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카페가 '마지막 연결지점' — 프랜차이즈, 사회안전망 역할 주목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허양 기자]
서울 도봉구의 한 원룸 건물. 65세 여성 A씨는 매주 두 번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사며 직원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 몇 마디가 일주일 중 유일한 '대면 대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고령 1인 가구는 전체의 19%, 즉 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혼자 늙어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1인 가구의 고립 문제와 맞닥뜨려 있다. 1인 가구가 1000만을 돌파한 2025년, "혼자 산다"는 말은 더 이상 개인의 자유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사회적 단절, 정서적 외로움, 돌봄의 공백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47.3%가 "외로움 자주 느낀다" — 고립의 실체
서울시의 「2024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 결과, 1인 가구의 47.3%가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주 1회 이상 타인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령층 1인 가구의 35%는 응급상황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질병관리청의 「K-NHANES 정신건강지표(2024)」에서도 1인 가구의 우울증 진단율은 전체 평균보다 1.7배 높고, 의료 미이용률(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비율)은 29.2%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의 부재를 의미한다. 사회는 여전히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설계돼 있고, 그 틀 밖에 있는 개인들은 복지·의료·안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복지 종합계획 발표했지만…현장 연결력 부족
정부는 2024년 「1인 가구 맞춤형 복지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이는 주거, 의료, 안전, 정서 지원을 통합한 '개인 단위 복지 체계'의 첫 시도였다. 계획에는 △고립 예방 커뮤니티 구축 △응급안전 알림서비스 △1인 가구 사회복지사 매칭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실효성은 아직 낮다. 지자체별 예산 격차가 크고, 중앙정부-지자체 간 데이터 연계가 미흡하다.
특히 1인 가구 복지를 위한 전문 인력·상시 방문체계가 부족해 정책의 '현장 연결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 복지정책 담당자는 "문제는 제도보다 접촉의 부재"라며 "고립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에서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 — 상업 인프라가 복지 인프라로
서울시는 2024년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혼자 사는 주민에게 심리 상담, 커뮤니티 공간, 돌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 복지 모델이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시도는 '마음편의점(Mind Convenience Store)'이다.
'마음편의점'은 기존 편의점을 활용해 정신건강 상담·정서 케어·생활정보 제공을 결합한 서비스다. 직원들은 일정 교육을 받은 뒤 고립 신호를 감지해 상담센터와 연결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도시형 외로움 해결의 세계적 실험"으로 평가했다. 도시의 상업 인프라가 복지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가 만드는 '관계의 인프라'
이제 프랜차이즈 산업은 단순한 소비 유통망을 넘어 지역 기반의 '사회적 연결망(Social Link)'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편의점, 카페, 세탁, 도시락, 헬스 등 1인 가구와 밀접한 생활 프랜차이즈들이 '마지막 연결지점'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편의점 = 전국 5만개 점포는 이미 '24시간 열려 있는 생활 거점'이다. 일부 브랜드는 고령자 안부확인, 응급알림 시스템을 도입해 '생활형 사회안전망'으로 진화 중이다.
△ 카페·외식 매장 =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무인화 대신 '대화 가능한 점포'가 오히려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 헬스·돌봄 서비스 = 1인 고객 대상 건강관리·식단관리·운동 코칭 서비스가 '생활 돌봄'의 연장선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CSR(사회공헌)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변형이다. 기업은 '상품을 파는 곳'에서 '관계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로 고립 신호 포착 — '생활 데이터 허브' 역할 가능
1인 가구의 고립 문제는 물리적 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와 데이터의 단절 또한 중요한 원인이다.
현재 정부는 보건복지부·지자체·민간기관 간 데이터를 연계해 '고립 위험 조기 탐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전기·수도 사용량, 의료 방문 기록,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고립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방문 돌봄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생활밀착형 브랜드들은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지역별 고립 위험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생활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 연구자는 "프랜차이즈는 이미 전국의 골목에 '사람의 손'이 닿아 있는 유일한 민간 네트워크"라며 "연결의 인프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배우는 ‘1인 가구 복지’
일본은 이미 15년 전부터 '단독가구 고립' 문제를 국가 전략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지자체 단위로 '고립자 조기 탐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해 IoT 기반 생활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도쿄도는 고령 1인 가구 대상 '센서 기반 응급알림 서비스'를 공공요금과 연동하여 무료 제공한다.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율이 50%를 넘지만, 국가 차원의 '디지털 커뮤니티 복지 플랫폼'을 통해 주민 간 관계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고립 문제는 '복지 행정'이 아니라 '도시 운영 체계'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CSR에서 '사회적 존재 이유'로 진화
과거의 '기업의 사회적책임 (CSR)'이 기부와 봉사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존재 이유(Social Relevance)"로 진화해야 한다. 1인 가구 시대에 프랜차이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원'이 아니라 '참여'다. 한 사회학 연구자는 "사회적 고립은 시장의 실패이기도 하다"며 "그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산업이 프랜차이즈라면, 그들이 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고립 예방'을 경영전략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식사 배달 서비스와 건강 모니터링을 결합한 '케어 푸드 프랜차이즈'나,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셜 편의점'이 등장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연결'이 곧 시장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더 이상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와 산업이 작동하는 기본 단위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다. 이제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 소비의 단위가 개인이 된 사회에서, 연결의 단위 또한 개인이어야 한다.
2025년의 대한민국은 '고립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기술'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 기술은 인공지능이나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잇는 구조"다. 그 사이에 프랜차이즈 산업이 있다.
프랜사이트 기획특집 〈솔로시대〉 1~4부를 통해 1인 가구 1000만 시대의 인구 구조 변화, 혼족 경제의 부상, 도시 공간의 재편, 그리고 사회적 연결의 과제를 살펴봤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제 '소비'를 넘어 '관계'를 설계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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