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특집①] 유통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11-07 08:28:48

10분이면 집 앞에... '퀵커머스' 혁명, 도시의 쇼핑 풍경을 바꾸다
2032년 3,376억 달러 시장 전망, 속도 경쟁 넘어 '생활 가치'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가 과제... AI·로보틱스 접목한 '지속가능 모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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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주문한 지 10분 만에 아이스크림이 도착했어요. 마트에 갈 시간도 없었는데 정말 신기해요."

퀵커머스는 초고속 배송을 핵심으로 하는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형태다. 일반 온라인 쇼핑이 1~2일의 배송 기간을 필요로 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 퀵커머스는 그 중간 지점에서 '즉시성'과 '편리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도심 곳곳에 자리한 소형 물류창고(다크스토어)에서 10~30분 이내에 상품이 배달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1708억 달러(약 240조 원) 규모의 시장이 2032년에는 3,376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조사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InsightAce Analytic은 2024년 1037억 달러에서 2034년 9981억 달러로 연평균 25% 성장을 예측했고, Research & Markets 역시 2029년까지 연 25% 성장률을 제시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시장이 2024년 기준 약 33%의 점유율로 가장 성숙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 면에서는 아시아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인도, 중국, 한국 등 인구 밀집 도시가 많은 국가들에서 퀵커머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은 노동과 물류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화·기술·소비 트렌드가 만든 '완벽한 타이밍'

퀵커머스가 지금 이 시점에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첫째, 도시화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짧은 배송 반경 내에 수많은 소비자가 밀집하게 됐다. 이는 퀵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전제 조건이다.

둘째, 소비자의 기대치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싸게'가 최우선 가치였다면, 이제는 '빠르고 쉽게'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높다.

셋째, 기술 혁신이다. AI 기반 배송 루트 최적화, 실시간 재고 관리 시스템, 간편 모바일 결제의 보편화가 퀵커머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10분 배송'이 현실이 된 배경에는 이런 기술들이 있다.

넷째, 이커머스 업계의 '라스트마일(Last Mile)' 경쟁이 치열해졌다. 온라인 쇼핑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기업들은 배송 속도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비 패턴의 변화도 한몫했다. '즉흥 구매(impulse buy)'가 늘어나면서 "지금 당장 필요해"라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각광받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마이크로 물류'
 
퀵커머스의 운영 구조는 전통적인 유통과 확연히 다르다. 핵심은 도심형 소형 창고, 이른바 '다크스토어'다. 이곳은 일반 고객이 방문할 수 없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로, 주거 밀집 지역 반경 3~5km 이내에 위치한다.
 
다크스토어에는 식료품, 음료, 개인 위생용품, 생활용품 등 회전율이 높은 필수품 위주로 재고를 쌓아둔다. 상품 종류는 일반 마트보다 제한적이지만, 수요 예측 AI를 통해 '몇 시간' 단위로 재고가 회전될 정도로 효율적으로 관리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AI 배차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 배송 루트를 계산하고, 전문 배달 인력이 실시간 위치 추적을 받으며 상품을 배달한다. 여러 주문을 묶어서 한 번에 배송하는 '배치 딜리버리' 기술도 활용된다.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배송비나 최소 주문 금액 설정, 월 정액 구독 서비스(무료 배송 회원제), 그리고 상품 마진에 광고 수익을 더한 방식이다. 특히 대형 일상소비재(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 브랜드들이 퀵커머스 플랫폼 내 광고 슬롯을 구매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는 87%, 중국은 '생활 인프라화'... 해외는 지금

인도에서는 2022년 퀵커머스 앱 사용자 비율이 33%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87%로 급증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퀵커머스를 통해 6~8%의 '신규 소비'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즉, 기존 오프라인 소비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고용 효과도 커서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중국은 메이투안, 알리바바 같은 대형 플랫폼이 '즉시 소매'를 일상 인프라로 만들었다. AI 예측 기술과 초단기 배송을 결합해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진화시킨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Getir, Gorillas, GoPuff, JOKR 같은 스타트업들이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부 도시에서는 도심 창고가 난립하면서 소음, 교통 혼잡 등의 문제로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다.

장밋빛 전망 뒤 숨은 '수익성 함정’

퀵커머스의 가장 큰 과제는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이다. 배달비, 인건비, 도심 임대료에 고객 확보용 할인까지 더해지면 한 번의 배송으로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 대도시 중심부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외곽이나 소도시는 수요 밀도가 낮아 비효율적이며, 과도한 속도·가격 경쟁은 체력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배달 라이더의 보험·노동 규제·높은 이직률 등 노동 리스크와 '빠른 배송은 좋지만 추가 요금은 싫다'는 소비자 심리도 난제다. 또한 소량 다빈도 배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포장 폐기물 증가도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다.

AI·로보틱스·친환경... 미래는 '스마트 지속가능성’

업계는 기술 고도화와 지속가능성 강화를 미래 핵심으로 본다. AI가 재고·수요·가격을 자동 조정하고 고객별 재구매 패턴을 예측하는 '하이퍼 퍼스널라이제이션', 소형 창고의 로봇 자동화로 인건비 절감, 편의점·마트 등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O2O(Online to Offline)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기 배송 차량, 친환경 포장재, AI 기반 식품 폐기 최소화 등 지속가능성 확보와 데이터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통한 수익 다변화도 중요한 트렌드다.

'속도'에서 '가치'로... 패러다임 전환이 생존 열쇠

퀵커머스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속도 경쟁'에서 '생활 가치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빠르고 싸게만을 외치는 소모전에서 벗어나 고객 삶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다. 

AI 수요 예측, 파트너십 비용 절감,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퀵커머스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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