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카드놀이에서 웰니스 산업으로... 600년 진화의 비밀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즐기던 카드놀이가 2024년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타로는 더 이상 수상한 점집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24시간 전문 타로 리더와 연결되는 시대, 미국과 유럽의 타로 산업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팬데믹이 키운 '마음 치유' 시장, 타로가 답하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타로 카드는 원래 단순한 게임 도구였다. 하지만 18~19세기 유럽의 신비주의 열풍과 만나면서 점술 도구로 재탄생했다. 오컬트 전통과 결합한 타로는 점성술, 영매술과 함께 서구 문화 속 '자기성찰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현재, 미국의 심령 서비스 산업 규모는 약 23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에 달한다. 타로는 이 시장의 핵심 세그먼트 중 하나다. 팬데믹 이후 '웰니스'와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타로는 심리 상담과 명상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2025년 기준 미국 성인의 30%가 점성술이나 타로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는 이제 타로가 특정 집단만의 관심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2018년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뉴에이지' 신념을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프랑스는 더욱 흥미롭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 결과 프랑스인의 59%가 타로나 점술을 믿으며, 6명 중 1명은 실제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 점술 시장의 연간 매출은 30억~40억 유로에 달하며, 약 10만 명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매장 대신 플랫폼, 프랜차이즈 대신 네트워크
타로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 매장'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중심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외식업이나 소매업처럼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백 명의 개인 타로 리더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플랫폼인 캘리포니아 사이킥스(California Psychics)는 550명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25년 이상 24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킨(Keen)과 카삼바(Kasamba)는 2023년 인제니오(Ingenio) 그룹에 인수되며 플랫폼 통합을 가속화했다. 오라넘(Oranum)은 실시간 비디오 상담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목적용"이라는 법적 고지를 명시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진지하게 인생 고민을 상담하고, 플랫폼들은 이를 '정서적 지원 서비스'로 포지셔닝한다.
영국의 온라인 타로 리딩 시장은 2023년 4530만 달러에서 2032년 735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도 소수 전문가 중심의 '에소테릭 경제'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비공식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규제와 수용 사이, 타로의 사회적 지위
타로 산업은 국가마다 다른 규제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범주로 보호받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점술 면허제를 운영하거나 '엔터테인먼트 목적' 고지를 의무화한다. 흥미롭게도 2024년에는 일부 지방정부의 점술 금지 조례가 해제되기도 했다.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5년 기준 8%만이 점성술의 예언력을 믿는다고 답했지만, 온라인 이용률은 빠르게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믿지 않아도 이용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에게 타로는 '점'이라기보다 '대화의 도구'이자 '자기탐색의 방법론'이다.
2025년 타로 산업은 낮은 한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확장이 예상되는 이유는, 이미 충분한 이용자층이 확보되었고 디지털 전환도 상당 부분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600년 전 이탈리아 궁정에서 시작된 카드놀이는 이제 글로벌 웰니스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타로의 미래는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의 진화, 그리고 '믿음'과 '활용' 사이의 묘한 균형 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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