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진작 20% vs 가격 인상 압력 0.3~0.6%p... 정책 실효성 갈림길

[프랜사이트 = 허양 기자]
추석 명절 직전 2차 지급이 이루어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프랜사이트가 소비쿠폰 정책의 명암을 분석했다.
소비 심리 회복의 마중물... "국민 43% 실제 소비 늘렸다"
정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결정하며 가장 주목한 것은 소비 심리 회복을 통한 내수 활성화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해 추석 명절을 전후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겠다는 전략이었다.
1차 지급 이후 실제 효과도 나타났다. 소비자 심리 지수가 202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도 일부 확인됐다. 2차 지급에서는 군 장병이 복무지 인근 상권에서 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 매출 30억 원 초과 일부 지역 생협까지 사용처를 확대하는 등 개선안을 반영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43.3%가 소비쿠폰 지급 이후 실제 소비를 늘렸다고 답했다. 과반인 53.9%는 정책이 계속돼야 한다고 응답해 직접 지원 방식에 대한 국민 요구가 상당함을 보여줬다.
'쿠폰플레이션' 신조어 등장... 밥상물가 부풀리기 논란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쿠폰 지급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쿠폰플레이션'(쿠폰+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쿠폰이 풀린다는 소식을 앞두고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핑계 삼아 미리 가격을 대폭 올리는 '밥상물가 부풀리기'가 명절 밥상과 서민의 지갑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쿠폰 지급 시기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면서 정책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학계 분석도 엇갈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쿠폰이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기존 지출을 대체해 소비 진작 효과가 희석됐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소비쿠폰 지급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단기적으로 0.3~0.6%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예비 분석을 내놓으며 물가 상승 압력을 인정했다.
단기 부양과 장기 건전성의 줄타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단기적 경기 부양과 장기적 재정 건전성 및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물가 영향이 제한적이며 취약 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 진작 효과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싱가포르는 현금성 지원 대신 고용 유지 보조금, 전략 산업 투자, 직업 재교육에 집중해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켰다. 단기 소비 촉진을 넘어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침체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명백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쿠폰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과 재정 부담이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정책의 성공은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장 가격 교란을 최소화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하는지에 달려있다. 소비쿠폰이 단순한 일회성 진통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실질적인 처방전이 될 수 있을지, 정부의 정교한 정책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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