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전환 가속화하는 롯데리아, 브랜드 관리가 승부처 될 듯

[호치민 = 이영은 기자]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가 베트남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매장 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0개 매장으로 1위 수성 중... 하지만 적자 심화
롯데리아는 1998년 베트남 진출 이후 27년간 꾸준히 성장해 2025년 기준 약 2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뒤를 이어 필리핀 브랜드 졸리비가 210여 개, 글로벌 브랜드 KFC가 180여 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 치킨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에서도 롯데리아는 21.5%로 졸리비와 근소하게 접전을 벌리고 있으며, KFC는 13.4%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롯데리아 베트남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4년 순손실은 약 6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직영→가맹 전환으로 확장 속도 높여
롯데리아는 초기 직영점 중심 운영에서 최근 가맹사업 방식으로 전환하며 매장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노이 쭝킨점을 가맹 1호점으로 시작한 이후 가맹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가맹 전환은 매장 수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본사의 통제력이 약해져 브랜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졸리비는 '현지화'로, KFC는 '신뢰도'로 공략
경쟁사들의 전략도 뚜렷하다. 필리핀 국민 브랜드 졸리비는 베트남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2024년 기준 20% 이상의 수익 증가율을 달성했다. 특히 베트남인들의 가족 중심 문화를 겨냥한 감성 마케팅으로 브랜드 호감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KFC는 브랜드 신뢰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조사기관 Decision Lab의 2025 브랜드 건강도 조사에서 KFC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일관된 품질 관리와 위생 수준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뉴 현지화와 가맹점 관리가 관건
롯데리아도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킨 메뉴 구성을 대폭 늘리고, 베트남인들의 입맛에 맞춰 국수와 밥이 포함된 메뉴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에서 20년째 요식업을 운영하는 고광렬 씨는 "롯데리아가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하며 매장 수 확보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맹점 관리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롯데리아가 베트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졸리비의 현지화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메뉴 개발과 함께, KFC의 신뢰도를 따라잡기 위한 철저한 가맹점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진출로 글로벌 확장 시동
한편 롯데리아는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에 미국 1호점을 오픈하며 글로벌 확장에 나섰다. 'The Original K-Burger'라는 슬로건 아래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라이스버거 등 K-푸드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며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오픈 직후 수백 미터의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일부에서는 오랜 대기 시간과 운영상의 문제,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대(불고기버거 콤보 $12.77, 새우버거 콤보 $13.27)를 개선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브랜드 확장의 상징성을 지니지만, 베트남은 실질적인 매출과 경쟁력을 증명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롯데리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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