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매출 50% 돌파한 KFC, 2025년 국제시장 주도 성장 예고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압력솥 하나와 비밀 양념 레시피로 시작한 한 노인의 도전이 전 세계 147개국 3만 개 매장을 거느린 글로벌 외식 제국으로 성장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의 창업주 할랜드 "커넬" 샌더스는 65세의 나이에 낡은 차를 몰고 전국을 돌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그의 집념은 오늘날 연간 330억 달러(약 44조 원)의 디지털 매출을 올리는 혁신 기업의 토대가 됐다.
40세 주유소 치킨 장사에서 65세 재기까지
할랜드 샌더스의 인생은 실패와 재도전의 연속이었다. 농부, 군인, 철도원, 세일즈맨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1930년, 40세가 되던 해 미국 켄터키주 코빈의 주유소에서 치킨 요리를 팔기 시작했다. 9년 후인 1939년, 그는 11가지 허브와 향신료를 조합한 비밀 양념 레시피를 완성했고, 압력 프라이어 조리법(미국 특허 제3,245,800호)을 개발해 조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하지만 운명은 다시 한번 그를 시험했다. 1950년대 초 새로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그의 식당을 지나는 차량이 급감했고, 사업은 몰락 위기에 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생각할 65세의 나이에 샌더스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낡은 차를 몰고 전국을 돌며 자신의 조리법을 프랜차이즈화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가맹점 주인은 1952년 유타주의 레스토랑 사업가 피트 하먼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가맹 후 1년 만에 하먼의 매출은 약 75% 증가했고, 이때 "Kentucky Fried Chicken"이라는 정식 브랜드명과 "Finger Lickin' Good"(손가락을 빨 정도로 맛있다)이라는 상징적 슬로건이 탄생했다.
1964년, 73세의 샌더스는 회사를 2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200억 원)에 존 Y. 브라운 주니어와 잭 C. 매시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은퇴한 것이 아니었다. 흰 양복과 리본타이를 착용한 '켄터키 대령' 이미지로 브랜드의 얼굴이자 품질 보증인으로 남았다. 켄터키주 주지사로부터 받은 '켄터키 커넬(Kentucky Colonel)' 명예 칭호는 그의 정체성이 됐고, 회사를 매각한 후에도 레시피가 바뀌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 품질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다.
글로벌 확장과 기업 재편의 역사
브라운과 매시의 인수 후 KFC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60년대 표준화된 매장 운영 시스템과 독립형 점포 모델을 도입한 결과, 1970년까지 전 세계 48개국에 3000개 매장을 돌파했다.
이후 KFC는 여러 차례의 소유권 변동을 겪었다. 1971년 주류 회사 휴블라인(Heublein)에 인수됐고, 이후 RJR 나비스코를 거쳐 1986년 펩시코(PepsiCo)가 KFC를 인수했다. 1997년 펩시코는 외식 사업 부문을 분사하며 '얌! 브랜즈(Yum! Brands)'를 설립했고, KFC는 피자헛, 타코벨과 함께 얌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3월, KFC는 전 세계 매장 3만 개 돌파를 공식 발표했다. 얌! 브랜즈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96개국에서 약 2700개의 신규 매장을 개설했으며, 2024년에는 얌 전체적으로 4535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중국 1만 개, 디지털 50%… 숫자로 보는 KFC의 현재
현재 KFC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2024년 기준 중국 내 KFC 매장 수는 1만 개를 넘어섰으며, 이는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는 147개 국가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얌! 브랜즈가 발표한 2024년 실적에 따르면 KFC의 시스템 매출은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3% 성장했으며, 매장 수는 4% 증가했다. KFC는 얌! 브랜즈 전체 영업이익의 약 49%를 차지하며 여전히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디지털 전환이다. 2024년 KFC의 디지털 매출 비중이 50%를 돌파하면서 얌! 브랜즈 전체의 디지털 매출은 330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했다.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과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결과다.
얌! 브랜즈는 2024년 전체적으로 시스템 매출이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 8%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KFC는 국제시장에서의 확장이 성장을 주도했다.
미국 내 3위… 치열한 치킨 전쟁
하지만 본국인 미국 시장에서 KFC의 위치는 다소 복잡하다. 2024년 미국 치킨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매출 순위에서 KFC는 칙필레이(Chick-fil-A), 파파이즈(Popeyes)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윙스탑(Wingstop), 레이징 케인스(Raising Cane's) 등 신흥 치킨 브랜드들의 약진도 만만찮다.
2024년 미국 내 경기 압박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KFC의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SSS)은 다소 부진했다. 미국 내 KFC는 대부분 가맹점 운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메뉴 혁신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시장, 가맹화 전환과 소유권 변동 변수
KFC는 1984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약 190~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 시장은 치킨 프랜차이즈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곳 중 하나로, KFC는 비비큐, 교촌치킨, 굽네치킨 등 강력한 로컬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2023년 4월, 사모펀드 오케스트라 프라이빗 에쿼티(Orchestra PE)가 KFC 코리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재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소유 구조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KFC 코리아는 2024년부터 기존 직영 중심 전략에서 가맹점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확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025년 전망: 국제시장 주도 성장 지속
얌! 브랜즈는 2025년 국제 KFC 매장이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가격 전략, 운영 효율성, 고객 충성도 관리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격 경쟁과 메뉴 혁신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의 확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의 경우 가맹화 전환의 성공 여부, 소유 구조 변동, 그리고 치열한 치킨 시장 경쟁이라는 삼중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운영 안정화와 혁신에 성공한다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65세 노인이 낡은 차를 몰고 시작한 '늦깎이 도전'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진화했다. 할랜드 샌더스가 남긴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KFC의 DNA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저작권자ⓒ 프랜사이트 (Fra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