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 "고객 익숙함 건드리면 충성도 무너진다" 교훈

[프랜사이트 = 특별취재팀 박세현, 허양 기자]
23일 카카오톡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했다가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엿새 만에 사실상 원상복구를 약속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메신저를 탐색형 서비스로 진화시키겠다"던 카카오의 야심찬 계획은 "카톡이 SNS가 됐다"는 집단 반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건드린 대가"라며,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친구 목록이 사라졌다"…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친구탭'의 변화였다. 그동안 카카오톡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던 친구 목록 대신, 친구들이 올린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처럼 격자 형태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연락하려고 카톡을 켰는데 SNS 피드가 나온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팅방을 폴더로 정리하거나, 안 읽은 메시지만 모아보거나, 보낸 메시지를 24시간 안에 수정할 수 있는 기능 등 편의성 개선도 함께 이뤄졌지만, 이런 장점은 묻혀버렸다. '지금' 탭에서는 숏폼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면서 "데이터가 줄줄 샌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는 1점짜리 혹평이 쏟아졌고, 카카오톡 평점은 2.5점대로 곤두박질쳤다. 주식시장도 냉정했다. 카카오 주가는 5일간 9.6% 하락하며 시가총액 3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6일 만에 "원래대로 돌리겠다"
터져 나오는 불만에 카카오는 27일 청소년 보호 장치를 강화했고, 28일에는 친구탭에서 게시물 노출을 대폭 줄였다. 사흘째인 29일, 카카오는 결국 "친구 목록을 다시 첫 화면으로 되돌리고, 게시물은 별도 메뉴로 분리하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 변경사항은 연내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초기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새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기본 화면을 바꾸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사용자가 가장 먼저 보는 화면은 브랜드와의 약속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롤백해도 남은 불안감들
카카오가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이용자들의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먼저 광고와 일반 콘텐츠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친구인지 광고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숏폼 자동재생 기능도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쓴다", "원하지 않는 영상이 떠서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막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이용자들이 통제감을 잃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프로필이나 상태메시지가 타임라인처럼 노출되는 것에 대한 프라이버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인가, SNS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았다. 새로운 기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연락'이라는 본래 목적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게 이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쓰는 카카오톡은 더 이상 이용자 수를 늘리기 어렵다. 그래서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AI 비서 '카나나'를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비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도입 방식이 문제였다.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기본 화면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디지털 UX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사용자가 가장 먼저 클릭하는 곳을 바꾸는 결정은 광고판을 10개 더 다는 것보다 훨씬 큰 저항을 불러온다"며 "기본 설정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가 배워야 할 7가지
카카오톡 사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고객과의 약속인 '브랜드 정체성'을 함부로 건드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첫째, 고객이 가장 먼저 경험하는 것을 바꾸지 마라. 프랜차이즈에서 '첫 경험'은 간판, 매장 입구, 메뉴판 첫 페이지다. 단골손님이 오랫동안 익숙해진 것을 갑자기 바꾸면 혼란과 반발이 생긴다.
둘째, 새로운 서비스는 선택 사항으로 제공하라. 신메뉴, 배달앱 광고, 리워드 프로그램 같은 것을 무조건 보여주지 말고, 원하는 고객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강제로 노출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도 장기적으로 신뢰가 무너진다.
셋째, 본업과 부가 수익을 분리하라. 배달 서비스나 광고로 돈을 벌더라도, 그것이 '빠른 주문'이나 '맛있는 음식'이라는 본래 목적을 방해하면 안 된다. 동선을 분리하고, 본업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넷째, 전국 동시 적용 대신 단계별로 테스트하라. 일부 매장에서 먼저 시험하고, 지역별로 확대한 뒤, 최종적으로 전국에 적용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되돌릴 수 있다.
다섯째, 위기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언제 어떻게 고칠지 즉시 공지해야 한다. 가맹점주들의 질문에 신속히 답변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여섯째, 데이터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 매장에서 와이파이로 광고를 자동 재생하거나, 앱에서 영상을 무음 없이 틀면 고객들이 불편해한다. 기본은 '조용히', '멈춤' 상태여야 한다.
일곱째, 확장은 본업을 강화할 때만 하라. 커피 전문점이 광고판으로 변하거나, 치킨집이 게임방처럼 되면 고객들은 "왜 여기서?"라는 의문을 갖는다. 새로운 시도는 맛, 속도, 위생, 친절 같은 핵심 가치를 더 좋게 만들 때만 의미가 있다.
한 프랜차이즈 컨설팅 전문가는 "매장 입구에 광고 집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이 카카오톡의 '친구탭 피드화'와 같다"며 "주문과 수령이라는 본질 경험을 방해하면, 당장은 매출이 올라도 결국 단골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본질을 지켜야 확장도 성공한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통해 메신저로서의 정체성, 즉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라는 본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청소년 보호 장치 강화와 함께 친구 목록 복원을 약속한 것은, 이용자 충성도가 어디서 나오는지 재확인한 결과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다. 핵심 경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확장해야 오래간다. 새로운 수익 모델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단계별로 테스트하며,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되돌리고 솔직하게 소통해야 신뢰를 지킬 수 있다. 고객이 그 브랜드를 찾는 이유, 그 본질적인 가치를 잊는 순간, 모든 확장 전략은 모래 위의 성이 된다. 카카오톡의 6일간 파동은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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