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주거비, ‘룸메이트’ 없이는 불가능한 뉴요커의 삶

[프랜사이트 = 박세현 기자]
최근 발표된 충격적인 경제 분석 결과가 미국의 주요 대도시, 특히 젊은 독신 전문직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홀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Comfortable)’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무려 연간 18만4420달러(한화 약 2억6363만 원)의 소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뉴욕시 직장인의 평균 연봉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나 홀로 뉴요커의 꿈’이 얼마나 높은 경제적 장벽에 부딪혀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금융 정보 웹사이트 ‘고뱅킹레이츠(GoBankingRates)’가 미국 인구조사국 및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내놓은 이 연구 결과는, 단순히 ‘생존(Survival)’을 넘어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현실적인 비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는 재정 관리의 황금률로 불리는 ‘50-30-20 재정 규칙’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규칙은 소득의 50%를 필수 생활비(집세, 식비, 공과금 등), 30%를 여가 및 비필수 지출(외식, 취미, 여행 등), 그리고 20%를 저축 및 투자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에서 이 규칙을 적용했을 때 독신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생존 연봉’은 9만2210달러(약 1억3181만 원)로 추정됐다. 그리고 여기에 여가와 저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여유로운 단계’에 도달하려면 그 두 배인 18만4420달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금액마저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뱅킹레이츠의 분석은 미국 전역의 주택 보유율을 고려해 월세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중심으로 비용을 산출했다. 그러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자가보다 임대 거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특히 맨해튼 중심부의 평균 월세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상당수의 뉴요커들이 실제로는 보고서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주거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많은 독신 직장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룸메이트’와 주거 비용을 분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뉴욕 생활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된 지 오래다.
한편, 미국 내에서 ‘여유로운 독신 생활’에 가장 높은 연봉이 요구되는 도시는 첨단 기술 산업의 메카인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산호세에서는 무려 연간 26만4946달러(한화 약 3억7875만 원)가 필요해 뉴욕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이 지역의 주택 및 생활 물가를 반영하는 수치다.
산호세에 이어 샌프란시스코(25만1398달러, 약 3억5938만 원), 샌디에이고(20만6353달러, 약 2억9498만 원), 로스앤젤레스(19만4920달러, 약 2억7864만 원) 등 캘리포니아의 주요 도시들이 ‘여유로운 삶’을 위한 고액 연봉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주거 비용 급등의 시대에, 미국 대도시에서 독신자로서 재정적 안정과 삶의 질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과제가 되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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