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vs 상시영업, 애초부터 '비교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논란의 중심에 선 유튜버 슈카월드(전석재)가 해명에 나섰다. "빵값 구조를 체험하는 순수한 실험이었다"는 것이 그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명분 뒤에 숨은 진짜 목적이 따로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이 거세다.
슈카월드의 공식 해명 "구조 개선 위한 순수한 실험"
논란이 확산되자 슈카월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싼 빵을 만들면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본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고수했다. "나 역시 자영업자"라고 강조하며 "자영업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나날이 치솟는 빵값의 구조적 문제를 소비자와 함께 직접 체험하고 공론화하려는 순수한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990원 가격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원재료 산지 직송을 통한 유통비 절감 ▲빵 모양과 포장 단순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마진을 '율(%)'이 아닌 고정 '액수'로 책정하는 새로운 가격 모델 등을 제시했다. 기존의 비효율을 제거하면 더 합리적인 가격의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빵값 구조를 소비자와 함께 체험해보자는 프로젝트였고, 산지 직송·포장 최소화·저마진으로 가능한 가격을 시험해본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마련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차가운 시선 "결국 화제성 노린 마케팅"
슈카월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구독자 360만 명을 보유한 대형 유튜버의 '선한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화제성과 콘텐츠는 유튜버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990원 소금빵이라는 파격적 소재는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언론 보도를 유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슈카월드의 유튜브 채널 조회수와 구독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요 언론사들이 연일 보도했고,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도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본부 임원 김모씨는 "빵값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장이었고, 실질적 목적은 자신의 브랜드 홍보와 콘텐츠 생산을 위한 '이슈몰이'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현실 외면한 안일한 접근 "지속가능성 전혀 고려 안 해"
더 큰 비판은 프로젝트 접근 방식의 문제를 거론한다. 설령 슈카월드의 의도가 순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매우 안일하고 폭력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베이커리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높은 임대료, 인건비, 각종 고정비의 무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된 실험"이라며 "결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제과업계 전문가는 "단기적 목적의 프로모션으로 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벤트성 가격으로 전체 시장의 가격 정당성을 판단하려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팝업 며칠로 상시 영업 365일의 현실을 재단하려 한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며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팝업 vs 상시영업, 애초부터 다른 게임
이번 논란은 '팝업 실험'과 '상시 영업'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목적부터 다르다. 팝업스토어의 주된 목적은 수익 창출보다는 브랜드 홍보, 시장 반응 테스트, 메시지 전달에 있다. 반면 동네 빵집의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생계유지'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비용 구조도 전혀 다르다. 팝업은 협업 업체 지원, 대규모 자본 투입, 단기 계약 등을 통해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상시 영업 매장은 이 모든 비용을 매일의 매출로 감당해야 하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운영 조건도 차이가 크다.
팝업은 짧은 기간·단일 품목 중심과 공정 단순화라는 조건 하에서 인건비가 절감되고 폐기·재고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는 특성을 갖는다.
반면 상시 영업의 경우, 다양한 메뉴 소량 생산, 임대료·인건비·광열비 등 고정비 상존, 하루 판매량 예측 실패에 따른 폐기 비용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실험은 의미 있었지만 방식은 문제
업계 전문가들은 슈카월드의 문제 제기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의 빵값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유통구조 개선의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빵값 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방식이 현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도 "990원 실험이 보여준 것은 '이상적 조건에서의 가능성'일 뿐"이라며 "이를 현실의 잣대로 삼아 자영업자들을 평가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들
결국 슈카월드의 실험은 현실의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변수들을 대부분 통제하거나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러한 통제된 환경에서 나온 결과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기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의 분노를 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제빵업계 원로는 "그의 실험이 '왜 빵값은 비싼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긍정적이나,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고 정리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은 팝업형 이벤트와 상시 영업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빵값 부담 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다음 4부에서는 한국 빵값이 유독 높은 구조적 원인과 합리적 가격 형성의 조건을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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