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압박·규제 강화 속 '프리미엄·기술력·채널 다변화'가 관건
[프랜사이트 = 우승련 기자]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 시장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수출이 새로운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냉동 김밥 수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하며 가공 쌀 제품 수출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업계는 2025년에도 30~5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김밥 소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CU의 경우 2025년 7~8월 외국인 결제 기준 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1% 급증했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명동, 홍대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김밥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밥은 비빔밥, 불고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김의 바삭함과 밥의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해져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생존 전략 ①: 프리미엄화로 돌파구 마련
내수 시장의 정체 속에서 김밥 프랜차이즈들은 프리미엄화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바르다김선생은 2024년 영업이익률 10.1%를 달성하며 프리미엄 김밥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강조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나트륨 함량 논란에 대응해 저염 소스와 현미, 채소 강화 제품 출시가 확대되고 있다. 비건 김밥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김밥도 주목받고 있다. 통영의 충무김밥과 광장시장의 꼬마김밥(마약김밥)은 관광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생존 전략 ②: 기술력 경쟁 심화
제조와 유통 기술 경쟁력 확보가 브랜드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편의점들은 조립형 필름 기술로 김의 바삭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가 구입 직전에 필름을 제거하고 김밥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김이 눌려 눅눅해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중앙주방 시스템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재료 손질과 반조리를 중앙에서 처리해 각 점포로 배송하는 시스템은 원가 절감과 품질 균일화에 효과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가맹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급속 냉동 기술의 발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밥의 식감과 맛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장기 보관이 가능해져 수출 확대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기체치환포장) 기술, 진공포장 기술 등을 도입해 김밥의 신선도를 연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생존 전략 ③: 채널 다변화 필수
유통 채널 확대가 생존의 열쇠로 떠올랐다. 일부 브랜드는 편의점과 OEM 계약을 맺거나 냉동 김밥 제조에 나서며 사업 모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편의점을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공항, 역, 관광지 입점도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 상권에서의 김밥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 채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배달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 일부 브랜드는 자체 배달 시스템 구축이나 배달 전용 메뉴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 예상
업계는 김밥 산업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내수 시장은 편의점 잠식으로 정체 또는 소폭 감소가 예상되며, 전통 김밥 프랜차이즈의 매출은 정체 또는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과 OEM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김밥 시장도 건강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김밥 시장은 2024년 24.4% 성장에서 2025년에는 10~15%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성공 브랜드의 4가지 조건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 성공할 김밥 브랜드의 조건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중앙주방 시스템이다. 원가 절감과 품질 균일화의 핵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가맹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시그니처 메뉴 개발이다. 선비꼬마김밥의 '꼬마김밥', 충무김밥의 '분리 포장', 광장시장 마약김밥의 '겨자간장 소스' 등 차별화된 독자 메뉴가 필수적이다.
셋째, 명확한 포지셔닝이다. 싸다김밥의 저가 전략, 바르다김선생의 프리미엄 전략처럼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 '중간'은 살아남기 어렵다.
넷째, 수출과 OEM 다각화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냉동 김밥 수출, 편의점 OEM 공급,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채널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주요 과제와 기회
원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 쌀, 기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 압박이 크므로 공동 구매나 원재료 수급 안정화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브랜드는 김 양식업체와 직거래하거나 쌀 산지와 계약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 간 제휴나 M&A를 통한 사업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중소형 브랜드 중 수익성이 악화된 곳들은 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 식품박람회 참가 지원, 수출용 포장재 개발 지원, 해외 인증 취득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음식으로의 도약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김밥은 건강하고, 간편하며, 다양한 재료를 넣을 수 있어 현지화가 쉽다"며 "일본의 스시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처럼, 김밥도 글로벌 음식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주류 유통망으로의 진출이다.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 김밥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김밥이 에스닉 푸드 범주를 넘어 일반 소비재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불고기나 치킨을 넣은 김밥이, 유럽에서는 채소 중심의 비건 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어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로 지적된다.
1800억원 규모의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 시장. 2025년은 이 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는 더욱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빠르게 도태될 것이다. 하지만 수출 시장의 급성장은 새로운 기회이며, K-푸드 열풍을 활용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들은 내수 침체를 상쇄하고도 남을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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