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언택트 소비와 만난 新창업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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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새벽 2시, 서울 신림동 한 골목길. 대부분 상점이 셔터를 내린 가운데서도 환하게 불을 밝힌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점에서 젤라토를 고르는 대학생, 24시간 무인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뽑아가는 직장인들. 점원 한 명 없지만 매출은 꾸준히 올리고 있는 이 점포들이 바로 요즘 창업시장의 '핫템'이다. 2025년 시급 10,030원으로 확정된 최저임금은 주휴수당 포함 실질 시급이 12,000원을 넘나들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 쇼크'를 안겼다. 여기에 극심한 구인난과 MZ세대의 언택트 소비문화까지 겹치면서 무인점포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6년새 33% 뛴 최저임금, 무인화 급속 확산
무인점포 급증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치솟는 인건비다. 2025년 최저임금 10,030원은 2018년 7,530원과 비교하면 33.2%나 급등한 수준이다.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실질 부담금액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 월 260만원을 넘는다.
"2018년 편의점을 처음 창업했을 때만 해도 아르바이트생 2명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했어요. 그때 월 인건비가 32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같은 조건으로도 520만원이 들어가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죠." 부천의 한 편의점 사장(54)이 토로했다.
인건비 상승과 함께 구인난도 무인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야간 근무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 평균 근속기간도 짧아 잦은 교체로 인한 업무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1인가구 782만 시대, '혼족 경제'와 만나다
무인점포 성장에는 사회구조 변화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인 782만 9천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 25.3%에서 1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인가구는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만,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을 중시한다. 특히 젊은 1인가구는 심야시간대 소비 비중이 높아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점포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밤 11시에 퇴근해서 편의점 가려고 하면 이미 문 닫은 곳이 많아요. 그런데 무인점포는 24시간 열어놔서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 편해요. 점원 눈치도 안 보고 천천히 골라서 살 수 있고요." 서울 마포구 거주 직장인(29)의 말이다.
3년새 3배 성장, 다양화로 승부하는 시장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무인점포는 2021년 2,100여 개에서 2023년 기준 6,300여 개로 3배 증가했다. 경기지역만 해도 최근 4년간 무인 편의점이 18배, 무인카페 이용 건수가 68배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이 '다양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무인 아이스크림점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문화된 업종들이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무인 사진관은 MZ세대의 '경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전국에 4,000여 개 이상 설치됐다. 무인카페는 저렴한 가격(아메리카노 800~1,200원)과 24시간 접근성으로 기존 프랜차이즈와 차별화했다. 최근에는 무인 밀키트점, 무인 문구점, 무인 정육점까지 업종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월 200만원 부업의 매력 vs. 24시간 감시 스트레스
IT기업 개발자(39)는 2년 전부터 경기 신도시에서 무인 아이스크림점을 부업으로 운영한다. "본업 유지하면서도 월 150~200만원의 추가수입이 가능하다”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CCTV 확인부터 원격 냉난방제어, 재고관리까지 모든게 가능해 하루 1~2회 매장 방문 외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고 만족해했다.
하지만 '점원이 없다'는 특성은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무인카페를 1년간 운영하다 폐업한 한 사장(45)은 "심야시간에 중고등학생들이 몰려와 매장을 아지트처럼 쓰며 기물을 파손해도 즉각 대응할 수 없는 무력감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도난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여러 상품을 겹쳐 하나의 바코드만 인식시키는 '셀프 계산 사기', 고가 상품에 저가 바코드를 붙이는 '바코드 바꿔치기' 등 새로운 범죄가 늘고 있다.
성공의 열쇠는 '점주의 관리 역량'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성공의 핵심 요소로 '점주의 종합적 관리 능력'을 꼽는다. 인건비는 절약되지만 재고 관리, 청소, 보안 점검, 기계 고장 대응, 비대면 고객 서비스 등을 점주가 혼자 감당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 창업 시 보안시스템 구축에 초기 투자비의 15~20%는 할애해야 한다"며 "CCTV만으론 한계가 있고 출입통제 시스템, 비상벨, 원격 음성 안내 등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 창업자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점원이 없으니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성공하는 무인점포 사장들의 공통점은 IT 활용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솟는 인건비와 구인난, 변화하는 소비문화가 만나 탄생한 무인점포는 전통적인 자영업 공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분명한 것은 무인점포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하지만 '무인'이라는 편리함 뒤에 숨겨진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기회와 위험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차별화된 준비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부에서는 무인 아이스크림, 카페, 스터디카페 등 구체적인 업종별 특징과 '나에게 맞는' 성공 아이템 선정 전략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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