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연기·관세정책 변화 속 데이터 기반 '사전예방형 정책' 전환이 생존 열쇠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한국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근본적 전환점에 서 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폐업하는 현실과 기존 정책의 한계가 맞물리면서, 현상 유지 중심에서 성장 유도형으로의 대대적 정책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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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책의 구조적 한계... "지원 도착했을 땐 이미 폐업"
현재 한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디지털 전환, 고용, 기술·창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본질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1~2년 전 통계를 토대로 한 정책의 시차 문제다. 급변하는 현장 상황을 정책이 따라잡지 못해 지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소상공인이 폐업한 뒤인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원은 국내 온라인 시장에만 집중되어 글로벌 진출 전략이 미흡하고, 인건비 위주의 단기 고용정책은 만성적 인력난 해소에 한계를 보인다. 기술 창업 지원 역시 초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초점을 맞춰 전통적인 소상공인은 소외되기 쉬운 구조다.
특히 금융 지원의 경우 심사 기준이 엄격해 실제 수혜율이 낮아 정책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상 유지를 위한 단기 대응에 머무는 정책으로는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미관계 변화가 소상공인에 미치는 파급효과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는 국내 소상공인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로 상징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는 지속적인 경제적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과 미·중 무역분쟁의 상수화는 한국의 대미 부가가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멕시코, 중국, 베트남, 캐나다 등 제3국을 경유한 간접 수출이 감소 추세에 있어 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를 가진 소상공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을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인식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정부가 온플법 입법을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한 것은 소상공인 보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진출형 정책으로 대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글로벌 지향적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국내 온라인 시장에 국한된 디지털 전환 지원을 넘어 글로벌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한 맞춤형 전략과 플랫폼(K-GEI) 구축이 시급하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소상공인이 유통사에 제품을 납품하면 유통사가 수출을 지원하는 간접 수출 지원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식품 산업의 경우 대미 수출품에 15% 추가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므로 OEM 활용과 현지 공장 설립 등의 대응 전략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중요하다.
한국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따른 간접 수출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경유국에 대한 부가가치 수출 대응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SBIR 모델 도입... 기술혁신 상업화 지원
기술 혁신 및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의 SBIR(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 사례를 참고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창업을 넘어 기술 타당성 검토, 제품 개발 및 시장성 검증, 상업화 및 민간 투자 연계 등 3단계 지원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특히 AI 등 첨단기술 협력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소상공인들이 조선, 에너지, 방산, 이차전지 등 한미 간 협력이 강화되는 전략 산업 분야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민간 투자 유치가 어려운 초기 단계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략 산업 연계를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사전예방형 정책' 전환 시급
가장 시급한 과제는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통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폐업하는 현실과 정책의 시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카드 매출, 상권 유동 인구, 온라인 주문 데이터를 종합한 '소상공인 경영지수' 개발이 필요하다.
휴폐업 가능성을 미리 진단하는 '휴폐업 지수'와 금융 상태를 분석하는 '금융지수'를 구축해 위기 발생 전에 지원하는 사전 예방형 정책으로의 전환이 관건이다.
정부는 고용에 더해 경영, 복지, 재기, 디지털, 자금, 교육 등 7대 영역을 아우르는 원스톱 통합생존플랫폼(SSP) 구축을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해 무담보 대출, 멘토 배정, 재무·회계 교육 기회를 결합한 금융 지원 및 경영 멘토링 융합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된다.
디지털 규제 정책 재검토 불가피
미국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를 유지하되, 미국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거나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은 디지털 규제를 사실상 무역 장벽으로 인식하며 추가 관세, 비자 제한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어 더욱 신중한 정책 판단이 요구된다.
통상정책 전문가는 "한미 관계 변화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더 이상 국내 현상 유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글로벌 지향적인 성장과 혁신,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으로 대대적인 재정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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