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의 맛이 부르는 새로운 기회 - 멕시코 외식시장 진출 전략" ①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09-22 17:02:41
GDP 13%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 한국 프랜차이즈에 던지는 기회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화약뭉치'가 글로벌 문화 코드로
멕시코시티 한복판, 길거리 타코 스탠드 앞에 긴 줄이 서 있다. 놀랍게도 이곳은 2024년 미쉐린 스타를 받은 '엘 칼리파 데 레온'(El Califa de León)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쉐린 스타가 길거리 음식점에 수여된 것은 멕시코 미식 문화의 진정성을 세계가 인정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타코의 기원은 의외의 곳에 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18세기 멕시코 은광에서 화약뭉치를 뜻하는 '타코(taco)'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아즈텍 문명 시기부터 옥수수 토르티야를 활용한 간단한 음식으로 시작된 타코는 오늘날 토르티야 위에 살사와 단백질을 얹는 심플한 레시피로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즐기는 음식으로 떠올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타코 알 파스토르'(Tacos al Pastor)의 탄생 배경이다. 1930년대 푸에블라와 멕시코시티에서 대중화된 이 타코는 레바논계 이민자들이 전한 조리법이 멕시코식 양념과 옥수수 토르티야와 만나 탄생한 융합의 산물이다. 이는 타코가 단순한 전통 음식을 넘어 글로벌 현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네스코에서 미슐랭까지, 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 실현
이 같은 문화적 토양은 이미 2010년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 멕시코 전통음식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국가 브랜드로서의 미식을 공인받은 것이다. 토르티야(Tortilla)와 타말레(Tamale)로 대표되는 옥수수 문화와 공동체적 식문화가 핵심 가치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14년 후인 2024년, 미쉐린 가이드 멕시코 첫 에디션이 발표되며 멕시코는 글로벌 미식 지도에 본격 편입됐다. 별 2개를 받은 푸졸(Pujol)과 킨토닐(Quintonil)을 비롯해 별 1개 16곳, 그린스타 6곳, 빕구르망(Bib Gourmand) 42곳이 명단에 올랐다. 2025년에는 선정 식당이 181곳으로 늘어나며 새로운 원스타 5곳과 빕구르망 12곳이 추가로 인정받았다.
GDP 13%를 차지하는 거대한 성장 엔진
멕시코의 거리를 걸으면 어디서나 타코 굽는 냄새와 함께 활기찬 외식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이 역동적인 시장이 이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외식산업은 전체 GDP의 약 13%를 차지하며, 전통 음식과 현대적 글로벌 트렌드가 결합된 거대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인 수치들이 이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멕시코 통계청(INEGI)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푸드서비스 부문의 명목 GDP는 약 382.8억 달러(약 5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숙박·음식 전체 분야는 7780억 페소(약 58조 원)를 기록하며 전기 대비 2.32%의 성장세를 보였다.
사업체 저변도 놀랍도록 넓다. INEGI 사업체 명부(DENUE) 기준으로 음식·음료 업종 등록 사업체는 2023년 4분기 76만 1500곳에서 2025년 집계로는 77만 2442곳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 고르게 분포된 외식업계의 활발한 창업과 확장을 의미한다.
관광업과의 선순환이 만드는 호황
멕시코 외식업 성장의 가장 강력한 동력 중 하나는 관광업 회복이다. 2023년 멕시코 국제관광객은 4222만 명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고, 관광수입은 285.6억 달러(약 40조 원)로 8.4% 늘었다. 외식·숙박이 관광전략의 핵심축인 점을 고려하면, 내·외국인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멕시코 외식업 상공회의소(CANIRAC)는 2024년 외식업 4% 성장을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외식 빈도 조사에서도 주 1~2회 이상 외식하는 비중이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퀵서비스는 가격 접근성으로 선호되며, 배달 전용의 다크키친(Dark Kitchen)과 가상의 공유주방 개념의 클라우드키친(Cloud Kitchen)도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도 막대하다. CANIRAC에 따르면 외식업 사업체는 국내 전체 사업체의 12.2%를 차지하며, 2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혁신의 메카로 부상
멕시코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멕시코 프랜차이즈 협회(AMF)에 따르면, 현재 15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약 9만 5000개 매장을 운영하며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GDP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멕시코 프랜차이즈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알세아(Alsea)다. 이 회사는 스타벅스, 도미노, 버거킹, 비프스, 칠리스, P.F.창, 이탈리아니스, 치즈케이크팩토리 등 글로벌 브랜드들을 운영하며, 2024년 멕시코 매출이 그룹 전체의 55.3%인 430억 페소(약 32조 원)를 기록했다. 특히 커피와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부문이 핵심 성장 동력이었다.
카테고리 킬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리틀시저스는 공항과 대학 등 비전통적 입지를 통한 공격적 확장과 저가 번들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고, 윙스톱은 치킨윙 전문 카테고리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브랜드당 평균 4개의 신규 출점이 이뤄졌으며, 2024년 매출 14% 성장을 이루어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체인과 현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건강식, 퓨전 타코, 친환경 외식 모델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의 급속한 발전
우버이츠(Uber Eats), 라피(Rappi), 디디푸드(DiDi Food) 같은 배달 플랫폼이 주요 도시에서 기본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인프라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라피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144만~163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다크키친과 고스트키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저비용·빠른 확장에 적합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별 특화 메뉴와 심야 수요 충족이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국 프랜차이즈에 던지는 첫 번째 시사점
멕시코 외식시장이 한국 프랜차이즈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가격민감하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세그먼트 공략이 필요하다. QSR, 테이크아웃, 다크키친 모델이 특히 유망하다.
둘째, 멕시코시티, 칸쿤, 로스카보스 등 관광 허브를 중심으로 한 체인 전개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만나는 접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확산시킬 수 있다.
셋째, 로컬 식재료와 소스의 현지화가 핵심이다. 옥수수, 살사, 단백질 조합의 모듈형 메뉴 혁신을 통해 멕시코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타코 알 파스토르가 중동 요리의 성공적 현지화 사례인 것처럼, K-푸드도 멕시코식 변주가 필요하다.
넷째, 문화적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길거리 음식이 미쉐린 스타를 받는 나라에서 '가성비 미식' 포지셔닝은 매우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새로운 기회의 땅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멕시코 전통 요리 문화는 옥수수, 고추, 콩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음식 문화의 뿌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77만 개가 넘는 사업체가 활동하는 현재의 외식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타코가 화약뭉치에서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한 것처럼, 멕시코 외식시장은 전통의 힘과 현대적 혁신이 만나는 역동적 공간이다. GDP의 13%를 차지하는 이 거대한 시장은 단순한 성장을 넘어 문화적 뿌리와 관광, 배달 서비스 성장세를 기반으로 한 확장 여력이 크다.
라틴의 맛이 세계를 사로잡는 시대, 멕시코 외식시장은 한국 외식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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