 매장 입지 선정, 재고관리까지 정밀 경영(Precision Management)이 가능해졌다.
혼족 소비가 이끄는 산업의 재편
1인 가구 소비는 단순히 외식 트렌드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소비 패턴 자체가 사회 인프라를 바꾸는 수준에 이르렀다.
△ 식품·유통 산업: 대형마트의 대용량 중심 판매는 감소, 대신 1~2인용 상품 비중 급증. 이마트·롯데마트는 '소형 포장 코너'와 '즉석식 조리존'을 신설했다.
△ 편의점 산업: "편의점=1인 가구의 냉장고"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소포장·즉석식·소용량 음료는 물론, 세탁·택배·프린트까지 생활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다.
△ 서비스 산업: 청소·세탁·반찬·운동 등 생활서비스 프랜차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예약형', '무인화', '1회 단기 이용형' 모델이 주류로 부상했다.
△ 엔터테인먼트 산업: OTT, 미디어 구독,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캠(1인 여행 캠핑) 등 개인화 콘텐츠의 비중이 2025년 60%를 돌파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전략 변화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이미 1인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매장 전략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
① 메뉴의 소용량화: 커피·디저트·한식 브랜드 대부분이 '1인 세트', '반분 메뉴'를 도입했다. 단가를 낮추는 대신 회전율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한다.
② 매장 구조의 개인화: 1인 좌석, 셀프 바, 조용한 공간 연출 등 '혼자 쉬기 좋은 매장'으로 변신했다.
③ 무인 시스템 확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비대면 친숙도' 높은 소비자층에 맞춤 대응한다.
④ 구독·정기배송 모델: 도시락, 커피, 건강식품 등 정기 결제 서비스로 고객 유지율을 제고한다.
⑤ 데이터 통합 CRM: 앱·멤버십 데이터를 활용한 '1:1 개인 맞춤 마케팅'을 강화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다수 소비'에서 '개별 소비'로 전환 중이다. 기업의 성장 공식이 "확장"에서 "정밀화"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혼자 사는 소비자,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사는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가장 활발한 소통자다. SNS·리뷰·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고 브랜드의 세부 서비스를 평가한다. 그 결과 1인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지만, "경험 만족도에 따른 확산력"은 매우 높다. 한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는 "이들은 광고보다 '경험의 진정성'을 본다. 한 번 만족한 고객이 곧 가장 강력한 홍보 채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의 성공 조건은 '다수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 '한 명이 계속 찾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시장, ‘혼자’가 키운 거대한 경제
2025년의 혼족 경제는 이미 단일 산업군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소비 구조, 산업 생태계, 브랜드 전략, 심리문화까지 뒤흔드는 거대한 파도다. 이 시장의 핵심은 '작게'와 '가볍게'가 아니다. 오히려 '나답게', 즉 개인의 욕망과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다.
1인 가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 모든 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당신의 브랜드는 한 사람의 하루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 3부에서는 1인 가구가 만들어낸 상권의 뉴노멀과 도시 구조의 변화, 그리고 프랜차이즈 입지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룬다.
[저작권자ⓒ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