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철회 압박 거세져…디지털 무역장벽 보복 우려 현실화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국 주요 산업계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줄 것으로 분석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회담의 핵심을 '안보·방위 협력, 경제·산업 협력, 한미 관세협상 원안 유지'로 정리하며, 산업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3500억 달러 투자로 관세 10%포인트 깎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관세 인하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다.
하지만 산업별로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조선업과 방산, 에너지 분야는 '대박' 기대감이 높지만, 자동차와 농식품 산업은 여전히 높은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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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트럼프의 'MASGA' 프로젝트로 재도약
조선업계에는 특히 밝은 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이재명 대통령의 '조선·제조업 르네상스' 정책과 맞물리면서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 배를 사되 미국에서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공동 건조, 해군 MRO(유지·보수·운영), 조선소 현대화 등 다방면의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지 합작 거점 확대와 친환경 선박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라며 "트럼프 2기 동안 조선업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방산·에너지도 동반 상승 기대
방산 분야도 '동맹 현대화'라는 틀에서 실질적인 협력 강화가 예고됐다. 단기적으로는 방위산업 전략광물 공급과 미국의 첨단 무기 도입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K-방산 경쟁력 제고가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산업도 수혜 업종이다. 2028년까지 LNG(액화천연가스) 등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자력 분야 협력이 본격화된다.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와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차전지와 AI 등 첨단기술 분야도 긍정적이다. K-배터리는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미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AI 등 첨단기술 협력 확대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자동차·농식품은 여전히 '관세 부담'
반면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15%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국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 투자 확대와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식품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미 수출품에 15% 추가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어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활용과 현지 공장 설립 등의 대응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한 긴장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내 바이오 클러스터 확보를 위한 생산시설 인수 등 대미 투자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온플법 철회 압박 거세져…보복 조치 우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디지털 무역 장벽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적하며 철회를 압박해왔다. 이재명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온플법이 한미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은 한국의 법안이 미국 디지털 기업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ICT 업계도 트럼프 행정부에 디지털 무역 장벽 완화 논의를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낸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사실상 무역 장벽으로 인식해 추가 관세 부과, 미국 비자 제한, 검열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간접 수출도 '비상등' 켜져
한국의 대미 부가가치 수출(간접 수출) 감소도 심각한 우려 요소다. 2021년 68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46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중국, 베트남, 캐나다 등 한국의 핵심 대미 부가가치 수출 경유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집중 타겟이어서 향후 한국의 간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 무역 전문가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분쟁 상수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정책에 맞서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가진 한국은 부가가치 수출에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이 관건
이번 정상회담은 불안 요인을 완화하고 전략 산업의 협력 기회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산업별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는 만큼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 협력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논의 속에서 성장 동력을 적극 모색하는 동시에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실행 과정에 대한 후속 모니터링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발굴이 한국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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