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의 맛이 부르는 새로운 기회 - 멕시코 외식시장 진출 전략" ②
우승련 기자
srwoo@fransight.kr | 2025-09-23 16:08:00
한국 vs 멕시코 프랜차이즈 생태계 비교분석과 실전 진출 전략 로드맵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한국과 멕시코, 서로 다른 프랜차이즈 DNA
한국 프랜차이즈업계는 2024년 기준 8802개 본사, 1만2377개 브랜드, 36만5000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는 흥미로운 구조적 특징이 숨어있다. 대부분 브랜드가 100개 이하 매장 규모로 분산되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프랜차이즈 밀도를 보이면서도 개별 브랜드의 스케일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멕시코는 1500개 브랜드와 9만 5000개 매장으로 규모면에서는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구조는 정반대다. 알세아(Alsea) 같은 소수 대형 운영사가 시장을 주도하며 강력한 스케일 메리트를 구현하고 있다. 한 회사가 스타벅스부터 도미노피자까지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시장의 진입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이 브랜드 다양성과 혁신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지만, 과밀 경쟁 환경인 반면, 멕시코는 검증된 콘셉트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시장이다.
공통점에서 찾는 진출의 실마리
두 시장 간 공통점도 많다. 디지털 주문의 급속한 확산, 수도권 입지 경쟁 심화, 글로벌 퓨전 음식에 대한 높은 수용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배달 서비스의 보편화다. 한국의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처럼 멕시코에서도 우버이츠, 라피, 디디푸드가 주요 도시 생활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2024년 1분기 라피의 월간 이용자만 144만~163만 명에 달한다.
가성비에 대한 관심도 양국 공통의 트렌드다. 한국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 중요해진 것처럼, 멕시코에서도 가계 소비 둔화에 대응한 세트 메뉴와 한정 메뉴(LTO)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2027 멕시코 외식업계 전망
멕시코 외식업계는 향후 몇 년간 4가지 주요 트렌드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가성비 플랫폼의 부상이다. 가계 소비 둔화에 대응해 브랜드들은 세트 메뉴와 한정 메뉴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빕 구르망(Bib Gourmand)형 가성비 미식' 트렌드가 길거리 음식에서 캐주얼 다이닝까지 확산되고 있다.
둘째, 공유주방인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의 본격 확산이다. 저비용, 빠른 확장에 적합한 이 모델은 지역별 특화 메뉴와 심야 수요 충족이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같은 대도시에서 임대료 상승에 대응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리쇼어링(Reshoring) 산업단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북부와 바히오 지역 제조업 단지에서 낮 시간대 수요가 급증하며 QSR, 커피, 편의식당의 성장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한국 브랜드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을 제공한다.
넷째, 배달 서비스의 완전한 생활화다. 다중 앱 전략과 자체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 됐다. 배달 전용 메뉴와 패키징 혁신이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K-프랜차이즈 진출을 위한 4단계 전략
1단계: 입지 전략 - 80-200㎡ QSR의 최적 배치
멕시코 진출에 가장 적합한 포맷은 80-200㎡ 규모의 QSR·패스트캐주얼이다. 대학가와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입지 전략이 효과적인데, 이는 젊은 소비층의 높은 외식 빈도와 새로운 맛에 대한 개방성 때문이다.
관광 허브인 멕시코시티, 칸쿤, 로스카보스는 1차 진출 거점으로 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K-푸드를 경험한 후 현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입소문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칸쿤의 호텔존과 멕시코시티의 로마-콘데사 지역은 프리미엄 캐주얼 다이닝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2단계: 메뉴 현지화 - '맛의 번역'이 아닌 '맛의 창조'
한국 프랜차이즈가 멕시코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메뉴 번역을 넘어선 '맛의 창조'가 필요하다. 멕시코인들의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은 네 가지 핵심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매운맛의 세밀한 단계화가 첫 번째 관건이다. 멕시코는 고추의 본고장이지만, 한국의 '얼큰한 매운맛'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멕시코인들은 할라피뇨부터 하바네로까지 고추 종류별로 서로 다른 매운맛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따라서 김치찌개나 떡볶이 같은 한국 대표 메뉴도 마일드, 미디엄, 핫, 엑스트라 핫의 4단계로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옥수수 기반 사이드 메뉴의 개발도 중요하다. 멕시코에서 옥수수는 쌀만큼이나 기본적인 식재료다. 길거리 대표 간식인 엘로테스(Elotes)(옥수수 구이), 토스타다스(Tostadas)(튀긴 옥수수 칩), 에스퀘테스(Esquites)(컵에 담은 옥수수 알갱이) 등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옥수수 요리를 사이드 메뉴로 개발하면 브랜드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음료 라인업에서 아과스 프레스카스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멕시코인들은 식사와 함께 타마린드, 히비스쿠스, 파인애플, 수박 등으로 만든 전통 과일 음료를 즐긴다. 계절별로 다른 과일을 활용한 아과스 프레스카스 메뉴는 더위가 심한 멕시코 기후에도 잘 어울린다.
채식과 비건 옵션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멕시코는 카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관습이 있으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위한 채식주의도 확산되고 있다.
K-멕시코 퓨전의 창의적 융합
현지화의 완성은 단순 적응을 넘어선 창의적 융합에서 나온다. 불고기 타코에 김치 살사를 결합하거나, 떡볶이에 멕시코산 과히요 고추를 활용한 'K-타코볶이' 같은 퓨전 메뉴는 양국 음식 문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의 '매운맛 문화'와 멕시코의 '칠리 문화'는 자연스러운 접점을 제공한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에 멕시코 전통 향신료인 쿠민과 오레가노를 더하면 현지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창조할 수 있다.
3단계: 운영 전략 - 디지털 퍼스트 접근
멕시코에서는 다중 배달 앱 전략이 필수다. 우버이츠, 라피, 디디푸드를 모두 활용하면서 자체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한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확산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핵심이다. '가성비 미식' 포지셔닝으로 리뷰 플랫폼에서의 평점 관리도 중요한 성공 요소다.
4단계: 리스크 관리 - 지속가능한 단위경제 설계
멕시코 진출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운영상 리스크: 치안을 고려한 운영시간 조정과 현금 관리, 직원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 운영시에는 보안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재무적 리스크: 배달 플랫폼 수수료(15-30%)와 인건비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단위경제 설계가 중요하다.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한국보다 낮지만 매년 상승폭이 크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 핵심 한국 식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현지 수입업체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고추장, 김치 등 핵심 소스류는 현지 생산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