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https://fransight.kr/news/data/2025/09/05/p1065602591863218_186.jpg)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 가맹점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꿈이 있었다. 가족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시작한 작은 가게. 그러나 그 꿈은 어느 순간 견딜 수 없는 무게가 되어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40대 가맹점주에게 그 가게는 전부였을 것이다. 아마도 평생 모은 돈과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소중한 터전. 매일 아침 문을 열며 오늘은 조금 더 나아지기를, 손님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공간은 갈등과 스트레스의 무게로 숨 막히는 곳이 되어버렸다.
인테리어를 다시 하라는 본사의 요구. 어쩌면 그에게는 또 다른 빚더미였을 것이다. “매출이 떨어지니까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당신이 더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책망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신메뉴 도입 압박, 지정업체 사용 강요... 하나하나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돌덩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날, 인테리어 업체 부녀와 본사 이사가 찾아왔을 때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또 다른 요구사항을, 또 다른 부담을 가져온 사람들로만 보였을까. 자신의 절규를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사람들로 여겨졌을까. 그 순간, 아마도 오랫동안 쌓여왔을 분노와 절망이 폭발했다.
하지만 희생된 세 분도 각자의 삶이 있었다. 본사 이사는 회사의 정책을 전달해야 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고, 인테리어 업체 부녀는 생계를 위해 성실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 역시 이 구조적 모순의 피해자였다.
이 모든 비극의 뿌리에는 소통의 부재가 있다. 가맹점주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본사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의 절망적인 심정을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주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원래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이어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갑과 을의 관계로 변질되었을까.
가맹점주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를, 매출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그들의 마음을 본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동시에 본사 임직원들도 브랜드 경쟁력 유지와 실적 압박 사이에서 고민하며,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강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괴로웠을 것이다. 전체 가맹점의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정책이 개별 가맹점주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는 딜레마를 안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중간업체 관계자들 역시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채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 시스템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 길에 들어섰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적대시하게 된 현실이 마음 아픈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맹점주의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주고, 합리적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 본사는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상생을 택해야 하고, 중간업체들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진정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 정기적인 소통 채널 운영, 실질적인 분쟁 해결 시스템 구축 같은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각자의 사정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날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 이상 누구도 꿈을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다. 그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박세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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