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인건비·폐기비용까지, 팝업과 상시영업의 '차원이 다른' 현실
![[픽사베이]](https://fransight.kr/news/data/2025/09/08/p1065570829379580_868.jpg)
슈카월드의 990원 소금빵 실험이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가격'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면, 전국 제빵 자영업자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억울한 누명'이었다. 하루아침에 '폭리를 취하는 상인'으로 낙인찍힌 이들의 절규를 들어봤다.
"990원? 재료비만 해도 불가능한 가격"
경기도 수원시에서 20년째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솔직히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금빵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밀가루, 버터, 소금, 이스트 등 순수 재료비만 계산해도 800원에서 1000원 사이"라며 "여기에 포장비까지 더하면 이미 990원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베이커리 사장 박모(48)씨도 "팝업에서 쓴 재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쓰는 프랑스산 버터와 국내산 밀가루로는 절대 990원에 팔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품질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건 우리의 자부심인데, 그게 오히려 폭리로 매도당하니 억울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금빵 제조에 필요한 기본 재료비는 사용하는 재료의 품질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최소 800원에서 고급 재료 사용 시 1200원까지도 소요된다. 여기에 개별 포장비(50~100원)까지 더하면 재료비만으로도 990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아침에 '폭리업자' 된 억울함
자영업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폭리 프레임'의 형성이다. 슈카월드의 990원 실험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빵집들이 바가지를 씌웠다"는 인식이 퍼졌다.
부산의 한 제빵사 이모(41)씨는 "20년간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성스럽게 빵을 구워왔는데, 하루아침에 소비자를 등쳐먹는 장사꾼 취급을 받게 됐다"며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의 소규모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모(55)씨도 "팝업 이벤트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를 판단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빵집을 직접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를 비판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동네 빵집들이 그동안 얼마나 바가지를 씌웠는지 알겠다", "990원도 가능한데 3000원씩 받은 건 말이 안 된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팝업 vs 상시영업, '차원이 다른' 비용구조
자영업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팝업스토어와 상시 영업의 근본적인 차이다. 한국제과점협회 관계자는 "팝업은 일회성 이벤트이지만 일반 매장은 365일 문을 열어야 하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크다. 서울 강남 상권의 경우 월 임대료가 5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방 도심에서도 200~300만원대가 일반적이다. 하루로 환산하면 최소 7만원에서 17만원까지 고정비가 발생한다. 소금빵 100개를 팔아야 하루 임대료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인건비 비중도 절대적이다. 제빵기능사 자격을 보유한 베이커의 월급은 최소 250만원 이상이며, 판매 직원까지 포함하면 인건비만 월 500만원을 넘는다. 한국베이커리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베이커리업의 인건비 비중은 제조원가의 28.7%로, 일반 제조업(15.2%)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에 전기·가스비, 카드 수수료, 각종 세금은 물론 폐기 손실까지 더해진다. 빵은 당일 생산·판매가 원칙이어서 팔리지 않은 제품은 모두 버려야 한다. 하루 평균 30~50개의 빵이 폐기되며, 이는 고스란히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빵값이 비싼 게 아니라 빵집 운영이 비싸다"
인천의 베이커리 사장 정모(46)씨는 "소비자들은 빵 한 개 가격만 보지만, 우리는 그 빵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90원으로 소금빵을 팔면 재료비도 건지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네 베이커리가 지속 가능한 소금빵 가격을 최소 2500원에서 3500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료비 1000원, 인건비 700원, 임대료 및 고정비 600원, 폐기 손실 200원 등을 모두 감안한 결과다.
한 제과점주는 "우리는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적정한 가격을 받는 것"이라며 "990원 실험이 의미 있는 시도였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를 악역으로 만드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실험과 현실은 다르다"
결국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단순한 가격 경쟁에 대한 위기감이 아니다. 일회성 실험의 조건과 상시 영업의 현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자신들을 부도덕한 상인으로 매도하는 상황에 대한 정당한 항변이다.
한국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팝업의 성공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기존 자영업자들을 폄훼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들이 빵값 형성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제빵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진다. "우리는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 다만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3부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슈카월드의 공식 해명과 그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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